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하향평준화 현실 일깨워준 WBC 도쿄 참사
▲ 오주한 정치부장

‘2006년 3위’ ‘2009년 준우승’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국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거둔 성적들이다. 특히 2006년 1회 WBC에서는 세계 최강 미국을 7대 3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켜 세계를 열광케 했다. 역대 국가대표팀 중 최약체 평가를 받았던 2013년에도 우리 선수들은 네덜란드에게 패한 충격을 딛고 호주‧대만을 차례차례 꺾었다.

 

그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었기에 최근의 WBC 경기들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졸전은 충격 그 자체다. 야구 변방으로 평가받는 호주에게 8대 7로 패한 데 이어 한 때 나란히 기량을 겨뤘던 일본에게는 13대 4로 대패했다.

 

심지어 ‘투잡’을 뛰는 일반 직장인들로 구성된 체코에게는 3점을 내주기까지 했다. 올해 WBC 본선 진출국 중 최약체로 일컬어지는 중국을 상대로만 불방망이를 휘둘렀을 뿐이다. 그마저도 2실점을 기록해 전 국민을 허탈감에 젖게 했다. 팀이 백척간두의 위기인데도 남의 일인 듯 불량스럽게 껌을 질겅질겅 씹었던 모 선수의 초유의 세리머니사(死) 등은 덤이었다. ‘웃픈’ 몸개그는 전세계 야구팬들 사이에서 대화제가 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공교롭게도 우리 국가대표팀 성적 하락은 2017년 3월10일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그리고 탄핵 여파로 탄생한 2017년 5월10일의 민주당계 정권 출범 시기와 비슷하게 맞물린다. 특정 사안과 인과관계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단순히 시기만 놓고 보면 분명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2013년 WBC에서 체면치레는 하면서 2승 1패로 9위를 기록했던 국가대표팀은 2017년 1승 2패의 충격적인 성적 앞에 11위로 내려앉았다. 2017년 3월7~22일 진행된 WBC에서 국가대표팀은 야구 변방인 이스라엘에게 2대 1, 네덜란드에게 5대 0으로 잇달아 패한 끝에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고 광속 탈락했다.

 

당시 보수층 지지자들 사이에선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 ‘징벌적 부자증세’ ‘기본소득’ 등 프로정신 배척, 전국민 역량‧의욕 하향평준화가 국정지침처럼 추진됐던 민주당계 정권 폐해가 국가대표팀 졸전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하향평준화는 반드시 대참사를 야기했다. 건국 초기의 구소련은 제정러시아 출신의 능력 있는 정치인‧학자‧군인들을 유산계급(자본계급) 등으로 몰아붙여 상당수 숙청했다. 그러면서 무산계급(노동계급) 출신들을 대거 기용해 요직을 맡겼다. 농민의 아들이었던 트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1898~1976)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농학자였던 리센코는 학문적 성취를 통한 출세가 아닌 계급주의적 출세에만 관심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무산계급 혈통’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면서 이미 오래 전에 학계에서 용도 폐기된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신봉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농작물 종자의 춘화(春化)처리에 소홀했다.

 

본래 겨울에 파종하는 밀 등의 종자는 지속적인 춘화처리를 통해서만 봄에도 파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리센코는 춘화처리한 겨울밀의 2세대 종자는 별도로 춘화처리하지 않아도 봄 파종용 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련공산당 수뇌부는 ‘교육‧노동을 통한 공산주의형 인간 개조’ 이데올로기와 비슷했던 리센코의 학설을 전폭 지지했다. 니콜라이 바빌로프(Nikolay Vavilov) 등 리센코를 반대한 학자들은 반당(反黨)‧반혁명 종파분자, 자본계급, 인민의 적, 서방의 간첩으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그 결과 소련의 농업은 말 그대로 ‘폭망’했다. 전국 곳곳에서 아사자가 속출했다. 급기야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이라는 공산이념까지 의심받기 시작했다. 사상체제가 의심받자 소련은 적성국이었던 ‘미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면서까지 사태를 잠재우려 했다. 1979년 기준으로 소련 곡물 수입량의 78%(1500만톤‧20억달러 상당)가 미국산이었다.

 

소련은 서구 자본주의자들을 타도한다면서 정작 자본진영 중핵으로부터 밥을 얻어먹는 비참한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가 승리 중”이라는 정신승리를 서슴지 않았던 소련은 경제난을 극복 못하고 어설픈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개혁), 글라스노스트(Glasnost‧개방)에 나섰다가 연방 해체의 운명을 맞고 말았다.

 

고대 동양에는 전국시대 조나라의 졸장이었던 조괄(趙括‧?~기원전 260년)의 사례가 있다. 청년장수였던 그는 부친이자 명장이었던 조사(趙奢)와의 모의전투에서도 왕왕 이길 정도로 병법에 뛰어났다. 주변의 칭송에 자만해진 그는 실전경험이라곤 전무했음에도 백전노장 염파(廉頗)마저 무시하고 이른바 ‘비단주머니’를 남발했다. 조괄의 말솜씨에 넘어간 효성왕 조단(趙丹)은 진나라 군대와 대치 중이던 염파를 해임하고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기용했다.

 

염파는 진군 대장 왕흘(王齕)의 용병술, 피아 병력 규모‧훈련도‧사기 등을 종합분석하고 패배 또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 가능성을 우려해 철통방어에 임하던 중이었다. 장기전이 성공한다면 멀리 원정 온 탓에 보급이 다하고 사기가 떨어져 퇴각하는 진나라군을 추격‧섬멸할 수 있었다. 반대로 진나라군과 한 차례 회전(會戰)을 펼친다면 패할 공산이 적지 않았다. 격전 끝에 이긴다 해도 상처 입은 사자 꼴이 돼 각지 제후들의 먹잇감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전쟁을 책으로 접했던 조괄은 부임하자마자 겁 없이 전 병력을 이끌고 호기롭게 출격했다. 그 결과 그는 진나라군 매복에 걸려들어 온 몸에 화살이 꽂힌 채 고슴도치가 돼 전사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등에 의하면 임금‧장수 모두 하향평준화 된 끝에 포로가 된 조나라 40만 대군은 산 채로 생매장됐다. 성인남성 씨가 말라버리다시피 한 조나라는 머잖아 진나라에 먹히고 말았다.

 

온 국민의 ‘하향평준화’ ‘거지근성’ ‘공멸’을 도모한 민주당계 정권에서의 ‘가붕개’ ‘자본에 대한 적대감’ ‘강제적 소득평등’ ‘적당주의‧대충주의’ 아래 대한민국은 혼란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선동은 만인(萬人)의 증오를 자양분 삼아 제 살만 찌워 온 야권 내 일부 인사들에 의해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대표되는 정신승리가 아닌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근성’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나아가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과 타인의 재산을 강제로 앗으려는 날강도적 세상이 아닌, 넘쳐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계층 간 사다리 활성화를 통해 모두가 가진 자가 되어 진정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세상이 만들어져야 잠시 또는 선천적인 제약 때문에 뒤쳐진 이웃에 대한 보살핌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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