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 ‘국뽕’에 빗장거는 세계, 외교·수출위기 시시각각
고립주의 ‘국뽕’에 빗장거는 세계, 외교·수출위기 시시각각
▲ 최근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이 떠오르고 자국우선주의가 부상하며 글로벌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시장에서 성조기를 내걸고 미국산임을 앞세워 장사하는 상인. [사진=독자제공]

 

최근 대다수의 국가들이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을 위해 자국민들에게 애국주의를 주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무역은 빙하기에 빠져들었고,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세계 최강 국가 패권국인 미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외치며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 기업에게 유리한 규제와 법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라이벌 국가이자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애국소비 이른바 ‘궈차오’(国潮)를 자국민들에게 강요하며 타국 제품을 배척하고 있다. 무역 양대산맥인 미국과 중국 다음가는 수출국인 일본과 독일·프랑스·영국 등 선진 유럽 국가들 또한 수출량을 줄이고 자국 중심 정책을 펼치는 추세다.


자국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보호무역 뒤에는 애국주의 소위 ‘국뽕’이 존재한다. 이제는 널리 쓰이는 국뽕은 자국에 대한 우월감과 민족주의를 뜻하는 신조어다. 좋은 의미로는 애국심에 매우 심취한 행태를 뜻하지만 삐뚤어진 애국심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국내에서 국뽕은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조롱을 당하고 있지만, 이제는 글로벌 트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데 주로 사용됐던 ‘국뽕’은 이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경제적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가는 상관 없다 미국에서 만들어라, Made in USA 고집

 

▲ 미국은 자국내 국가 브랜드보다 자국내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타격이 우려되는 반도체법과 IRA도 자국내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법안이다. 사진은 미국 커피 공장에서 로스팅하는 미국 노동자. [사진=독자제공]

 

국뽕은 당장 국내에서도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나 애국마케팅 등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사용된 바 있다. 해외에서도 국뽕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유행 중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보호무역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국뽕은 ‘제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민자들로 이뤄진 국가인 만큼 기업 출신을 크게 따지지도 차별하지도 않는다. 다만, 제조업은 국가의 경제와 일자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제조업 부흥을 위한 경제적 이유로 ‘Made In USA’ 국뽕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교수로 재직했던 길버트 저메노(Gilbert Zermeno) 씨는 “세계 패권국이자 최강국인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며 “다만 2010년도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제조업을 넘기고부터 일자리 부족, 빈부격차 등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해 최근 미국 내 제조업 자부심을 다시 부흥시키려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자국품을 애용하냐는 질문에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뉴욕이나 LA, 워싱턴, 플로리다 등 해안을 끼고 있는 주에서는 그런 경향이 별로 없는 반면, 중부에 위치한 주들은 그런 성향이 더 짙은 것 같다”며 “무엇이든 미국산이 좋다는 생각은 잘안하지만 일자리같은 생계가 달려있기에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물건 구매와 캠페인까지도 종종 나오고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너무 자국중심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IRA와 반도체법 이전부터 미국에는 ‘Made in USA’를 위해 미국혁신경쟁법(USICA), 미국경쟁법(ACA) 등이 존재해왔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은 타국 출신이라 해도 차별이 없고 오히려 일자리 제공에 고마워하기도 한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중국 애국소비 궈차오, 한국산은 찬밥

 

▲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다. 이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만큼 제조업과 생산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는반면,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자국 기업 브랜드에 대한 갈망이 크다. 사진은 중국에서 만든 화장품 제품.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중국은 미국과 달리 ‘소비’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애국 마케팅으로 해석되는 궈차오 돈을 쓸 때 품질과 가격보다 자국산인지를 먼저 따지는 소비다. 중국의 MZ세대인 지우링허우(1990년대생)와 링링허우(2000년대생)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고 궈차오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궈차오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부터 본격화됐다. 다만 과거 애국소비와 지금은 조금 차이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됐지만 실제로 중국산 제품이 실제로 기술력이 좋은 가성비 제품으로 성장한 상태라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자국 제품이 더욱 선호 받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중인 릴리왕(Lily Wang·가명) 씨는 “중국 정부가 수입에 있어 폐쇄적이고 자국 용품 우선 정책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중국산 제품들의 퀄리티가 이전과 달라졌다”며 “더 싼가격에 같은 퀄리티라면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궈차오는 화장품이나 가전제품부터 고가인 자동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토종 기업인 장성자동차가 중국에서 84개월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이고 BYD는 2022년 3분기에 테슬라를 따돌리고 전기차 판매량에서 1위를 달성했다.


한국 제품들은 궈차오 밀려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부터 두 달간 중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5년간 한국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43.1%로 2020년(78.7%)보다 35.6%포인트나 감소했다. 


자국용품 선호도 조사 00%, 굳이 외국거 사줄 필요가 있나요?

 

▲ 르데스크가 무작위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자국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자국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보호무역 비단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재 글로벌 추세가 문을 닫고 애국심을 호소하며 자국용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르데스크가 24일부터 30일까지 SNS와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무작위 국가를 대상으로 ‘자국용품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국용품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무려 50.7%로 절반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국가를 신경안쓴다가 35.94%, 항상 자국용품을 우선 구매한다 6.25%, 그리고 자국용품을 선호하지 않는다가 7.03%로 조사됐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브라이언 리(33·) 씨는 “호주에서는 유제품과 육류, 야채뿐만 아니라 과자, 음료, 등 식품 쪽은 대부분 호주 쪽을 선호한다”며 “식품을 제외하고 공산품은 많이 없어 제한이 있지만 그래도 화장품이나 옷 등 선호하는 브랜드가 딱히 없다면 자국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호주는 애국 마캐팅을 할 때 코알라나 캥거루 등 호주에만 존재하는 동물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이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감한 글로벌 교역은 지난해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교역량은 감소하고 있다.


▲ 중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이 시행되고 있다. 수출국가인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스트리트 페인팅된 호주 상징 동물인 캥거루, 코알라, 퀑카. [사진=독자제공]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에 따르면, 글로벌 교역량은 지난해 4월과 5월 전년 동기 대비 24.6%, 23.5% 증가했고 6~10월에도 월평균 8.8% 늘었다. 그러다 3월 교역량 증가율이 1%대로 뚝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공급망 대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에도 교역량은 아직도 정체돼 있다. 뉴욕 연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수’에 따르면 교역량 증가율은 4~5%대에 머물고 있다.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했는데,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무역 수지도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도 수출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은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세계화가 퇴조하는 등 세계 경제 지각판이 흔들리는 상황이다”며 “이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현 상황에서 기존의 수출 주도 방식만을 답습한다면 '답이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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