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쇼핑 플팻폼에 접속해 직접 구매를 시도하는 행위, 이른바 ‘직구’가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저성장·고물가 장기화로 가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직구의 한계는 존재한다. 실제 물건을 보지 못하는데다 판매자가 해외에 있어 연락조차 어렵다 보니 환불·교환이 쉽지 않다. 제품 하자나 불량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려다 자칫 ‘득 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쿠팡서 5만원에 판매되는 물건이 알리에선 2만원…교환·환불 걱정되도 안 살수 없어”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들은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뒷좌석 에어매트의 경우 국내 온라인쇼핑 플랫폼 쿠팡에선 4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 테무, 알리 등에선 2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배송비 또한 무료라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선 반값에 구매하는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생활용품도 마찬가지다. 손톱깎이나 눈썹 가위, 옷걸이, 전등, 선반, 주전자 등은 중국 플랫폼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손톱깎이 세트의 경우 국내 플랫폼에서는 최소 3000원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고 초저가 상품으로 유명한 다이소에서도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중국 플랫폼 테무에선 비슷한 제품들이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많은 배터리 등 전자제품들의 가격 격차는 더욱 크다.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1만 암페어)의 경우 중국 플랫폼 알리에선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국내 플랫폼에선 3배 가량 비싼 3만원대 수준이었다.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가격차이는 더욱 컸다. 국내 플랫폼에서 27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노트북 제품의 경우 알리에선 180만원에 불과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직구 업체를 통해 구매해도 관세, 배송비 등을 포함해 200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한다.
평소 해외 직구를 자주 한다는 김주영 씨(26·남·가명)는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한 번 사용해 보니 필수 생활용품 같은 경우 다이소보다 싼 제품들이 많았다”며 “어차피 국내 쇼핑몰이나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생활용품들도 대부분 중국산 제품인데 불량이 무서워서 안 살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한국 온·오프라인 채널은 테무·알리 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직구가 유리한 이유는 세금과 인증, 부담금 등 복잡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자들은 중국에서 똑같은 물건을 수입할 때 일단 운송료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8% 안팎의 관세까지 추가로 지불한다. 또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의 경우 품질보증 성격의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을 받아야 하는 데 비용만 최소 10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전자제품은 전자파 인증,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제품은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등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 전자제품은 전자파 인증,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제품은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등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판매자 입장에선 정식으로 국내에 물건을 들여오려면 제품 구매가와 더불어 운송료, 세금, 부담금 등을 내야하고 이를 제품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손해보는 장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포함 시킬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직구의 경우 하루 150달러까지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 KC 인증이나 폐기물 부담금 등도 낼 필요가 없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 국제우편요금 체계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저렴한 물건도 매우 낮은 비용으로 해외 배송이 가능하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플랫폼이 단돈 1000~2000원 짜리 제품에 대해서도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조하는 물건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도 중국 플랫폼과 가격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국내 사업자들은 정상적인 루트로 물건을 수입해오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데 비해 중국 플랫폼은 제품 가격 외엔 어떠한 부수적인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이미 지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직구 소비자 피해 막으려면 해외플랫폼 규제 대신 국내플랫폼 지원 나서야”
다만 해외 직구라고 모든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제품군의 경우 오히려 직구보다 국내 구매가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일부 중국 제품의 경우 정상적인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존재해 구매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인 경우도 간혹 존재한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생필품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중국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 간에 할인이 적용된 최종 표시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이 더 저렴한 제품도 상당수 존재했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국내 플랫폼이 더욱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쿠팡에서 1만3010원에 파는 ‘안성탕면 20개 묶음’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선 1만9000원으로 무려 45.4%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코카콜라 오리지널 무라벨(370㎖)’ 24개들이 상품 가격 역시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보다 1800원 비쌌다.
품질 저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불가능한 제품의 경우 사실상 폐기 외엔 답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득 보다 실이 더욱 크다는 주장이 많다. 앞서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에선 발암물질이 최대 3000배가 검출되기도 했다. 의자 제품의 경우에도 갑자기 다리가 부서져 허리를 다쳤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직구 피해를 막기 위해선 규제보단 공정한 시장 형성과 유통사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 플랫폼 제품이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적인 규제를 가한다면 결국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규제로 막기 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는 게 해당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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