2023년 11월 29일 수요일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창작연대 미상)는 문헌에 기록된 우리 민족 최초의 시(詩)다. 고조선(古朝鮮)에 살았던 한 백수광부(白首狂夫‧백발의 광인)의 아내가 저자인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두 부부의 비극적 공멸에 대한 백성들의 안타까움이 절절이 녹아 있다. 공무도하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무도하(公無渡河‧그대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公竟渡河‧님은 끝내 강을 건너셨네) 타하이사(墮河而死‧물에 잠겨 눈 감으시니) 당내공하(當奈公何‧가신 님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가 등장하는 책은 후한(後漢) 말기 학자였던 채옹(蔡邕)이 엮은 금조(琴操)다. 이 책에는 공무도하가가 쓰여진 배경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인류는 약 380만년 전 탄생한 이래 당초 수렵‧채집으로 하루하루 연명했다. 그러했던 인류사회에 농경‧유목시대가 도래하자 잉여생산물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잉여생산물 소유자는 자산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주변 사람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석기‧청동제 무기로 서로의 부락을 정복하면서 처음에는 포로들을 학살하다가 언젠가부터 노예로 삼았다. 시간이 흐르고 도시국가‧봉건제‧중앙집권제 등이 등장했다. 사회계층은 왕족, 귀족, 젠트리(Gentry‧중소지주), 요먼(Yeoman‧중산층), 평민, 노예 등으로 고착화됐다. 동양은 그나마 과거제도 등을 통해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의 기회가 최소한이나마 주어졌지만 서양은 그마저도 없었다. 수천년 간 이어진 전통적 신분제도는 18세기 산업혁명,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대혁명 등을 통해 공화주의‧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인류역사에서 점차 지워졌다.
이달 초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전격 방문했다. 여야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를 외치는 등 대한민국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한마음으로 염원했다. 실사단은 한국의 단결된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단이 지난 3일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았을 때 여야는 ‘부산엑스포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수명어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旣壽永昌)’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진나라의 전국옥새에 새겨긴 글자로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으니 영원히 번창하리라”는 뜻이다. 이 전국옥새는 진시황 때로부터 후진(後晉)의 출제(出帝) 때까지 무려 1000년 이상 제왕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난세에는 적과의 싸움은 물론 아군끼리의 음모‧견제‧배신도 난무한다. 민생은 실종되고 오로지 아귀다툼만이 벌어지는 난세는 반드시 큰 혼란을 잉태하고 지친 민심은 영웅을 요구한다. 노도처럼 쇄도하는 만인의 준엄한 명령 즉 천명(天命)은 영웅들로 하여금, 그 자신은 원치 않았더라도, 새 시대의 선도자로 우뚝 서게끔 한다.
영국은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묶인 미국의 최우방국이다.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수집한 각종 기밀정보를 공유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영도 음지에서 치열한 상호 첩보전을 펼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냉전 당시 역사를 바꾼 핵(核) 스파이 사건이다. 대영제국 식민지로 시작한 미국이 독립하자 영국은 19세기 초 미영전쟁을 벌이는 등 북미대륙을 끊임없이 노렸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영은 협력관계로 돌아섰으며 핵개발에서도 힘을 합쳤다.
“장막 안에서 계책을 내어 천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다” 고대 한(漢)나라 건국공신이자 전설적인 전략가였던 장량(張良‧?~기원전 186년)에게 21세기 오늘날까지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는 법, 진(秦)나라가 멸망하자 기원전 206년 천하의 주인 자리를 두고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項羽)가 격돌한 초한(楚漢)전쟁이 발발했다. 약 5년간 이어진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이 대전에서 장량은 한나라 승리의 빅 피처를 제시하고 한나라의 과오들을 과감히 바로잡았다. 행정‧보급의 달인이었던 재상 소하(蕭何), 불패의 전적을 자랑했던 대장군 한신(韓信)의 활약도 장량의 전설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분재(盆栽)는 중세부터 동아시아에서 사랑받아온 원예예술이다. 분재는 툭 튀어나온 잔가지들을 깔끔히 정리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야 만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비로소 상품가치가 생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에 반(反)하는 요소들을 말끔히 정리해야 비로소 수권(授權)정당으로서의 장기적 생명력이 담보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정치’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한 여당 최고위원이 근래 논란이다.
실크로드(Silk road‧비단길)는 근세 이전에 동서양을 잇는 교역로였다. 유럽‧중동 상인들은 비단‧차(茶) 등이 기다리는 동방의 엘도라도를 향해 장장 6400㎞ 길이의 실크로드를 걷고 또 걸었다. 나침반조차 없던 시절 이들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자리만을 길잡이 삼아 오아시스로 목을 축이며 이란 고원, 중앙아시아 스텝(초원)지대,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었다. 실크로드를 건넌 대표적 인물이 동방견문록 저자로 알려진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다. 갖은 보화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원나라 수도 대도(大都)의 거리,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Khubilai Khan)의 금빛 곤룡포는 멀리 서방에서 온 지친 이방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06년 3위’ ‘2009년 준우승’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국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거둔 성적들이다. 특히 2006년 1회 WBC에서는 세계 최강 미국을 7대 3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켜 전세계를 열광케 했다. 역대 국가대표팀 중 최약체 평가를 받았던 2013년에도 우리 선수들은 네덜란드에게 패한 충격을 딛고 호주‧대만을 차례차례 꺾었다. 그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었기에 최근의 WBC 경기들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졸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야구 변방으로 평가받는 호주에게 8대 7로 패한 데 이어 한 때 나란히 기량을 겨뤘던 일본에게는 13대 4로 대패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경구(警句)로 “먼저 사람이 되어라”가 있다. 여기에는 타인을 공격하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서 먼저 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뜻도 포함된다. 그러나 근래 우리 정치권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망언‧망동을 일삼거나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면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버젓이 남에게 손가락질 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오를레앙(Orléans)의 처녀’ 잔 다르크(Jeanne d'Arc‧1412~1431)는 노도와도 같은 외침(外侵)으로부터 조국을 구한 프랑스의 구국영웅이다. 알자스-로렌 지방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농사‧목축‧바느질‧요리 등을 하며 집안일을 돕던 평범한 시골소녀였다. 중세유럽의 여느 농민들처럼 잔 다르크도 문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