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12억, 테슬라 11억…파격 연봉에 해외로 짐 싸는 AI 인재들
오픈AI 12억, 테슬라 11억…파격 연봉에 해외로 짐 싸는 AI 인재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해외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국내 인재마저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의 AI 인재에 대한 현격한 처우 차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박사급 연봉이 미국에서는 학사 수준”…갈수록 커지는 AI 인재 처우 격차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였다. 인재를 데려와도 모자란 시점에 키운 인재를 해외 기업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 AI 강국인 미국·영국·캐나다 등 인재가 유입되는 국가들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 매크로폴로도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나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027년까지 국내 AI 분야에서만 1만2800명이 부족한 상황인데 그나마 국내에서 키운 인재마저 삼성이나 네이버가 아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로 등 해외 기업을 선택하고 있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각 국의 AI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특히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보면 국내 AI 인재들이 해외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처럼 여겨질 정도다. 미국 빅테크 기업 소속 박사급 AI 연구원들의 연봉은 대략 10억원부터 시작된다. 연차와 실력에 따라 2배인 20억원대까지도 올라간다. 평균 연봉이 1~2억원인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해외 주요 기업의 박사급 연구원 평균 연봉은 △오픈AI 86만5000달러(한화 약 12억원) △테슬라 78만달러(한화 약 11억원) △엔스로픽 85만달러(한화 약 11억6000만원) △아마존은 72만달러(한화 약 10억) △구글브레인 69만5000달러(한화 약 9억5000마원) 등으로 국내의 5~10배 가량 높았다. 반면 올해 국내 머신러닝·AI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연봉은 6000만원~2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성과급과 보수도 하늘과 땅 차이다. 오픈AI는 핵심 인력에 1000만달러(한화 약 138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제안했했다. 메타가 최고급 AI 연구원에게 지급하는 연봉과 성과급은 한 해 200만달러(한화 약 27억원)에 달한다. 성과급에 수당까지 전부 합쳐도 5억원이 채 되지 않는 국내 기업은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AI 전공자들 대다수가 해외 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신러닝 석사를 마치고 국내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김지훈(36·남·가명) 씨는 “지금도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인데 올해도 이직에 실패한다면 진지하게 대학교 박사과정을 생각하고 있다”며 “박사과정 동안 수입이 확 줄어들긴 하지만 해외 기업들 연봉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AI 관련 학과에 다니는 황정원 씨(21·남·가명)는 “과에서 미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데 안 가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물론 국내가 좋아 남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연봉 차이가 심해 사실상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링크드인에선 해외 취업을 목적으로 영문 경력 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국내 AI 전문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장병탁 서울대AI연구원장은 “국내와 글로벌 빅테크 간 처우 차이가 커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구글·아마존 등 해외 대기업으로 가려는 경향이 짙다”며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돌아와 국내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당장 국내 연구계에 기여할 수 있는 몫을 생각할 때 유출 폭이 큰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우려했다.

 

AI 인재격차는 국가경제 경쟁력 격차…“기업 노력만으론 역부족, 정부지원 시급” 

▲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해외 인재채용 프로그램에서 연설중인 조주완 LG전자 CEO. [사진=LG전자]

 

AI 기술은 더 이상 반도체와 게임·자율주행차 등 일부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쇼핑·농업·의료·전력 등 갈수록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AI 인재 유출에 따른 국가 경제의 잠재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계 안팎에선 AI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투자와 인재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AI 지수(영국 Tortoise Intelligence 분석)'를 바탕으로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AI 산업 수준은 62개국 중 6위다. 다만 순위 상으로만 6위이긴 하지만 5위권 내 국가들과의 격차는 매우 큰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AI 산업은 미국과 중국 두 국가가 주도권을 쥔 양강 체계로 굳어져 있다.

 

AI 개발 업체인 AIPRM은 우리나라가 미국이 2040년에 도달하게 될 AI 기술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약 44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만약 AI 인재 유출이 지속된다면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핵심 AI 인재의 잔류·유입을 위해 국가적인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기업 자체적으로 AI 인재를 잡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서정연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 민간 위원장은 “AI 기술이 급변하면서 국내 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AI 인재들이 국내외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민·관 협의체인 얼라이언스의 적극적인 활동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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