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냐 친미냐”…튀르키예 대선 결과에 10兆 수출시장 촉각
“친러냐 친미냐”…튀르키예 대선 결과에 10兆 수출시장 촉각
▲ 튀르키예 대선이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뽑히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있다. 투표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영향이 있는만큼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차 선거당시 튀르키예 거리. [사진=AP/뉴시스]

 

튀르키예 대선 투표 결과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튀르키예가 미국·EU 등 친서방 세력에 들어갈 지 아니면 러시아·중국과 함께 할 지 여부가 대선 결과에 달려 있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나가면 친러·친중으로, 야권 주자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로 정권이 교체되면 친서방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튀르키예는 흑해를 끼고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위치한 국가인 만큼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국가다. 국제 정세에 요충지인 만큼 미국과 러시아, 중국, EU 등이 모두 이번 대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려면 튀르키예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흑해 진출을 막기 위해 튀르키예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튀르키예는 국제 정치적·외교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도 튀르키예는 무역흑자 국가로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진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만큼 튀르키예 대선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무역흑자 8조7500억원튀르키예 대선, 국내 기업에도 중요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한-튀르키예 교역·투자 동향’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무역 흑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튀르키예 수출액만 77억2300만달러(한화 약 10조1800억원)으로 2018년 47억9100만달러(한화 약 6조3000억원)에서 약 4조원이나 증가했다. 또 지난해 무역수지는 66억3400만달러(한화 약 8조75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47억9100만달러(한화 약 6조3193억원)보다 약 2조4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상품 총 교역액도 91억1000만달러(한화 약 12조원)로 2012년 대비 74.4%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철강판, 석유 화학 합성 원료, 의약품,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등이 있다.


튀르키예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튀르키예 진출 국내 법인은 199개로 2018년 170개 대비 29개 늘었고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이 세운 해외 법인만 70곳이다. 2022년 공정위 공시기준 76개 대기업 중 19곳이 튀르키예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한화 그룹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9곳, CJ 8곳, 삼성 4곳, SK 3곳, LG 3곳 순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는 무역 흑자국이자 국내 대기업 다수가 진출한 국가인 만큼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진영 양극화가 시작된 만큼 튀르키예 대선에 따른 행보가 국내 경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반미친러, 20년 장기집권 에르도안 대통령…국내 기업에게 악재

 

▲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차 선거에서 49.52% 득표율을 기록했다. 에르도안 재집권시 이전과 다른 친러, 친중 노선을 밟고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펼칠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앙카라의 당 본부에서 연설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AP/뉴시스]

 

현 튀르키예 대통령이자 여권 후보인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지도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년 동안은 외교적으로 비동맹 즉 중립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평가받는다. 중립을 지향했던 만큼 러-우전쟁때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협력을 하는 등 미국과 EU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행보를 보이며 최근에는 반미친러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에르도안 당선 시 대한민국과 무역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도안의 정책들은 ‘반미’와 ‘보호무역’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에르도안은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내걸었다.


에르도안이 내걸고 나온 경제 정책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반갑지만은 않다. 가장 먼저 중간재 현지화 강화와 대내외 의존도 약화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국내 튀르키예 주요 수출품에는 부품, 화학 합성 원료, 철강판 등 중간재가 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에르도안이 중간재 자국화를 시행한다면 국내 기업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방위 산업에 있어서는 100% 자국화를 추진하는 만큼 한화를 비롯한 방위 업체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의료품도 마찬가지다. 에르도안이 공을 쏟고 있는 정책은 ‘의료 서비스’다. 에르도안은 62억 달러 규모의 병원 건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의료 강국 도약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의료기기와 약품에서도 자국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의료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르도안의 에너지 정책 부문에서도 호재는 찾아볼 수 없다. 에르도안의 에너지 정책은 신재생 에너지 의존을 줄이고 러시아와 흑해 천연가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에 맞춰져 있다. 이 또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법인을 설립한 한화 입장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악화다.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좋아져야 무역에도 차질이 없어지는데, 에르도안의 경우 이미 튀르키예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더 도움이 되는 후보는 튀르키예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부활시켜서 경제협력을 높여야 한다”며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말 클르츠다로울루…친미·무역증진 정책, 국내 기업에 유리

 

▲ 야권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달리 친미 외교정책과 무역증진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튀르키예 진출에도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튀르키예 국부로 평가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묘지를 방문한 케말 클르차다로울루. [사진=클르츠다로울루 페이스북 갈무리]

 

에르도안 대통령의 상대로 나온 공화인민당 대표이자 야권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앙카라 가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치인이자 경제학자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반대로 친미·친서방 성향이 강한 국제주의자다. 중산층과 세속주의자, 쿠르드 족 등 소수민족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1차 선거에서 지지율 44.88%로 에르도안(49.52%)보다 약간 낮았다.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정치·외교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에르도안과 차이가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는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에르도안이 친러주의 보호무역을 고집했다면 클르츠다로울루는 친서방에 국제무역을 증진 시키자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에르도안보다 클르츠다로울루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에르도안과 반대로 클르츠다로울루는 무역 증진과 협정 강화 그리고 외자유치 확대 정책을 내걸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중소기업 세금혜택, 교육 프로그램, 금융 대출, 무역협정 추진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튀르키예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은 현지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고 협정을 통한 무역 증진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국가 주요 산업로는 농식품을 뽑으며 글로벌 식량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천연가스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추구한다. 클르츠다로올루는 2030년까지 풍력 1만8000MW, 태양열 3만5000MW 등 총 5만6000MW 재생 에너지 생산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이는 태양열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맡고 한화에게 있어서는 클르츠다로울루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국제적 관계에 있어서도 클르츠다로울루는 친미·친서방 노선으로 국내와 무역·산업 협력과 교류를 더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클르츠다로을루의 경우 정책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세부 정책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내용은 많지 않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튀르키예와 중장기적인 경제 협력을 모색하기에는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 케말 클르다로울루 원하지만…현실은 에르도안 우세


종합적으로 국내 기업과 무역에 더 도움이 되는 후보는 무역 증진과 친미 행보를 걷고 있는 케말 클르츠다로우다. 다만, 에르도안이 근소한 차이로 클르츠다로울루보다 앞서고 있다. 지지도 3위로 결선투표의 캐스팅보트였던 시난 오안 승리당 후보가 에르도안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난 오안은 지난 1차 선거에 5.17% 득표율을 기록했다. 에르도안 득표율과 합치면 이미 54.71%로 과반을 넘어간다. 이미 세계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큰 변수가 없다면 에르도안의 당선을 점치고 있다.


에르도안의 승리 확률이 더 높은 만큼 튀르키예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케말 클르츠다울루가 대한민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되지만 아쉽게도 에르도안의 당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르도안은 최근 인기영합적인 경제정책으로 터키 경제를 몰락시키고 자신의 독재체제와 유사한 러시아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북한 김정은 정권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합리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정치·경제·외교 적으로 더 유리하지만, 현재 상황은 에르도안으로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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