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6개월 남기고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가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들어갔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진행했던 친환경 에너지 및 전기차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전 대통령이 또다시 맞붙는다. 양 후보의 정책이 대 착점에 있는 만큼 산업계에 미칠 우려도 이전 대선들보다도 클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기조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에너지 자원 활성화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기존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이 사라지고 화석 에너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는 트럼프 집권 시 IRA(인플레감축법) 폐지 혹은 지원금 축소로 전기차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나 생산·소비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 등으로 미국에 진출한 전기차와 2차전지 기업들의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현장에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다”며 사실상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백지화를 공언했다. 미시간주(州) 그랜드래피즈에 현장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바보스러운 결정”이라며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휘발유가 많기 때문에 이를 많이 사용했으면 한다”고 전기차 정책 폐지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지난달만 역대 최대 자동차 수출액 67억9000만달러(한화 약 9조3000억원) 중 북미시장 비중은 절만 이상인 40억달러(한화 약 5조4800억원). 트럼프 행정부의 IRA 보조금 백지화 및 추가 관세 정책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자동차 수출의 중추 역할인 현대차그룹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하고,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한데 이어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등 외교통을 잇달아 영입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을 하이브리드까지 함께 생산 할 수 있도록 다변화 전략을 채택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화석연료도 함께 사용하는 만큼 트럼프 당선에 의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이 지난달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MGMA에서 하이브리드(HEV)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그룹 북미권역본부장 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또한 “여러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하며 트럼프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정아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강화되며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글로벌 경제안보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캠프가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한 만큼 한국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미국에 진출한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뿐 아니라 배터리 원자재 공급업체까지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IRA 완전 폐기는 어려워도 내연기관차 중심 산업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민간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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