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노조원할래”…승진 거부권 요구한 HD현대 노조
“평생 노조원할래”…승진 거부권 요구한 HD현대 노조
[사진=뉴시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승진 거부권’을 요구해 논란이다. ‘승진 거부권’은 말 그대로 조합원이 비조합원 직급으로 넘어갈 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비조합원이 되면 고용 안정성이 감소하는데 그러기보다 승진하지 않고 정년까지 다니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만 60세인 정년도 65세까지 확장도 주장했다.


이는 노조 규모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직급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등 8단계다. 사무직은 매니저(4년)-선임매니저(4년)-책임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구성됐다.


생산직 근로자는 기장에서 기감이 되면 비조합원 신분이 되고,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으로 승진하면 조합에서 자동으로 탈퇴하게 된다. 반대로 승진 거부권을 행사하면 노조 조합원 자격이 유지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원 숫자는 매년 줄고 있다. 2018년 9826명(직원 1만4785명)에서 지난해 6381명(1만2061명)으로 줄어들었다.


승진 거부권 요구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노조는 2016년에도 승진 거부권을 단체협약에 넣으려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당시 실적 악화로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당시 비조합원 신분 직원들이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승진을 거부한 바 있다.


2016년 현대차 노조도 조합원의 승진 거부권 보장을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 동시에 대리까지 승진을 보장하는 ‘자동 승진제’ 도입도 요청했다. 즉 대리까지는 승진을 보장받고 과장부터 승진 여부를 직원이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리스크를 노조원으로 있으며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해 HD현대중공업 직원 연봉은 8854만원이다. 이는 원티드인사이트가 추정한 조선업계 평균연봉 약 4000만원에 두배 수준이다. 이미 업계 2배가 넘는 연봉이 금전적인 혜택보다 안정성을 택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정년 연장과 승진 거부권을 요구안에 넣었다. 사진은 2022년 공동요구안 전달식 및 승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동조합원. [사진=뉴시스]

 

노동계 관계자는 “당장의 연봉만 생각한다면 임원을 다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언제든 잘릴 수 있고 일 또한 더 힘들어진다”며 “차라리 정년까지 노조에 소속돼 안정적이고 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승진 거부권은 인사권에 관한 문제여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입장에선 근로자가 승진을 거부하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따라 직급이 올라가고 임무와 책임이 높아져야 하는 기업 특성상 승진해야 할 시기에 승진 거부자들이 늘어나면 사내 질서는 물론 기강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오랜 기간 저성장 고리에 갇힌 일본은 국내보다 앞서 승진 거부 문화를 체험한 바 있다. 일본에서 임원급 이상 승진을 거부하는 현상이 2010년대부터 시작됐다. 2017년 산교노리쓰대 조사에서 최종 목표로 ‘사장’을 꼽은 신입사원은 버블경제기인 1990년에는 46.7%였지만 2017년에는 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지위나 직책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0.0%에서 49.9%로 늘었다.


일본 직장인들이 승진을 거부하는 이유는 국내와 비슷하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편한 직책을 선호하는 것이다. 임원을 달면 고용 안정성은 물론이고 업무 강도와 인간관계 등 여러 방면으로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으로 남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승진 거부 문화는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 직원들이 주도적이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 장치다”며 “직원들의 발전은 회사의 성장으로 직결되는 데 발전장치가 고장 나면 회사 성장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또한 승진 거부가 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임원 승진 거부는 기업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며 “보통 회사의 운명은 CEO가 70% 좌지우지하고 한 팀의 성과는 임원의 중요도가 70%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승진 거부가 퍼지면 훌륭한 인재들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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