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나 기르던 변두리 작은 마을에 일어난 기적입니다.”

미국 텍사스 대도시 오스틴에서 45km 정도 떨어진 아무도 관심 없던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테일러(Taylor)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테일러로 향하는 도로에는 중장비 공사차량들이 줄을 서있고, 단골들만 있던 가게는 어느덧 외지인들로 꽉 차 대기 번호표를 뽑아야만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옥수수밭이었던 풍경은 어느덧 포크레인 숲이 들어섰다. 모두 삼성 공장이 만들어낸 변화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텍사스 테일러시를 새로운 반도체 위탁생산 기지로 선택했다. 테일러는 인구 1만6000명, 대도시 오스틴에서도 45km가 떨어진 농업과 목축업밖에 없던 조그마한 중소도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만 250억달러(한화 약 33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또한 테일러 지역에 향후 20년 동안 2000억 달러(약 263조 원)를 투자해 11개의 새로운 반도체 칩 제조 공장을 건설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테일러 시 사람들은 그야말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 오스틴에 사업장(SAS)으로 1996년부터 26년간 오스틴에서만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억6800만달러 임금을 지불해 총 45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인디애나주의 토요타 자동차 공장, BMW 독일 랜더스하우젠 공장 등 공장은 지역 사회를 변화시킨다.

먹고살 걱정이 없어졌어요, 고마워요 삼성

텍사스 오스틴에서 중장비를 업체를 운영하는 브랜드(Brand·27) 씨는 매일 테일러로 삼성 반도체 공장 공사현장으로 출근한다. 브랜든 씨는 삼성 덕분에 최근 먹고 살 걱정이 많이 줄어서 고마운 마음뿐이다. 중장비 업체 특성상 큰 공사가 없으면 주기적인 수입이 없는데 삼성 공장 덕에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브랜든 씨는 “삼성 공장 덕분에 한동안은 수입 걱정이 없어졌다”며 “대기업인 만큼 보수도 더 높고 안정적인 편이라 그야말로 신경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브랜든 씨뿐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으로 이미 많은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사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현장 안전관리자부터, 보안요원, 교통요원, 배송업, 심지어는 주차 관리원까지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부터 이미 많은 일자리가 테일러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면 82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실제로 미국 구직 사이트는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테일러 삼성공장 공사 일손을 찾는 공고가 매일 올라오고 있다.

브랜드 씨는 “일단 공사 근로자들 수만 수백 명 이상이고 그밖에 내가 모르는 것들까지 합치면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엄청나게 삼성의 수혜를 받고 있다” 며 “텍사스를 떠났던 친구도 삼성 공사를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등 삼성 덕분에 많은 근로자들이 걱정 없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도 다른 공사보다 많이 주기에 너무 만족하다”고 밝혔다.

평균보다 높은 급여, 안정적인 일거리

미국 익명 회사 리뷰 사이트 글라스도어(Glassdoor)에 올라온 리뷰에 익명 리뷰에 따르면, 삼성 테일러 공장 공사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는 22달러(한화 약 2만9000원)으로, 텍사스 최저임금 7.25달러(한화 약 9660원)보다 3배 이상 많다.

평균 임금임을 고려하면 기술자들은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삼성 공장 공사 협력사 구인 광고에 따르면 금속 프레이머의 경우 시급이 30달러(한화 약 4만원)까지 올라간다. 구인 공고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로 1주일에 1200달러(한화 약 160만원), 월 4800달러(한화 약 640만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 시 5만7600달러(한화 약 7680만원)에 달한다.

미국 구직 사이트 짚 리크루터(ZipRecruite)가 조사한 텍사스주 블루컬러(현장직) 평균 임금은 시간당 20.68달러 (한화 약 2만7550원), 월 3584달러(한화 약 477만7500원), 연 4만3013달러(한화 약 5733만원)다. 삼성 평균 시급 22달러는 텍사스 평균 블루컬러 임금보다 높은 수준이고 공사 기술이 있다면 평균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사기간이 비교적 길고 안정적인 것도 장점이다. 블루컬러는 화이트컬러(사무직)과 달리 일이 불안정하게 들어온다. 일이 없는 날에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삼성과처럼 대기업의 큰 공사는 기간이 길고 급여도 안정적이란 장점도 있다.

브랜드 씨는 “근로자들에게 있어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일터와 일거리가 있단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덕분에 가족 부양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또한 401k(퇴직연금)까지 보장해줘 미래걱정도 덜었다”고 말했다.

상권 흥행 보증수표 스타벅스도 탑승한 테일러 코인

삼성 반도체 공장 수혜자는 단순히 공장 근로자로 끝나지 않는다. 테일러시에서는 간접적인 일자리도 벌써 많이 창출되기 시작했다.

테일러시 단골들만 다녔던 식당은 어느새 인기 맛집으로 변해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빠졌다. 점심과 저녁시간에 몰리는 삼성전자 공사 근로자와 투자자들로 쉴 틈 없이 바빠져서 웨이트리스부터 바텐더, 주방보조까지 평균 이상의 급여를 내걸고 고용하고 있다. 한 식당은 딜리버리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아 배달원도 새롭게 뽑을 예정이라고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기존 상권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삼성 낙수효과를 받기 위해 속속 들어오면서 일자리를 더 증가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스타벅스다. 놀랍게도 테일러 시에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12월까지 없었다. 사실상 올해 첫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들어온 단순히 카페가 들어왔다는 것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세권(스타벅스 세력이 영향을 미치는 권역)이라고 불릴 만큼 스타벅스가 들어섰다는 것은 상권 가치가 높다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즉 테일러 시의 상권은 스타벅스가 들어설 만큼 활성화되고 지역 구매력이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테일러 시에 많은 서비스·외식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씨는 “삼성공장이 들어온다고 발표하기 이전까지 테일러시가 이렇게 빠르게 변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본래 옥수수 정도를 재배하던 한적한 시골마을이 어느샌가 텍사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