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산주의는 망상(妄想)이다
▲ 오주한 정치부장

인류는 약 380만년 전 탄생한 이래 당초 수렵‧채집으로 하루하루 연명했다. 그러했던 인류사회에 농경‧유목시대가 도래하자 잉여생산물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잉여생산물 소유자는 자산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주변 사람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석기‧청동제 무기로 서로의 부락을 정복하면서 처음에는 포로들을 학살하다가 언젠가부터 노예로 삼았다.

 

시간이 흐르고 도시국가‧봉건제‧중앙집권제 등이 등장했다. 사회계층은 왕족, 귀족, 젠트리(Gentry‧중소지주), 요먼(Yeoman‧중산층), 평민, 노예 등으로 고착화됐다. 동양은 그나마 과거제도 등을 통해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의 기회가 최소한이나마 주어졌지만 서양은 그마저도 없었다. 수천년 간 이어진 전통적 신분제도는 18세기 산업혁명,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대혁명 등을 통해 공화주의‧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인류역사에서 점차 지워졌다.

 

귀족‧평민 등은 다른 이름으로 대체됐다. 19세기에 등장해 인류 최초 사회주의 자치정부로 일컬어진 파리코뮌(Commune de Paris), 자본론(Das Kapital)의 저자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등은 이를 부르주아(Bourgeoisie‧유산계급), 쁘띠 부르주아(Petite Bourgeoisie‧중산층),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무산계급) 등으로 명명했다.

 

이들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인류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다”고 주장하면서 유산계급에 대한 무산계급의 폭력적 부(富)의 재분배를 부추겼다. 또 무산계급 독재를 실시하면서 사회주의라는 과도기적 체제를 거치면 국가‧계급‧사유재산 등이 소멸하는 ‘공산주의 지상락(낙)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20세기 초 10월 혁명 등을 통해 소비에트연방(소련)을 건국한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등 볼셰비키(Bolshevik‧급진파)는 “무산계급 독재”를 주장하면서 멘셰비키(Mensheviki‧온건파)를 숙청했다. 레닌의 뒤를 이은 ‘강철의 대원수’ 이오시프 스탈린(Iosif Vissarionovich Stalin)은 “무산계급 수가 너무 많아 의견일치가 안 된다. 가장 탁월한 한 사람의 노동계급 독재가 필요하다”며 소련을 실질적으로 일으켜 세운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 등을 대거 학살했다.

 

스탈린의 사이비철학에 ‘감탄한’ 중국 마오쩌둥(毛澤東)도 1인 독재를 실시하며 문화대혁명에서 정적들을 무더기로 살해했다. 급기야 북한 김일성은 ‘백두혈통’이라는 전무후무한 개념을 주창하면서 전근대적 봉건왕조 시대로 회귀해 혈통세습 독재에 나섰다. 또 8월 종파사건 등에서 반대파를 쥐 잡듯 때려잡았다.

 

이들 공산국가들은 서로를 수정주의자‧교조주의자 등으로 몰아붙이면서 ‘우리야말로 공산권의 적통자’ ‘우리 지도자야말로 위대한 령(영)도자’라고 주장했다. 20세기 중반 중소분쟁 당시 소련은 중국에 대한 ‘핵공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가 인류공멸을 우려한 미국 경고로 철회하기도 했다. 냉전시기 중국‧소련은 서로를 눌러 죽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미국에게 손을 내미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 사이 국민들은 배를 불리기는커녕 소련의 우크라이나 대기근, 중국의 대약진운동, 북한의 고난의행군,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등 고대‧중세에도 보지 못했던 줄초상에 휩싸였다. 반대로 공산권 지도층의 배에 낀 지방질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말처럼 공산권은 “괴물을 잡으려다가 괴물이 된” 존재로 타락해갔다.

 

공산권의 이같은 부패는 애초부터 예견됐다는 게 옛 공산권 원로의 지적이다. 1997년 탈북한 뒤 2000년대 중엽부터 서울 여의도 모처의 안가(安家‧안전가옥)에서 매주 필자와 만났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1923~2010)는 타락 원인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맑스(마르크스)‧레닌‧스탈린‧모택동‧김일성 등은 모두 하나를 잊었다. 그건 바로 ‘인간의 탐욕’이다” 황 전 비서는 주체사상 창시자로서 북한 체제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인물이다.

 

가령 부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재분배하기 위해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분량으로 쪼개 나눠줄 사람이 필요하다. 곡식‧돈 등을 한 곳에 쌓아놓고 “알아서 공평하게 가져가라”고 하면 필시 다툼이 발생해 누군가는 많이, 누군가는 적게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처럼 쌓인 천문학적 재물을 보고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 사람은 옛 성인(聖人)들이 아니고서야 없다. 그건 나눠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결국 역대 공산권 지도자들은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나라의 모든 부를 한 곳에 쌓아놓고 특정인물이 공평히 나눠주면 된다고 한 사회주의에는 인간의 탐욕을 계산에서 배제했다는 치명적 허점이 존재했던 셈이다.

 

지금 지구상에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서 미국을 방문한 뒤 “모두가 못 사는 게 사회주의는 아니다”고 선언하며 흑묘백묘(黑猫白猫‧개혁개방)에 나섰다. 그는 선부론(先富論‧자본계급을 먼저 활성화한다)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를 전격 도입했다.

 

중국은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2021년에야 저장성을 ‘공동부유(共同富裕) 시범구’로 지정하고서 부의 재분배를 시도했지만 불과 1년도 못 돼 사실상 폐기했다. 나머지 국가들도 자본주의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도입한 상태며, 북한은 일본공산당 등의 말마따나 그냥 ‘봉건왕조’일 뿐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망상(妄想)”이라는 점은 인류역사가 입증한 상태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만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정부는 물론 지금의 야당에서도 기본소득 등의 미명 하에 강제적 부의 재분배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야당에서는 과거 사회주의를 앞세워 국민을 수탈하고 굶기면서 지도부 배만 채웠던 공산국가들처럼 ‘개발특혜 의혹’ ‘돈봉투 전당대회’ 등 각종 부패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개천에서 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해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딸은 부정입학 논란 끝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됐고 최근 대법원마저 “입학 최소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다못해 말 못하는 나무도 광합성을 위해 태양으로 가지를 한 치라도 더 높게 뻗으려 필사적으로 경쟁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5년’을 거치며 국제사회 조롱감이 된 지 오래다. 한 외신기자는 근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당신은 위험한 인물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망상의 나라’가 아님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노사화합과 외자유치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대량 창출, 지속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근로자 처우 개선, 계층 간 사다리 활성화, 잠시 경쟁에서 뒤쳐진 이웃의 재기를 돕는 복지, 국민 울리는 중범죄 엄벌 등에 노력하는 ‘이성의 나라’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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