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재집권, 한화·현대차 등 韓기업 수출 적신호
에르도안 재집권, 한화·현대차 등 韓기업 수출 적신호

[현장은 지금<216>]-튀르키예 대선 여파(下-수출) 에르도안 재집권, 한화·현대차 등 韓기업 수출 적신호

천연가스, 원자력 에너지 자립…한화 태양광 산업 악재 우려

르데스크 | 입력 2023.06.05 15:20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사진은 당선후 지지자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에르도안 페이스북 갈무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튀르키예 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린 에르도안 정권 심판을 전망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에르도안 정부의 정책 행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은 물론 국내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튀르키예가 경제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튀르키예는 현재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에 빠져있다. 금융분석 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이후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선 직후인 29일 기준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20.0827리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튀르키예 물가는 최고 85%를 기록했고 지난달 인플레이션 비율도 44%에 달했다. 국가 신용도도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있다. 튀르키예 신용부도스와프(CDS)는 490bp에서 676bp로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경제가 나락으로 빠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에르도안의 경제 정책을 지적한다. 에르도안이 펼쳤던 완화적 통화·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제난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거기에 2월 대지진까지 겹치며 튀르키예 경제 상황은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이다”며 경제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IMF는 튀르키예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5.6%에서 올해 2.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에르도안이 금리 인하와 포퓰리즘 정책을 지속한다면 튀르키예 경제는 가망이 없다고 설명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천연가스 무상 공급, 조기 연금 수령,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활용한 것이 득표로 연결되었으나 이는 형후 고물가 제동에 걸림돌로 작용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에너지 자립 정책, 한화 태양광 산업 적신호

  

▲ 한화는 튀리키예에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설립한 국내 기업이다. 주로 태양광 사업을 위해 진출했는데 에르도안의 에너지 정책은 천연가스와 핵발전소에 집중돼 있다. 사진은 한화 큐셀 태양광 패널. [사진=한화]

 

 

 

튀르키예의 경제 악화는 국내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한-튀르키예 교역·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튀르키예 무역수지는 66억3400만달러(한화 약 8조7500억원)로고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경제력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 수출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에르도안의 경제 정책들 또한 국내 기업에게 위협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현지화’ 정책이다. 에르도안은 산업 대외의존도 하락과 중간재 현지화 정책을 내세우고 나섰다. 이를 통해 가장 우려되는 기업은 ‘한화’와 ‘현대자동차’다.

 

한화그룹은 튀르키예 진출에 가장 공을 들이는 기업이다. 한국CXO연구소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그룹 중 한화가 튀르키예에 세운 해외 계열사만 27개로 가장 많다. 주로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이다. 튀르키예에 많은 공을 쏟는 만큼 한화그룹은 지난 2월 대지진 당시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70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역시 한화와 지금까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2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당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심사 대상국 중 첫 승인해 줬다. 튀르키예가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의 첫 단추를 꿰매준 덕분에 영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심사국들의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이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한화와 튀르키예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이제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먼저 에르도안의 에너지 정책은 한화그룹의 대척점에 있다. 에르도안은 흑해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소 확대 등 에너지 개발로 외국 의존도 하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태양광 산업에 공을 쏟은 한화 입장에서는 비보일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 중간재 '현지화' 선언전기차 대전환 시기 독립 의지

 

▲ 튀르키예는 유럽의 자동차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자동차 공장이 진출해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에르도안은 중간재 현지화를 통해 자동차 국산 자동차 산업 부흥을 추진중이다. 사진은 튀르키예 현대자동차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에게도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는 한화에 이어 튀르키예에 두 번째로 많은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또 튀르키예에는 현대자동차의 첫 해외 생산기지가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2014년 튀르키예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만 100만대가 넘어간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 2월 대지진 당시 튀르키예에만 180만 달러 규모의 구호성금을 지원했다. 튀르키예 현지 현대자동차 법인(HAOS)은 절단기와 그라인더, 위생용품 등 구조활동에 필요한 품목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지원했다.

 

현대자동차에게 있어서 튀르키예는 그 어느 곳 보다 중요한 나라다. 튀르키예는 지중해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걸쳐있는 무역 요충지로 이스탄불 산작테페 지역 ‘포드 오토산 연구개발(R&D) 센터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르노, 벤츠, 포드 등 14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튀르키예에 생산 공장이 모여있다. 저렴한 인건비에 지정학적 요충지, 물리비 덕분에 튀르키예는 유럽의 자동차 공장으로도 불린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세연이화 등 여러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납품을 위해 튀르키예에 현지 법인을 세운 상태다. 튀르키예 자동차 산업은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차를 조립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튀르키예 자체 자동차 기업은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에르도안이 중간재 현지화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건 것이다. 거기에 주요 산업 대외의존도 하락까지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자동차 산업을 현지화 시키겠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전부터 튀르키예 자동차 현지화를 꿈꿔왔다. 2018년 튀르키예 소비재 기업, 철강사, 통신사, 가전 기업, 증권거래소 등이 합작해 만든 ‘토그(To-gg)’라는 기업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토그의 첫 프로토 타입 공개석에서 “튀르키예의 60년 묵은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토그의 첫 사전 주문 손님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대는 튀르키예의 자동차 자립을 이룰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기차 전환시대에 맞춰 해외 기업들을 압박하며 자국 자동차 기업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튀르키예 토그는 이미 2020년부터 전기차 생산 시설 건설을 시작했고 올해 7월 가동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튀르키예의 자동차 자국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으로 국제 정세와 경제가 요동치는 만큼 튀르키예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친미와 친중으로 세계가 양극화되는 시점인 만큼 외교를 통해 ‘반미 자국주의’인 에르도안의 정책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튀르키예 경제 지속가능성을 부활시켜 경제 협력을 높이는 게 국내에도 유리하다”며 “그런데 에르도안은 인기 영합적인 경제 정책으로 터키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자신의 독재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제정책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터키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국내 입장은, 케말이 당선되는 것이 더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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