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한다며 왜 0명이죠”…세대갈등 번진 ‘문해력 저하’ 논란
“모집한다며 왜 0명이죠”…세대갈등 번진 ‘문해력 저하’ 논란

최근 청년세대의 문해력 저하 현상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뜻의 ‘고지식’을 지식수준이 높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활자보다 영상 매체가 익숙해지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청년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은 시대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발생했던 만큼 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축약어와 신조어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선 오히려 아날로그 세대인 중장년층이 ‘문맹’에 가까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해력 저하가 사실인지 여부를 파악하고 그 원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60만여명의 구독자를 둔 코미디 유튜브 채널 '너덜트'가 최근 올린 '2024 너덜트 배우 모집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댓글 반응이 공유되고 있다.

  

게시글을 확인해보면 너덜트는 “올해 새롭고 다양한 극 장르를 시도하기 위해 배우 모집을 하게 됐다”며 채용 조건을 적어뒀다. 그런데 이 게시글에 올라오자 일부 댓글에서는 “왜 0명 뽑는다고 하냐. 낚시글이냐”, “구체적인 인원수가 있어야지, 공고 올려놓고 0명이라니”, “2년 정도 알바해봤지만 0명으로 모집하는 건 처음 봤다”고 비난했다.

  

기성세대 “요즘애들, 단어뜻 잘 모르네…대화 잘 안 통하는 느낌 들어”

 

▲ 최근 배우 모집 인원 수를 '0명'으로 표기해 누리꾼들에게 "낚시글이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한 유튜브 채널 구인공고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20년 차 직장인 송치훈 씨(53·남)는 “요즘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가끔 ‘이런 단어를 아직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지향과 지양의 차이점을 모른다던가,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쓸 때마다 ‘얘가 진짜 이 뜻을 몰라서 이러는 건가’ 싶다”며 “그럴 때마다 그 점을 지적하다보면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송 씨는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단어들을 모르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까지 단어를 모르나 싶기도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지적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나를 꼰대라고 생각할까봐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10년차 수학학원 강사인 오방식 씨(46·남)는 “최근 한 선생님께 ‘선생님 무료하세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무료하다’라는 표현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도 아닌 것 같은데 모르는 표현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오 씨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젊은 선생님들과 대화가 유연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보다 한자어 사용하는 이유 모르겠다…오히려 갈등 조장”

 

반면 청년들의 경우 같은 의미의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어를 사용해 어렵게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요즘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이해하지 못 했다는 이유로 “요즘 젊은 세대가 무식하다” 혹은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이야기 한다.

 

취준생 유나연 씨(28·여)는 “석사 생활까지 대부분의 대학 생활을 중국에서 하다 보니 몇몇 한국어 표현이 낯설 때가 많다”고 말했다.

 

▲ 청년세대를 향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AI이미지/MS bing]

 

현재 한국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는 유 씨는 “최근 사흘, 나흘 등 비슷한 표현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물론 대학생활을 중국에서 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헷갈린다는 것이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두고 사흘과 나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도 모르겠다”며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유 씨는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기성세대에게 ‘문해력이 떨어진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표현을 통해서 세대 간의 소통 부족과 단절,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최지원 씨(여·29)는 “예전에 한 학생이 교수님께 ‘이번주 강의는 휴강입니다’라고 공지해달라고 건의한 일이 있었다”며 “교수님께서 올린 ‘금주 강의는 휴강입니다’라는 휴강 안내문이 이 건의의 발단이었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학생이 1년에 한 명씩은 있다고 하시면서 이후부터는 모든 학생들이 공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주, 다음주, 오늘, 내일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이용해 공지사항을 작성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문해력 저하, 과거에도 있었던 일…새롭게 생겨난 문제 아니야”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80년대 초반에 발간된 어떤 신문에는 “요즘 대학생들이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 하는 모습을 보고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적이 있었다”며 “사촌 이상의 5촌, 6촌 등 촌수가 좀 먼 친인척의 호칭을 잘 모른다며 그 당시 대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단순히 독서량을 늘이는 것만이 효과적인 방안이 아닐 수 있다며 오히려 진짜로 문해력이 부족한 것이 맞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문해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들이 몇몇 단어를 모른다는 이유를 가지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쨌든 젊은 세대를 교육한 것은 기성세대”라며 “그렇다면 단순히 젊은 세대를 비판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잘못 교육시켰구나’라는 반성해야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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