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숨고를 때가 곧 기회”…지갑 닫고 재도약 충전 돌입한 LG엔솔
“시장 숨고를 때가 곧 기회”…지갑 닫고 재도약 충전 돌입한 LG엔솔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전기차시장 ‘캐즘(Chasm, 주류시장 진입 전 수요 정체·후퇴 현상)’과 ‘미국 대선’ 등의 커다란 변수 대응에 나섰다. 미국 정·관계를 향한 로비에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미국 배터리 업계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숨을 고르며 북미 시장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불과 1년 전 ‘엔솔효과’라는 증권가의 말이 무색하게 LG엔솔은 전기차 수요의 급격한 하락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LG엔솔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 등에 그쳤다. 매출액,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75.2%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 혜택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큰 변수마저 생겨버려 불확실성을 더욱 짙어진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지원 정책을 뒤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 LG엔솔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대표 배터리 기업 LG엔솔, 전기차 수요둔화·트럼프 리스크 대비 ‘숨고르기’ 돌입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LG엔솔은 로비에 있어서도 잠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내에서 로비활동은 합법적인 비즈니스 활동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미 정부와 소통하며 이익 활동을 유리하게 형성하거나 전략을 수립한다.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LG엔솔은 올해 1분기 6만달러(한화 약 8200만원)를 대관 업무에 사용했다.

 

지난해 총 로비금액인 10만달러(1억3700만원)의 60%에 해당하지만 한창 전기차 산업이 성장할 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LG엔솔은 미국에 갓 진출한 2021년 120만달러(한화 약 16억5000만원)를, IRA가 시행된 2022년 45만달러를 각각 로비에 투입했다. 로비활동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미국 정가의 중론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 집권한 2018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로비 금액이 급감한 바 있다.

 

고용한 로비스트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LG그룹이 미국에서 고용한 로비스트 수는 △2021년 29명 △2022년 19명 △2023년 7명 △2024년 1분기 3명 등이었다. 리볼버 로비스트 비율은 △2021년 83%, △2022년 84% △2023년 43% △2024년 1분기 67%로 이 역시 소폭 감소했다. ‘리볼버 로비스트’는 이전에 정부 기관 혹은 정계에서 일했던 로비스트들을 일컫는다.

 


▲ [그래픽=장혜진] ⓒ르데스크

 

LG엔솔은 로비 대상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로비 대상으로 설정한 곳은 에너지부(Dept of Energy)와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 단 두 곳뿐이다. 역대급 로비액을 자랑했던 2021년에는 백악관을 포함해 총 13곳, 2022년에는 7곳 등에 로비를 진행한 바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LG그룹 특유의 신중함이 LG엔솔의 미국 내 로비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엔솔뿐 아니라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 대부분이 현재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당장은 힘든 시기가 맞지만 배터리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LG그룹 특유의 신중한 경영이 대미 로비 전략에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 속 내실 다지기 들어간 LG엔솔…“선택과 집중 지속할 것”

 

LG엔솔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당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사업이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무리한 확장은 자제하면서 향후 시장 상황 개선을 대비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창실 LG엔솔 CFO 역시 지난 4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선제적 생산능력(캐파)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속할 것이다”며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지고 능동적인 투자 규모 및 집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엔솔은 단일 기업 최대인 7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현재 배터리 수요가 둔화됐지만 향후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는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애리조나 공장은 원통형 배터리 36GWh(기가와트시), ESS LFP 배터리 17GWh 규모로 각각 건설될 예정이며 총 생산 능력은 53GWh에 달한다. 2026년 가동 예정이다.

 

반면 향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는 하나 둘 제거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노사가 3년간 임금을 30% 인상하는 협상안을 잠정 타결했다. 확정까지는 노조원 찬반 투표만 남겨두고 있다. 해당 협상안이 확정된다면 얼티엄셀즈의 향후 노조 리스크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LG엔솔의 내실 다지기 행보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캐즘은 한국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다”며 “불확실성 확대가 만들어준 기회를 규모의 경쟁을 넘어 기술 개발을 통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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