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32개, TSMC 29개…미래 반도체 전초전 ‘비자전쟁’
삼성전자 232개, TSMC 29개…미래 반도체 전초전 ‘비자전쟁’

[K-기업 글로벌 서베이<12>]-반도체 인력 미국 비자 확보 경쟁 삼성전자 232개, TSMC 29개…미래 반도체 전초전 ‘비자전쟁’

연 6.5만개 제한 H-1B 비자 신청자 75만명, 삼성전자 고군분투에 정부 지원 시급

르데스크 | 입력 2024.05.23 15:17
[사진=셔터스톡]

최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법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비자 발급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문 인력 수요는 급증한데 반해 전문직 비자 발급 수는 한정돼 있다 보니 각 기업들이 직접 비자 발급 경쟁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추이만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일찌감치 예측해 선제적 대처에 나선 특유의 순발력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충분한 숫자에는 못 미치고 있어 정부의 지원 사격이 요구되고 있다.

 

6.5만개 제한 전문직 비자에 지원자만 75만, 일찌감치 비자 늘려온 삼성전자 선구안 호평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인력은 ‘영어에 능통한 자국 전문가’다. 자국 전문 인력은 기술 유출 위험이 적은데다 기업 문화에도 익숙해 현지 적응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2개국 언어에 능통한 만큼 자국 본사의 방침을 미국 현지 공장에 적용시키는 일종의 ‘가교’ 역할에도 적합하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최근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전문직 취업 비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청자수는 급증한 데 반해 비자 발급 숫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나 관리직으로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취업 비자’(이하 H-1B 비자)는 매 회계 연도마다 6만5000개의 제한이 걸려있다.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엔지니어나 관리직으로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취업 비자’(이하 H-1B) 신청자는 75만8994명으로 1년 전(47만4421명)보다 무려 59.9% 늘었다. 2021년(30만1447명)과 비교하면 2년 새 2.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1B 비자’는 특정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이민 비자다. 주로 엔지니어나, 개발자, 데이터분석가, 조교수 등 면허는 없지만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발급 대상이다. 전문직 전용 비자라 신청 자격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 신청하며 한번 취득 시 최대 6년간 미국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기업이 신청하면 조건이 더욱 유리한 비자 발급 경쟁에서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자 후원 및 임금 데이터 제공 업체인 ‘H-1B 그레이더’에 따르면 그동안 삼성전자가 발급 받은 H-1B 비자는 2015년 62개를 시작으로 △2016년 86개 △2017년 141개 △2018년 290개 △2019년 215개 △2020년 141개 △2021년 146개 △2022년 172개 △2023년 232개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 삼성전자는 새로운 파운드리에 투입할 전문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 인스타그램]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삼성전자가 H-1B 비자를 신청한 직책은 대부분 반도체 엔지니어였다. H-1B 비자를 받은 인력들의 평균 연봉은 11만8289달러(한화 약 1억6000만원)에 달했다. 연봉이 2억원이 훌쩍 넘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연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경쟁사인 TSMC는 미국 노동청에서 인증 받은 H-1B 비자 발급 건수가 삼성전자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TSMC가 받은 H-1B 비자는 △2021년 29개 △2022년 30개 △2023년 29개 등이었다. TSMC가 최근 발급 받은 H-1B 비자 역시 전부 반도체 엔니지어들의 몫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인재확보 경쟁에서 경쟁사인 TSMC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빠른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외국 인력과 자국 전문 인력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비자 확보에 만전을 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H-1B 비자를 확보한 반면 경쟁사인 TSMC는 애리조나 파운드리 설립을 공식화한 2021년부터 H-1B 비자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족한 반도체 전문직 비자, 한국 정부가 직접 미국 정부와 담판 나서야”

 

삼성전자가 H1-B 비자 확보에 경쟁사보다 선방하고는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 비자 채용 데이터 제공업체 마이비자잡(MyVisaJobs)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1B 비자 스폰서 랭킹은 399등이다. TSMC(2682등)보다는 높지만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인 반도체 업계의 상황을 놓고 보면 399등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및 반이민 정책 기조와 맞물려 H-1B 비자 발급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반이민 기조가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다른 나라 국민의 H-1B 비자 발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USCIS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시기 H-1B 비자 신규 발급 평균 거절률은 4%대에 불과했지만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와 경제단체들은 미국 비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경제 현안 대응 임원 협의회’ 2차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에게 “미국이 한국인 H-1B 비자 발급을 늘리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성률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테일러시 신설 공장에도 파운드리뿐 아니라 다수 협력사가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비자 문제 해결은 한국 경제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며 “각 나라 별로 비자 할당량을 정하는 문제는 미국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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