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지나고 빛 보나 했더니…강성노조 몽니에 韓조선업 발목
긴 터널 지나고 빛 보나 했더니…강성노조 몽니에 韓조선업 발목
[사진=뉴시스]

조선업계 노동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앞두고 돌연 외국인 근로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 처리 방식이 불안하고 또 국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차별하면 조선업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 우려한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조선소 작업 현장의 위험을 높인다. 가장 큰 원인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다”며 “특히 E7(외국인 특정활동) 비자 노동자들은 한국어 능력 기준이 없어 소통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E7 비자는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증만 따면 돼 숙련도가 낮다”며 더 이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HD현대미포 노조 또한 최근 소식지에서 “20개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 간 문화 차이로 조합원들의 불편과 불만이 생겨나고 있고, 작업장에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빈번한 안전사고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와 조합원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식당과 휴게공간 등 기본 복지시설 부족과 화장실 만원 사태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작업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많이 해야 살림살이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포화 상태인 지금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 자리는 값싼 이주노동자가 빼앗아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외노자만 우대하고 자국민은 천대한다”, “외노자 말도 안통하고  머리만 굴린다”, “외노자와 일하기 무섭다”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업계는 최근 슈퍼사이클로 일손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은 권오갑 (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진=HD현대]

 

슈퍼사이클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에 근로자간 갈등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배를 건조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국산업연합 포럼에 따르면 올해 호황을 맡은 조선업계는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 및 노후선 교체 수요에 따라 수주가 약 5.9% 증가할 전망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수주를 끝마칠 수 없는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약 8700명), 한화오션(약 3000명), 삼성중공업(약 3800명) 등 대형 조선 3사와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만5500명이다. 국내 조선업 근로자 9만3000명의 16%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외국인 근로자 견제가 임단협상을 염두한 움직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 생산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통해 사측을 압박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지난 4월 사측에 공동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이와 관련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타임오프제 이슈로 무산됐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교섭과 사내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까지 없다면 사실상 건조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또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을 앞세워 사측에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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