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하마’ 삼성전자 공장에 美시골마을 ‘생명수 고갈’ 우려 확산
‘물 먹는 하마’ 삼성전자 공장에 美시골마을 ‘생명수 고갈’ 우려 확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립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반도체 공장 뿐 아니라 모든 공장에 꼭 필요한 ‘물’ 문제 때문에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가뜩이나 물 부족으로 허덕이는 테일러시에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가 지어지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공장의 경우에도 하루 평균 16만t 이상의 물을 사용한다. 경쟁사인 대만 TSMC도 공장 한 곳에서 약 10만t 가량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30년에는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산업 용수가 2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물 먹는 하마 반도체 파운드리에 시골마을 주민들 한숨 “물 없어서 잔디도 못 키우는데”

 

최근 삼성전자와 테일러시 지역 주민들 간에 갈등의 기류가 감지됐다. 일부 주민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인해 지역 물 부족이 문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 텍사수주 오스틴 지역에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서 하루 640만 갤런(약 2423만 리터)의 물을 사용해 수자원 사용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 현재 텍사스는 극심한 이상기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가뭄으로 강 바닥까지 보이는 텍사스 상황. [사진=텍사스주]

 

실제로 텍사스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텍사스 남부지역의 리오그란데 강은 가뭄으로 인해 최근 역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CBS에 따르면 오스틴 인근의 블랑코 카운티의 캐니언 호수 수위 또한 호수가 가득 찼을 때와 비교해 73%나 낮아진 상태다. 심지어 최근에는 수자원 부족으로 인해 텍사스와 멕시코 간 외교적 충돌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물을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까지 들어서게 되자 테일러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설립 반대 단체(Taylor Against Samung)’까지 생겨났다. 해당 단체에서 활동하는 린다(Linda) 씨는 “지금 텍사스 기후는 몹시 불안정한 상태다”며 “특히 엄청난 가뭄으로 전 지역이 메말라 가는데 반도체 공장까지 들어서면 주민들이 쓸 물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 부족에 대한 우려는 수도요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테일러시 주민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씨는 “가뭄으로 매년 수도요금이 올라 체감 상 10년 전에 비해 2배는 비싸진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으로 인한 수자원 부담을 지역사회가 공유한다면 아마 더 이상 우리 집에서는 잔디를 키우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디언지에 따르면 텍사스는 전 세계에서 수도요금 인상폭이 가장 큰 도시로 꼽혔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은 2010년 연간 평균 수도요금 566달러에서 2018년 1435달러까지 154% 증가했다. 가디언지는 지금과 같은 인상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 오스틴 저소득 가구 대다수가 수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일러시 주민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인해 지역 사회가 사용할 물이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텍사스 주에서 지하수 인프라 확장를 위해 터널 갱도를 뚫고 있는 모습. [사진=샌안토니오 수도 시스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테일러시는 수도요금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 지역 매체에 따르면 테일러 시의회는 수도 요금 5%, 폐수 요금 3% 인상 등을 논의 중이다. 현재 테일러시의 수도요금은 오스틴 지역 내 13개 커뮤니티 중에서는 플루거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콕스 씨는 “테일러시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거대 대기업을 받은 것 같다”며 “오랜 기간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 입장에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것도 생존의 문제와 비교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존 필수품인 물이 부족할 판인데 지역경제고 고용이고 이런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지역사회의 또 다른 우려는 폐수처리다. 2022년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된 전례가 있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폐수처리에 대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역언론 오스틴아메리칸스테이츠맨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76만3천갤런(약 289만 리터) 가량의 정제되지 않은 산성 폐수가 주변 하천으로 유출됐다.

 

앤 필(Ann Pills) 씨는 “오스틴에서 있었던 일이 테일러에서도 발생할까 무섭다”며 “삼성전자가 지역경제에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 준 것도 있지만 건강과 자연을 우선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미국은 유독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고 특히 우리 같은 시골 사람들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세계적 수준 수자원 관리 역량 갖춘 삼성전자, 지역사회 성난 민심 달랠 수 있을지 관심

 

▲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용수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전기 분해를 통해 물을 정화하는 CEDI(Continuous Electrodeionization) 설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반도체 공장 가동에 있어 물 부족 문제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자원 관리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수자원에 대해 ‘덜 쓰고(Reduce), 재이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는 ’3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30년 용수 취수량을 2021년 수준으로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특히 최근 도입한 멤브레인 기술을 통해 수자원 절감에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멤브레인은 사용한 수자원을 다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지차체와 협업을 통해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확보한 뒤 멤브레인 기술을 통해 공업용수로 정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사업장과 중국 시안 사업장은 수자원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 Alliance for Water Stewardship)’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테일러시 당국도 지역 민심을 달래기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브랜드 라이델(Brandt Rydell) 테일러 시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 사용하는 물은 별도의 공급업체를 거쳐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용수와 다른 경로를 통해 공급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테일러시 당국이 물 공급업체와 협력해 폐수를 재활용하는 수처리 설비를 확장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립 과정에서 물 부족 우려로 지역사회와 충동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철저한 수자원 관리 전략과 노력, 환경 보전을 위한 지역사회·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의미한 환경 보전 성과들을 일궈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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