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권리 챙기라고 돈 냈더니 왜 권력싸움만 하나요”
“근로자 권리 챙기라고 돈 냈더니 왜 권력싸움만 하나요”

 

▲ 최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선 집행부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의 설립 목적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 향상’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권력투쟁만을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정권 퇴진 피켓을 내걸고 집회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로자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번 총파업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총파업의 목표이자 명분으로 내 건 사안들이 민주노총의 설립 목적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 향상’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권력투쟁의 성격만을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목표로 ‘윤석열정권 퇴진’을 내걸었다.

 

정당 같은 노조단체 민노총, 정권퇴진 내걸고 ‘이름만 총파업’ 전개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15일까지 2주간 총파업을 전개한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권 퇴진의 대중적 분위기 확산 △최저임금 인상과 노란봉투법 입법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관철 △노조 탄압과 노동 개악, 친재벌·반노동 폭주 저지 △총선 전 노동자 정치 세력화 등을 이번 총파업의 목표로 내걸었다.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 신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안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의 목적이 ‘정권퇴진 투쟁을 통한 반정부 분위기 확산’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사전 기자 간담회에서 “전통적인 파업의 목적은 사용자 이익 축소를 통해 노동자가 이익을 얻는 것인데 이번엔 윤석열정권을 향해서 하는 파업이다”며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총파업 시작일인 어제(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총파업은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대중화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다”며 “수능의 킬러문항이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정권이 킬러다. 노동도 민생도 민주주의도 교육도 먹거리도 파괴하는 윤석열정권이야 말로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킬러정권이다”며 반정권 인식을 노골화했다.

 

 

▲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15일까지 2주간 총파업을 전개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의 목적이 ‘정권퇴진 투쟁을 통한 반정부 분위기 확산’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사진은 윤석열정부 규탄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뉴시스]

 

이어 “대통령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사용하도록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노동자 탄압과 민생·민주·평화 파괴에 사용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 120만명이 단결해 윤석열 정권을 몰아내고 노동 중심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주간 4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하고 20만 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고 겁박했다.

 

민주노총 지역 본부도 반정부 선동에 가세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윤석열 정권은 간접고용·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 등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본부는 “자본 독재사회를 만들기 위해 첫 번째 공격 대상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으로 정하고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5일까지 산별노조마다 돌아가며 파업하고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 주중·주말 집회 등을 연다. 민주노총의 산별 노조인 택배노조, 보건의료노조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배송이나 보건의료 분야 인력공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모두 네 차례 열릴 것으로 파악하고 155개 경찰부대 약 9천3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5∼8시 집회와 행진에 대해서는 주최 측에 금지를 통고했다.

 

민노총 반정권 투쟁에 산하 노조 조합원들 공분…“왜 우리 돈 써서 정치질 하나”

 

민주노총이 ‘반정권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노조탄압’을 언급하곤 있지만 소속 조합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의 목표를 ‘반정부 분위기 유도’로 내세운 만큼 노골적인 정치투쟁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총파업의 목표이자 명분으로 내 건 사안 대부분 노조의 설립 목적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 향상’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목적 달성의 성격만을 띄고 있는데 대해 분노감과 배신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민주노총이 ‘반정권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노조탄압’을 언급하곤 있지만 소속 조합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의 목표를 ‘반정부 분위기 유도’로 내세운 만큼 노골적인 정치투쟁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차량시위를 전개하는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조합원들. [사진=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업체 소속 근로자는 “우리 회사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속해 있다 보니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되고 매 달 돈도 내고 있다”며 “그동안은 우리의 처우 개선과 권리 신장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노조에 낸다 생각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민주노총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이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정권투쟁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또 총파업을 하려면 이런저런 비용이 들어갈텐데 결국 우리 돈 아니냐”며 “나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는데 왜 내가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는 정반대의 정치 활동에 돈을 내야 하나. 정치투쟁에 나서는 이유로 이런저런 명분을 대긴 했지만 결국엔 권력싸움이나 정치선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고 힐난했다.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노조 소속의 한 조합원은 “우리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어도 노조 활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찬반투표를 실시해 결국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며 “당시 탈퇴에 찬성하긴 했지만 내심 앞으로 처우가 이런 거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에 정권투쟁 목적의 총파업을 벌이는 것을 보고 탈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제조업체에 재직 중인 근로자는 “민주노총이 환경단체나 정치단체도 아니고 도대체 일본 후쿠시아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 반대를 위해 파업을 왜 벌이나”라며 “파업 자체가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나 권리 신장 등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인데 그럴거면 차라리 총파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정치집회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권투쟁을 앞세운 총파업을 두고 내부에서 회의적 반응이 잇따르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성격과 탄생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권력추종 행보로 인한 내부 조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치에 다다랐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뉴시스]

 

이어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을 보자니 정말 가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분명 우리 같은 하위 단체 소속 기업 조합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될 텐데 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돈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 회사 노조에서 민주노총 파업이야기가 나온다면 적극 찬성할 예정이다”며 “민주노총은 노조단체라고 하기 보단 정치집단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권투쟁을 앞세운 총파업을 두고 내부에서 회의적 반응이 잇따르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성격과 탄생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권력추종 행보로 인한 내부 조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치에 다다랐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일찌감치 내부 조직원들의 불신임으로 인한 조직력 악화는 민주노총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 사안으로 지목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한 원로인사는 “이번에 실시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좀 많이 나간 느낌이 든다”며 “노동자 권리 신장을 위해 노동계의 정치활동 참여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본다 해도 노골적으로 한 쪽 편에서 다른 쪽을 규탄하는 행위는 누가 봐도 정치참여가 아닌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권력투쟁에 몰입하는 인식이 각인될 경우 내부에서의 반발과 세력의 약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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