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똑같이 노는 아이들, 나쁜 습관·질병도 닮는다
어른과 똑같이 노는 아이들, 나쁜 습관·질병도 닮는다

[Le view<183>]-위기의 아이들(中-미디어 과몰입) 어른과 똑같이 노는 아이들, 나쁜 습관·질병도 닮는다

수면시간 만큼 인터넷 빠져 사는 초등학생들, 사실상 중독

르데스크 | 입력 2023.02.03 17:35
▲ 최근 초등학생들의 PC·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참 성장할 나이에 하루 종일 앉아서 PC·스마트폰만 바라보다 보니 비만·수면장애 등 신체건강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선정적·자극적 콘텐츠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초등학생들. [사진=뉴스1]

 

PC·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놀듯 1~2시간 정도가 아니라 하루 수면시간 수준에 달한다. 성인의 PC·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훨씬 웃도는 정도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탓에 자극에 쉽게 노출되고 절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독이라 봐도 무방하다.

 

여느 중독이 그렇듯 PC·스마트폰 과의존 역시 부작용이 심각하다. 한참 성장할 나이에 하루 종일 앉아서 PC·스마트폰만 바라보다 보니 비만·수면장애 등 신체건강 악화가 우려된다.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선정적·자극적 콘텐츠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선정적·자극적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잠자는 시간 보다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들, 손에서 놓으면 금단증세 보이기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2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4~6학년)과 중고생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스마트폰과 PC를 포함해 하루 평균 479.6분(약 8시간)에 달했다. 3년 전인 2019년 267.2분(약 4시간 30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엔 평균 보다 인터넷 이용시간이 더 길었다. 주말 평균 9.1시간에 달했다. 앞서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청소년 평균 수면시간이 7.2시간으로 조사된 점을 고려하면 자는 시간 보다 인터넷 이용시간이 더 긴 셈이다. 다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인터넷 활용에는 학교강의 등도 포함돼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을 단정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다고 단정 짓기에도 무리는 있어 보인다. 이용목적과 무관하게 스마트폰·PC 과의존에 빠지는 아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생 과의존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등 과의존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학생은 23만5687명(18.5%)에 달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2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4~6학년)과 중고생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스마트폰과 PC를 포함해 하루 평균 479.6분(약 8시간)에 달했다. 사진은 PC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청소년의 모습. ⓒ르데스크

 

10명 중 2명 가까이 스마트폰 과의존 증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과의존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을 보이는 ‘위험 사용자’와 기기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남에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주의 사용자’ 등이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 학생의 과의존 문제는 특히 심각했다.

 

과거와 달리 초등학교 4학년 정도만 되면 대부분 스마트폰을 소유(96.5%, 43만314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6%가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학교 1학년은 과의존 위험군 학생 수가 8만63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조사참여자 중 위험군의 비율도 20.5%로 가장 높았다.

 

여가부는 PC·스마트폰 과의존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표했다. 김권영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아동·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저연령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며 “미디어 과의존 초기부터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상담과 치유 서비스를 제공해 매체 역기능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체·정신 건강 악화는 기본, 선정적·자극적 콘텐츠 노출 넘어 모방 사례도 등장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스마트폰·PC 이용 시간이 과도하게 길어도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정신적인 질병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부작용을 막고 건강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사실상 증상이 약해서가 아니라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중독 표현을 자제하는 셈이다. 대신 ‘과의존’이라 표현하는데 그렇다고 부작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은 중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의학계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PC 과몰입의 가장 큰 부작용은 신체·정신 건강 악화다. 신체적인 부정적 영향으론 거북목 증후군, 시력저하, 수면장애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대 스마트폰 관련 질병 진료를 위해 지출된 비용은 2018년 기준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비용 3055억원, 환자 본인 부담액 1278억원 등 총 4334억원이었다. 5년 전인 2014년 보다 약 46.8% 증가한 금액이다. 세부 항목별 5년 간 환자 수 증가율은 거북목증후군 환자 12.1%, 안구건조증 14.7%, 불면증 29.4%, 손목터널증후군 6.7% 등이었다.

 

정신 건강 악화 사례로는 강박증, 우울증, 정신증, 불안, 대인 예민증, 편집증, 신체화, 적대감, 공포불안 등이 있다. 어린 아이일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수인재 두뇌과학 목동센터 이다애 소장은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도 게임이나 영상시청에 과도하게 몰입돼 제어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ADHD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적·자극적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해당 영상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충격적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절반 이상이 온라인 공간에서 본인 의도와 다르게 선정적(61.3%), 폭력적(56.7%) 영상에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초등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몸짓을 숏폼 콘텐츠(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로 올리는 놀이가 유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모방심리가 유독 강한 편이다”며 “어린 나이에 자극적·선정적 콘텐츠를 보고 마치 놀이처럼 따라하다가 최악의 경우엔 놀이가 아닌 실제가 될 수도 잇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단순한 장난 또는 놀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점을 수시로 인지시키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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