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시의 오아시스 TSMC, 일자리에 글로벌 인재 ‘속속’
사막도시의 오아시스 TSMC, 일자리에 글로벌 인재 ‘속속’

[현장은 지금<210>]-공장 효과, 현장의 목소리(②-美노스피닉스 TSMC) 사막도시의 오아시스 TSMC, 일자리에 글로벌 인재 ‘속속’

TSMC 세계 최대 파운드리 공장 건설, 총 1만3000여개 첨단 일자리 창출

르데스크 | 입력 2023.05.15 15:30

 

▲ 선인장과 카우보이로 유명한 사막 도시 애리조나 피닉스에 전세계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모두 TSMC가 세계 최대 파운더리 공장 설립을 발표한 뒤 일어난 변화다. 사진은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에 공사중인 TSMC 파운더리 공장. [사진=TSMC]

  

여름 평균 기온 40도, 최고 50도에 육박하는 미국 중부의 사막 도시 애리조나 피닉스에 내노라하는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에 수많은 인재가 몰리는 이유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TSMC 공장이 들어서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생겨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노스피닉스(North Phoenix)에 역대급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 투자 규모만 400억달러(50조 9000억원)며 완공시 1만3000개의 고임금 기술직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TSMC뿐만 장비 제조 업체, 화학물질 공급 업체, 패키징 업체 등 200여개 이상의 반도체 연관 기업들도 애리조나 피닉스로 줄줄이 들어설 전망이다.

 

기업은 일자리, 대학은 인재 양성…산학협력 활동 활발

  

▲ TSMC 공장에서 40분거리에 위치한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는 TSMC와 협력해 이재 육성 프로그램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는 TSMC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전문 커리큘럼을 구축부터 교수 충원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TSMC 파운더리 공장 설립을 축하하고 학생들의 TSMC 취업을 장려하는 글을 올린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페이스북. [사진=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페이스북]

  

TSMC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에서 차로 40분, 61km 운전하면 도착하는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ASU·Arizona State University)는 TSMC와 몰려드는 인재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아이비리그에 속하지도 않고 유명 도시에 위치하지도 않은 사막의 '주립'대학에 인재가 몰리는 건 TSMC 덕분이다.

 

ASU는 1885년 개교해 100년 넘게 애리조나 주 지역 인재를 육성해 왔다. 이제는 TSMC에 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하고 있다. 캠퍼스 학생 수만 8만명이 넘는다. 엔지니어링과 마이크로 전자 연구 등 반도체 칩 생산 관련 학과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대학이기도 하다.

 

ASU 측은 TSMC와 긴밀히 협조하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TSMC 전용 커리어 연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엔지니어링 학과는 TSMC에 맞춰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또한 다른 학과에서도 TSMC와 산학협력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TSMC 역시 지역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ASU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ASU는 인력 개발, 엔지니어 확보, 기술 발명까지 일명 ‘랩에서 팹까지’ 반도체 산업에 여러 방면으로 참여한다. TSMC는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일원이 될 기회를 제공할 거라는 입장이다.

 

인재를 키우기 위한 애리조나주 정부와 ASU의 지원도 갈수록 그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애리조나주 정부는 ASU 공과대학에 16명의 교수를 충원하고 5곳의 과학 기술 센터를 추가로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과 기업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마이클 크로우(Michael Crow) ASU 총장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는 첨단 기술 혁신 통합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가속화 시키고 미국의 핵심 이익을 목표로 추구하는 국가 서비스 대학이다”며 “‘연구소에서 생산라인’이라는 미국의 혁신 간격을 줄이기 위해 신흥 기술 연구 및 개발, 제조 및 정부 이해관계자들 간에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가 안보 업무에 필요한 반도체 기술을 확장하고, 이 중요한 분야에 필요한 미국 인재를 육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TSMC 공장 효과’ 일자리 찾아 몰려드는 글로벌 인재들

 

 

