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영업자의 소회 “예전엔 몰랐던 삼성효과, 요즘 뼈아프게 느껴요”
한 자영업자의 소회 “예전엔 몰랐던 삼성효과, 요즘 뼈아프게 느껴요”

기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효과가 현실로 증명됐다. 다만 호황이 아닌 불황으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경기도 평택, 동탄신도시 등의 지역에선 삼성적자 실적 부진에 따른 성과급 축소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실적악화➞근로자 성과급 감소➞소비위축➞지역경제 타격 ‘악순환 도미노’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요 한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 년 지급하던 성과급을 크게 줄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은 6조5679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무려 84.86%나 감소한 수치로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액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 등 역대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DS부문 임직원들은 통상적으로 연봉의 50% 정도의 성과급을 받아 왔으나 올해는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직원 개개인 별로 따지면 수입의 3분의 1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임직원 수는 12만명 가량이며 하청업체 직원 수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 한 곳의 실적 부진이 수십만 국민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삼성전자는 실적악화를 이유로 DS부문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상권 전경. ⓒ르데스크

 

더욱 큰 문제는 삼성전자나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급격한 수입 감소가 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위치한 평택시에선 삼성전자 성과급 미지급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삼성전자 임직원만 1만명 이상, 협력사 직원들까지 합치면 총 8만여명의 근로자들이 몸담고 있다.

 

이들 근로자 중 상당수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평택시 인구는 삼성전자 평택갬퍼스가 첫 삽을 뜬 2015년 46만532명에서 올해 1월 기준 59만1878명까지 급증했다.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평택시 1인당 지방세 부담액 또한 2019년 109만3000원에서 지난해 139만2000원까지 올랐다. 지역 상권 상인들도 삼성전자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그러나 실적 부진 여파가 불어 닥친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이 수입 감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삼성캠퍼스 소속 직원 김현철(가명) 씨는 “아무래도 들어오는 수입이 확 줄었으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가끔 점심 외식도 했지만 요즘엔 회사 식당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성과급 축소로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동탄 신도시 유흥거리. ⓒ르데스크

 

삼성전자 소속 직원 가족이라고 밝힌 양지은(가명) 씨는 “말이 성과급이지 사실상 고정 수입과 다름없다고 느껴왔고 거기에 맞춰 생활해왔다”며 “회사 사정상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 생각했지만 한 번에 제로가 되니 적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은 외식이나 이런 것들부터 줄이고 있고 앞으로는 다른 부분에서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자연스레 지역 상권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수경(가명) 씨는 “삼성전자 실적이 안 좋으니 지역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인지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점심시간보다 매출이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홍은자(가명) 씨는 “당장 매출이 줄어든 것도 걱정이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다 보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서 삼성전자 실적도 뛰었으면 좋겠다”며 “예전엔 기업 한 곳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는데 요즘 들어선 정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시간부터 불 꺼진 주점 간판…“눈에 보이지 않던 삼성효과, 상권 불황으로 입증” 

 

▲ 전문가들은 평택·동탄신도시 지역 상권 불황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기업의 낙수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동탄신도시 상권 내 한 호프집 내부. ⓒ르데스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기흥캠퍼스 소속 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대 상권도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지역 상권 자영업자들은 몸으로 체감될 정도로 손님 숫자가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영자(가명) 씨는 “단골이던 삼성 손님들이 요즘 회식을 잘 안 하는지 못 본지 오래다”며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될 당시에 자주 오다가 조금씩 뜸해지더니 요즘엔 아예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바(BAR)를 운영하는 김주미(가명) 씨는 “옛날에는 그래도 팀 단위로 회식을 한 후에 2차로 간단하게 맥주를 즐기러 오는 삼성 손님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확실히 잘 안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실적이 안 좋아서 회식비나 성과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다른 회사에 다니는 손님들 덕에 근근히 버티고는 있지만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보니 장사할 의욕도 많이 떨어진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평택·동탄신도시 지역 상권 불황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기업의 낙수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서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며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인근 자영업자 등의 가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평택이나 동탄신도시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삼성효과’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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