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의 전쟁 속 2023 부동산 경매 ‘허와 실’
전세사기와의 전쟁 속 2023 부동산 경매 ‘허와 실’
▲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인해 많은 양의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자 오히려 경매 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남의 피눈물로 제 배를 채운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교보문고 부동산 재테크 베스트셀러 코너. ⓒ르데스크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됐다.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인해 많은 양의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자 오히려 경매 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남의 피눈물로 제 배를 채운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따라 경매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화곡동 빌라왕을 시작으로, 인천 건축왕 사건, 미추홀구, 화성 동탄신도시, 경기 구리시 등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그 피해금액은 몇 백억에 달한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의 경우 2700채의 빌라와 아파트를 이용해 약 500억원의 피해 규모를 냈으며, 경기 구리시 전세사기 일당이 소유하고 있던 주택은 약 900채로 피해 규모는 확인 중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전적인 피해로 인해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가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최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전세사기 가해자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올해만 벌써 3번째다. 


전세사기로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들이 자살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사기근절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전세사기 등의 민생사기를 완전 근절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김한길 통합위원장은 “민생사기는 청년층에게 시작부터 좌절을 주고 노년층에게는 노후 생계를 망가뜨리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혀 공동체를 와해시킨다”며 “더 이상 피해자가 고통받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터지자마자 경매 수요 폭발적’…도떼기 시장 된 인천 미추홀


▲ 지난 21일 기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약 3079가구로 이 중 67%가 넘는 2083가구가 경매대상 가구다.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심화에 따른 다수의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자 인천 미추홀은 경매 열풍이 불고 있다.  저렴한 매물 누적에 따른 경매 시장이 활성화 된 것이다. 


지난 21일 기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약 3079가구로 이 중 67%가 넘는 2083가구가 경매대상 가구다. 대책위에 가입된 1787가구 중 106가구는 매각이 완료됐고 261가구는 매각이 진행되고 있으며 경매기일이 정해지지 않은 가구는 672가구로 확인됐다. 


이어 법원 경매로 넘어간 피해자들의 주택은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낙찰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최근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50~60%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2월 낙찰된 미추홀구의 다른 피해 아파트는 감정가의 61.4% 수준의 가격으로 낙찰됐다.


인하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용하(29‧남)씨는 “현재 저는 인하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지난해 전세를 구하게 됐다”며 “다행히 제가 사는 빌라는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았지만 바로 옆 건물과 집 근처 많은 빌라들이 전세사기를 당해 다들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빌라 매물이 많이 풀리면서 경매를 알아보러 동네에 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매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곡소리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피눈물로 이득을 취하려하는 모습이 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금감원은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 주소를 입수해 은행,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송부했다. 이어 해당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담보로 취급한 금융기관 대출의 기한 이익 상실 여부, 경매 여부 등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하는 경우 경매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경매가 이미 진행된 경우 매각을 연기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종합 대책 역시 27일 발표했다. 정부 산하 위원회를 만들어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2년간 한시적으로 경매 우선 매수권, 세금 감면, 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집값 하락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반적인 깡통전세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 제외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실질적 주거안정을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주요내용을 한시 특별법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경매열풍에 경매학원생 급증…‘꼬마 아파트부터 시작해라’

 

▲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경매시장에 참여하고자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교대역 인근 경매학원 모습. ⓒ르데스크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경매시장에 참여하고자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의 하락 및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확대, 고금리로 인한 경매물건 증가 등으로 또 하나의 재테크 유행이 생겨난 것이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법원에서 경매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수는 11.6명을 기록했다. 이는 월 기준 2020년 3월 이후 최대치로, 6개월 전인 지난 8월 5.4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교대역 인근에서 부동산 경매학원 운영 및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수환(42‧남)씨는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매물 누적에 따른 경매 활성화로 학원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며 “전세사기와 관련한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데 이와 관계없이 올바른 방법으로 좋은 매물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경매는 복잡하고 자본금이 많아야하며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경매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며 “경매에 대해 잘 알지 못하시는 분들은 먼저 권리분석이 쉬운 물건부터 접근해 후순위 임차인이 있는 꼬마 아파트를 눈여겨 보시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꼬마 아파트는 수요가 많아 처분이 비교적 수월하고, 월세와 매매 수익을 동시에 고려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며 “특히 국내 저출산 현상의 심화와 중장년층의 이혼가구 증가에 따라 1인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꼬마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가 증가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집을 선택하는가의 문제는 경매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매물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우선시돼야한다”며 “재경매 물건일 경우 미납이유를 반드시 찾아야하고, 내용증명 작성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하나의 팁을 더 드리자면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울 때, 또는 명절연휴 매각물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경매가 MZ세대들에게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경매에 뛰어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경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다소 부정적인데 경매는 상환 미이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정상적인 법적 절차고,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된 물건들이 실제로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빌라가 전세가율이 높기 때문에 현재 빌라 매물들이 경매로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안타깝게도 매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온전히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분양 물량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경매 매물이 증가하고 낙차가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