▲ 애리조나 주립대학교는 TSMC와 연계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고있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원서 접수 및 재학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TSMC 모듈 장비 엔지니어 취업 프로그램으로 포토폴리오부터 면접까지 TSMC 맞춤으로 서포팅해준다. [사진=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글로벌 반도체 기업 TSMC의 초대형 파운드리 공장이 확정되고 ASU를 찾는 학생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직접 취업이 가능한 엔지니어링 학과는 물론이고 비즈니스나 컴퓨터 공학, 유통업 등 사업 관련 학과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애리조나 대학 지원자 수와 학생 수는 TSMC 공장 확정 이후 꾸준히 증가 중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5만3516명이던 ASU 입학 지원자는 지난해 6만8789명으로 약 1만5000여명이나 증가했다.

 

재학생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7만5698명이던 재학생은 지난해 기준 8만65명으로 4400여명 증가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학과는 TSMC와 가장 연관이 큰 공과대학이다. 엔지니어링 학과가 몰려있는 ASU 폴리텍(Polytechnic) 캠퍼스는 재학생은 5283명에서 5825명까지 500여명 증가됐다.

 

ASU 엔지니어링과 졸업생 주이 킴(JuYee Kim) 씨는 “ASU는 공대가 좋은 곳이라 이전부터 졸업만 한다면 취업은 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서 제대로 대학 졸업을 한다면 세계적인 대기업에 확정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2020년 ASU를 졸업한 캣 슈파우츠(Cat Suipawit·27) 씨는 “동생이 애리조나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친구들도 많아 학교를 자주 찾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며 “본래 파티 대학교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공대 쪽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주로 애리조나 시민권자들이 많이 다녔는데 최근에는 다른 주나 해외학생들이 많이 늘어났고,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대학교 측은 TSMC와 파트너십 구축은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공생관계라고 설명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고연봉의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일 스콰이어스(Kyle Squires, PhD) ASU 공과대학 학장은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 및 직원까지 TSMC 반도체 공장의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며 “TSMC가 대만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기, 기계, 재료, 컴퓨터, 화학 등 학문 분야에서는 애리조나가 일할 예정이고 이것이 파트너십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각종 혜택에도 지방대 기피현상 심화…“답은 양질의 일자리”

 

▲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가 승승장구하는 반면, 국내 지방대학들은 소멸 직전 위기다. 장학금부터 아이패드까지 각종 혜택을 내걸지만 기피현상은 심해만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비수도권 대학 부스로 찾는 학생없이 썰렁하다. [사진=뉴시스]

  

고립주의와 기술 패권 시대에 도래한 세계는 현재 기술 패권과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미국의 칩스 법과 IRA가 기술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치열한지를 반증한다. 막대한 예산을 쏟으면서도 절대 기술과 인재만큼은 넘겨줄 수 없다는 법안이다. 중국 또한 천인·만인 계획 등을 앞세우며 인재 양성에 온 힘을 쏟으며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지방대학은 소멸하고 있고 뛰어난 인재들은 순수과학과 기술직을 기피하며 의대에만 목을 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8년 과학기술 인력난이 지금의 60배에 달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신기술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인재 양성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지방 인재난도 문제다. 국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대학생들이 수도권에만 모이고 있어 지방 대학교는 소멸 직전까지 왔다. 2023년 기준 정시모집 경쟁률이 ‘사실상 미달’인 대학 10곳 중 8곳이 지방대로 나타났다. 심지어 반도체 관련 학과도 지방에서는 미달이 된 곳이 있을 정도로 인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퇴생들도 지방대 소멸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방 국립대 자퇴생은 636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입학하는 학생은 없고 나가는 학생만 많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인재로 지방대 소멸을 막기에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의 ‘2021년 세계인적자원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고등교육의 외국인 유입률(2.8%)은 33위로 최하위권이다.

 

지방대학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일자리 부재가 지목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불안정하다보니 비싼 등록금과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ASU와 TSMC 같은 기업-대학 간 협력을 통해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마다 지역전형을 더 확대하고 수시를 늘리고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고는 있지만 결국 지역에서 필요한 건 양질의 일자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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