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손 벌렸다…미국서 돈 버는 기업들 줄서는 ‘로펌의 정체’
삼성·LG도 손 벌렸다…미국서 돈 버는 기업들 줄서는 ‘로펌의 정체’
[사진=Akin Gump Strauss Hauer & Feld]

최근 미국의 한 로펌이 전 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통상 기업이 로펌을 찾는 경우는 사법리스크를 해소 목적이 가장 많지만 해당 로펌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리 정·관계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으려는 의도로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해당 로펌은 ‘로비(lobby)’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미국의 전관들도 전부 이 로펌에 소속돼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아킨 검프 슈트라우스 하우어 펠드’(이하 아킨 검프) 로펌이다. 미국 내에서 정·관계에 대한 로비는 엄연한 합법이다.

 

美 불확실성 커질수록 ‘아킨 검프’ 위상도 쑥쑥…전관 포함된 전문 로비스트 63명 보유

 

현재 글로벌 경제 최대 변수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고립주의’ ‘아메리카 퍼스트’ 등을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세계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기업들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전개됐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선’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의 정책에 가속 폐달을 밟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중의 틈바구니에 낀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미국 대선’ 자체가 글로벌 경제의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미국 로비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아킨 검프’ 로펌이다. ‘아킨 검프’는 미국 정·관계 로비에 탁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어도비, AT&T, 갭, 오픈AI, 니폰철강, 유니세프, 버라이즌, 폭스바겐, 비자 등의 해외 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LS, 쿠팡, 포스코 등 한국의 유명 기업들도 ‘아킨 검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아킨 검프’는 1945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설립된 로펌으로 현재 21개 글로벌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최대이자 로비 전문 로펌이다. 변호사 1000여명, 전문 로비스트 63명 등이 소속돼 있다. 소속 로비스트 중에는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들이 여럿 존재한다. 전관예우를 받는 리볼빙(회전문) 로비스트 비율이 무려 60% 이상이다.

 

‘아킨 검프’에 소속된 로비스트로는 △링컨 블룸필드 주니어 전 국무부 차관보자관 △조 도넬리 전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버논 조던 주니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고문 △존 수누 전 뉴햄프셔 상원의원 △토미 톰슨 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 클리트 윌렘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등이 있다.

 

미국 로비 분야에서 ‘아킨 검프’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매출액만 보더라도 올해 1분기 로비 업무 관련해서만 1380만달러(한화 약 190억원)를 벌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매출로 통상 로비 관련 실적이 분기별로 고른 것을 고려했을 때 연간 매출액 역시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킨 검프’ 찾는 글로벌 기업들, 통상 계약 마친 후엔 미국 사업 변화 발생

 

▲ ‘아킨 검프’와 로비 계약을 체결한 기업 대부분은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LS전선 미국 해상풍력단지 해저케이블 시공 현장. [사진=LS전선]


글로벌 기업들이 로비를 위해 ‘아킨 검프’를 찾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미국시장 신규 진출이나 기존의 사업 확장, 리스크 관리 등의 목적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시장에서도 ‘아킨 검프’와 접점을 늘리는 기업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해당 기업의 미국 사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보조금 확보 전 당시 ‘아킨 검프’와 손을 잡았고 결국 미국 상무부로부터 무려 64억달러(한화 약 8조9000만원)을 받는데 성공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아킨 검프’와 계약한 이후 로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LG전자가 사용한 로비 금액은 15만달러로 지난해 총 로비액(24만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냉난방공조(HVAC) 사업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LS전선 또한 올해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며 ‘아킨 검프’와 인연을 맺었다. 최근 LS전선은 미국 송전망 운영사 LS파워그리드 캘리포니아(LS Power Grid California)dhk 1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아킨 검프’와 계약했다. IRA의 세부 가이드라인은 포스코그룹이 공 들이고 있는 2차전지 소재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때 보이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킨 검프’나 ‘아놀드 앤 포터’ 등 유명 로비 업체를 고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아킨 검프’의 움직임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는데 상당수 기업들이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적 상황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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