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틈새시장 염두했나…정중동 대명사 LG전자 美 로비규모 늘렸다
AI 틈새시장 염두했나…정중동 대명사 LG전자 美 로비규모 늘렸다

[K-기업 글로벌 서베이<14>]-로비(lobby)로 보는 미래 전략(④-LG전자) AI 틈새시장 염두했나…정중동 대명사 LG전자 美 로비규모 늘렸다

올 1분기 금액만 지난해 전체 절반 이상, AI시대 핵심 HVAC 사업확장 의도 해석

르데스크 | 입력 2024.06.13 16:52
[사진=LG전자]

한동안 잠잠했던 LG전자의 미국 로비가 인공지능(AI) 산업 부흥과 동시에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AI 시장이 커짐에 따라 차세대 먹거리인 냉난방공조(HVAC)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HVAC는 특정 공간의 온도·습도·환기를 최적의 환경으로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AI 시장에 반드시 필요한 알짜배기 사업으로 평가된다.

 

AI 기술 자체가 방대한 연산처리를 요구하는 만큼 AI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7배 이상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소모하는 전력량만큼 발열량도 높다 보니 보다 고도화된 HVAC 설비가 필수다.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시설에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 규모는 584억달러9(약 80조원)에 달한다. 2028년에는 610억(약 83조원)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로비 시동 거는 LG전자…올 1분기에만 지난해 3개 분기 동안 쓴 금액 사용

 

미국 로비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최근 들어 LG전자의 대미 로비 금액이 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다른 대기업들보다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부터 서서히 금액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사용한 대미 로비 비용은 15만달러(약 2억원)로 지난해 3개 분기 합과 비슷한 수준에 달했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LG전자의 지난 10년간 미국 로비 금액은 △2014년 28만달러(약 3.8억원) △2015년 28만달러(약 3.8억원) △2016년 28만달러(약 3.8억원) △2017년 36만달러(약 4.9억원) △2018년 32만달러(약 4.3억원) △2019년 12만달러(약 1.6억원) △2020년 12만달러(약 1.6억원) △2021년 12만달러(약 1.6억원) △2022년 12만 달러(약 1.6억원) △2023년 24만달러(약 3.2억원) 등이다.

 

금액만 봤을 때 미리 대관 예산을 정해 놓고 집행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올 1분기 예산을 기준으로 추산됐을 때 올해 추정 로비 금액은 60만달러(약 8.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타 대기업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동안 LG전자가 로비에 쓴 금액만 놓고 봤을 땐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LG전자가 지난해 고용한 로비 대행사와 로비스트의 면면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로비 대행업체인 ‘에킨 검프 엣 얼’(Akin Gump et al, 이하 에킨)사와 계약했다. 에킨사는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오픈AI(OpenAI)를 비롯해 단티AI(Danti AI) 등 다수의 AI 기업들과도 로비 대행 계약을 맺고 있다.

 

LG전자가 직접 영입한 로비스트 ‘잭 루디실(Zach Rudisill)’ 역시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롭 포트먼 전 미국 상원의원 세무 보좌관, 데이브라 라이키르트 전 미국 하원의원 입법·세무 보좌관 등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올해 기준 LG전자에 몸담고 있는 로비스트는 3명이다. 

 

▲ [그래픽 = 김상언] ⓒ르데스크

 

LG전자는 로비대상 선정에 있어 상당히 신중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 LG전자의 로비 대상은 미국 에너지부(Dept of Energy), 미국 재무부(Dept of the Treasury), 미국 무역대표부(Office of US Trade Representative) 등 총 3곳이다. 올해 분기보다 로비 예산이 적은 2022년의 경우 9개 기관에 대관 업무를 진행한 것에 비하면 ‘선택과 집중’ 전략에 충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잠잠했던 LG전자가 최근 여러 이유로 다시 미국 로비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세부적 이유와 내용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세적으로는 AI 발전과 맞물려있고 이는 HVAC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관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부서 모두 HVAC와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부서들이라는 점이 그 증거다”고 부연했다.

 

미국에서 HVAC 키우는 LG전자…“HVAC는 AI 시대의 필수품, 미래먹거리로 봐도 무방”

 

LG전자는 AI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미국 HVAC 사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칠러(chiller, 증기-압축 또는 흡수 냉동 사이클로 액체의 열을 제거하는 데 쓰는 기계)를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발열이 많은 데이터센터에서는 HVAC중 쿨링을 담당하는 칠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 LG전자는 최근 미국 알레스카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HVAC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LG전자 대표 칠러 제품 터보 냉동기. [사진=LG전자]

 

지난해 11월 차세대 HVAC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에 히트펌프 연구소를 구축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의 연구소를 단독으로 출범시킨 것은 LG전자가 최초다. 아울러 최근에는 매사추세츠주 보슽턴에 ‘HVAC 교육아카데미’를 신설해 전문가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에 5만 냉돈톤(RT) 규모의 냉각 시스템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성장할수록 HVAC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10만대 이상을 가동하다 보니 전력 소모가 크고 그만큼 서버에서 발생되는 열도 많은 편이다”며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50%가 냉각용 전력에 사용돼 전력 효율화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AI 시대의 최종 주도권은 데이터센터의 열을 관리하는 업체가 차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HVAC 부문은 LG전자 B2B 사업의 핵심이다”며 “HVAC 시장은 미국, 유럽 등이 37%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최근 LG전자는 미국, 유럽 중심으로 해외 세일즈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약 이 분야에서 성과만 낸다면 하나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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