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융수장 필수 자질은…미국·중국 ‘관료’ 일본·EU ‘금융통’
주요국 금융수장 필수 자질은…미국·중국 ‘관료’ 일본·EU ‘금융통’
[사진=American Bankers Association]

민간 은행들의 협의체 성격인 ‘은행연합회’ 수장은 사실상 한 나라의 은행업을 관리하는 자리인 만큼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도 선임에 유독 신중한 편이다. 수십 년에 걸친 업무 경력과 도덕절 자질 등을 필수 조건으로 여길 정도다. 다만 각 나라별로 정부의 영향력 정도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정통관료, 금융권 등 각자 선호하는 출신 이력은 제 각각이다.

 

로비 합법 미국, 정부 입김 쎈 중국 모두 민간은행 수장엔 금융 관련 고위공직자 출신

 

미국의 ‘American Bankers Association(ABA)’는 한국 은행연합회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ABA는 모든 규모의 은행을 대표하는 미국 최대의 금융 무역 그룹으로 지역 은행, 연방 저축 협회, 상호 저축 은행 등을 포함한 모든 은행과 은행 인가를 위한 로비 활동이 주된 업무다. 미국 내 대다수의 은행이 ABA의 회원이며 이들의 합계 자산은 미국 전체 은행업계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행연합회를 이끄는 수장은 ‘롭 니콜스’다. 1969년 뉴저지 주 캠든에서 태어난 그는 시애틀에서 자랐으며 조지 워싱턴 대학을 졸업했다. 롭 니콜스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1991년 졸업 후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교통장관 앤디 카드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미 재무차관과 공보차관을 거치며 재무부 최고의 영예인 ‘알랙산더 해밀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행연합회 회장에 오른 후 업계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2019년 미국 내 모든 은행에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운 Bank On 인증 계좌를 도입한 것과 더불어 협회 임원의 여성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24년 현재 협회에는 ▲알레시아 바게트(최고 인사 책임자) ▲나오미 캠퍼(최고 정책 책임자) ▲카린 플린(최고 재무 책임자) 등 협회 최고 경영진 9명 중 6명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 롭 니콜스 미국은행연합회 회장(사진 왼쪽)과 티안 궈리 중국은행협회 회장. [사진=ABA, 바이두]

 

롭 니콜스는 미국 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긍정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각 종 언론에 “나는 암호화폐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자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미국 은행들은 고객이 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 미국은행연합회 있다면 중국엔 ‘중국은행협회(CBA)’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5월 중국 인민은행과 정부의 승인을 받고 만들어진 국가 내 비영리 단체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은행협회에는 총 766곳의 회원사가 속해 있다. 회원 단위에는 ▲정책은행 ▲금융자산관리회사 ▲민간은행 ▲대만은행 ▲대규모 국유 상업은행 등이 있다.

 

중국은행협회의 회장은 ‘티안 궈리(田国立)’다. 1960년 12월생인 그는 허베이 출생으로 중난경제법률대학을 졸업하고 정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원을 시작으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석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중국 건설은행 회장 등 국가의 핵심 금융 산업을 주도했다.

 

티안 궈리는 과거 아시아금융협력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당시 같은 기간 부회장을 맡았던 인물은 한국의 하영구 은행연합회 전 회장이다. 그는 “대형 국유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임대 시장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것은 매우 필수적이다”고 말할 정도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관대한 인식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유럽 은행연합회 회장 모두 ‘금융통’…핵심 사업 경력 갖춘 ‘전문성’ 필수

 

▲ 후쿠토메 아키히로 일본은행협회 회장(사진 왼쪽)과 토마스 에그너 유로은행협회 회장. [사진=ABE-EBA, SMBC]

 

일본은행협회(JBA)는 은행, 은행지주회사, 은행협회 등이 회원으로 구성된 일본 최고의 금융단체다. 일본은행협회를 이끄는 인물은 ‘후쿠토메 아키히로’다. 1963년생인 그는 도쿄도에 위치한 히토츠바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1985년 미쓰이 은행 입사를 시작으로 ▲SMBC은행 부장 ▲SMBC 캐나다 지사 사장 ▲SMBC 재무부 국장 ▲토요타파이낸셜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SMBC 신임 은행장에 오른 후 올해 3월 일본은행협회장에 발탁됐다. 일본은 다른 주요국과 달리 현직 은행장이 협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일본 은행업계에선 후쿠토메 아키히로에 대해 다년간의 해외사업담당 경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영업 전문가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그는 일본의 이익을 이유로 미국의 바이든 정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해외통’ 다운 면모를 보여 조명을 받기도 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발생할 수 있는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일본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일본은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로,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영향에 매우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유럽 국가들은 각 나라별로 은행연합회를 두고 있지만 유로 가입국 은행 전체를 총괄하는 유로은행협회(ABE-EBA)의 입김이 더욱 쎈 편이다. 유로은행협회의 주된 업무는 은행의 단일유로결제지역(SEPA) 프로그램 관리다. SEPA는 유럽 결제시스템으로 이전까지 각 나라별로 달랐던 결제, 지불, 송금, 이체방식 등을 통합해서 사용하는 은행시스템 지역범위를 의미한다.

 

▲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사진=뉴시스]

 

유로은행협회를 이끄는 인물은 ‘토마스 에그너’다. 그는 1967년 독일 출생으로 만하임 대학교에서 마케팅과 IT를 전공했다. 만하임 대학은 경제·경영 분야에서 독일 최고의 대학으로 꼽힌다. 2016년 5월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20년 이상 은행 업무에 종사해 온 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유럽 금융기관인 코메르츠방크에서 대량 결제 부문의 청산 및 결제 전략을 개발하는 일을 전담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1971년 뉴욕에 영업점을 개설한 최초의 독일 은행이기도 하다.

 

한국 은행연합회 수장은 관료 출신 혹은 전문가 등 발탁 기조가 뚜렷한 해외 주요국과는 사뭇 다른 편이다. 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이 뒤섞여 있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4명 중 관료 출신은 9명, 민간 출신은 5명 등이다. 다만 2000년대 이후에는 낙하산 논란이 화두가 되면서 정통 금융맨의 선호 기조가 뚜렷해졌다. 역대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 회장으로는 ▲5대 이상철(전 국민은행장) ▲8대 신동혁(전 한미은행 회장) ▲12대 하영구(전 씨티금융지주 회장) ▲13대 김태영(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15대 조용병(신한금융지주 출신) 등이 있다.

 

현 조용병 회장 역시 오랜 기간 민간 금융사에 몸담아 온 금융통이다. 조용병 회장은 1957년생으로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신한은행에 평사원으로 입행해 인사부장, 뉴욕지점장, 신한은행장 등을 거쳐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3년 씩 2번의 임기를 마친 후 지난해 12월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은행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 은행별 상호 간의 업무 협조와 금융 문제의 조사 연구를 통해 국가 금융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며 “다만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와의 관계 유지, 금융산업 전반의 높은 이해도 등 가장 우선시 하는 능력이 다를 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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