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경차를 버린 이유 “어려서 깔보고 차 작다고 무시”
20·30세대가 경차를 버린 이유 “어려서 깔보고 차 작다고 무시”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경차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엔트리카(생애 처음 타는 차량)로 선호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인식이 약화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레이, 모닝, 캐스퍼 등 경차 내수 판매량은 8350대로 전년 동월(8468대) 대비 감소했다. 반면 셀토스, 티볼리 등 소형 SUV 판매량은 99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62% 증가했다. 이로써 소형 SUV와 경차의 판매량 차이는 1500대 가량으로 벌어졌다.

 

경차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요인으로는 2030대 청년층이 지목된다. 지난해 20대 청년층이 가장 많이 구매한 차는 현대차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였다. 다음으로는 기아 준중형 SUV 스포티지가 2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상위 10위권 내에 경차는 5위인 캐스퍼가 유일했고, 이를 제외하면 나머진 모두 SUV 차량이었다.

 

청년층이 경차보다 준중형 세단과 SUV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먼저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대표적인 경차인 캐스퍼와 레이, 모닝 등의 풀옵션 모델은 모두 20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반떼 기본트림 풀옵션 가격이 2355만원임을 감안하면 불과 30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경차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경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꼽힌다. 경차를 운전하면 도로에서 은연중에 운전자들로부터 무시받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는 게 대다수 청년들의 주장이다. 도로에서 SUV나 큰 차량을 운전할 때보다 경차를 운전할 때 상대적으로 클락션을 듣는 빈도가 잦다는 것이다.

 

▲ 2030대를 중심으로 경차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엔트리카로 기아 준중형 SUV 셀토스를 뽑은 이민영 씨(28·여)는 “처음에는 경차를 사려고 했는데, 주위 시선도 그렇고 나도 경차보다는 조금 더 돈을 보태 SUV를 구매하는 게 좋을 거 같아 SUV를 사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어머니가 타던 경차를 물려받았다는 최지원 씨(30·여)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클락션을 울리는 차들이 있다”며 “처음엔 출발이 늦어져서 그런가보다(하고)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독 경차에게만 각박하게 구는 운전자들이 많은 걸 보고 다음에 신차를 구매할 땐 경차는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청년들의 경차 기피 현상이 우리나라의 잘못된 자동차 문화로부터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 자체가 자동차의 종류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문화가 퍼져있다”며 “운전자들은 자동차의 종류와 상대 운전자만을 보고 무시하거나 판단하는 등 안 좋은 문화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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