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에 국내 산업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 경쟁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됨과 동시에 중국 공급망 사용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증가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 수입품 수입품들을 대상으로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 밝히며 미-중 무역전쟁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관련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전기차, 배터리, 태광양 패널, 의약품, 철강·알루미늄 등 총 18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존 관세에서 대략 2~4배 올라간 수치로 사실상 수입 정도로 올리며 사실상 수입 금지 수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 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반칙이다”고 관세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맹렬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한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자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 국가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경쟁국인 중국 기업들의 타격이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영향을 점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반사이익 등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번 조치로 인한 중국의 대응 및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며 “국내 업계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등 국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지난 14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 자리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우리 기업에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이번 관세 인상 타깃이 중국이라 일부에서는 우리에게 어부지리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에 낙관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은 향상됐지만 중국 수출 및 수입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자칫 미중 갈등의 불씨가 튀어 대중 무역에 악영향도 끼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 진출한 한화 큐셀은 중국 회사를 공급사로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계 표적이 된 상황이다. 미국에서 지원 및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에서 중국 공급사를 택한 것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취지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다.
존 바라소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 기업과 중국 공산당은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을 단 한 푼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중 관세전쟁이 국내 산업계에 마냥 낙관적일 수 없다고 우려한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증가 범위가 부품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 희망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초당적 중국 때리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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