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만 하고 내리진 않네”…비싼 빵값에 치솟는 소비자 불만
“오르기만 하고 내리진 않네”…비싼 빵값에 치솟는 소비자 불만

 

▲ 국내 빵값이 해외와 비교해 2~3배 가량 비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빵을 먹음에도 인플레이션마다 급등하는 빵값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베이커리에서 판매중인 빵들로 바게트 4800원, 호밀빵 47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르데스크

  

‘크루아상 4000원, 베이글 4500원, 바게트 4500원, 식빵 5000원, 조각 케이크 8000원’ 국내 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표다. 우리나라의 빵값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발 빠르게 빵값을 올리는 반면 인하 요인이 발생할 땐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다보니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세계 주요 133개 도시 중 빵 1kg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서울을 꼽았다. 당시 서울 평균 빵 가격은 15.59달러(한화 약 2만원)으로 뉴욕(8.33달러), 파리(5.66달러), 오사카(5.2달러), 홍콩(3.91달러)보다도 적으면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더 비쌌다.

 

국내 빵 가격은 최근까지도 계속 상승 추세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5.2%에서 지난달 3.7%로 떨어지는 추세다. 반면 빵 물가 상승률은 1월 14.8%, 2월 17.7%, 3월 10.8%로 여전히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 오리건에 거주 중인 토니 리(Tony Lee)씨는 대한민국 빵 가격을 듣고 “여기도 빵 가격이 싼 편은 아닌데 한국은 정말 비싼 것 같다”며 “미국에서 비싼 베이글 가계가 1.99달러(한화 약 2600원)이고 일반 베이커리에서는 1달러나 1.5달러에 먹을 수 있는데 일반 베이글이 4000원은 너무 비싸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빵이 주식이기에 쉽게 인상하지 못한다. 빵 가격을 올리면 생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주원료 밀 자급률 0.7%, 동네 빵집부터 프랜차이즈까지 줄인상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국내에서 빵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의 주요 원료인 밀의 국내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밀 수입량만 260만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빵 원료 의존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국제 소맥 가격이 오를 때마다 국내 빵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기후 온난화로 국제 소맥 공급 문제로 빵값이 크게 올랐다. 다행히 최근 소맥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지만 빵 가격은 여전히 올라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공과금 그리고 슈거플레이션까지 겹쳐 빵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김명길(60·가명) 씨는 빵값이 비싸지만 막상 운영해 보면 베이커리 측에서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빵값이 비싸다는 건 이해하지만 재료비와 인건비,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막상 남는 돈은 별로 없다”며 “최근 밀값이 잡히나 싶더니 기후 온난화로 이번에는 설탕값이 오르고 가스 전기세까지 올라 빵값은 내리기 힘든 실정이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때마다 가격 인상, 재료비 내려도 인하는 지지부진

 

업계에서 빵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다. 바로 ‘재료비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소맥 가격이 크게 오른 건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7월 이뤄진 흑해 협정으로 올해 국제 소맥 거래 가격은 1부셸당 612달러로 전년 대비 43% 낮아졌다. 사실상 밀가루 가격은 전쟁이 터지기 전인 2021년도로 돌아간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빵값은 오히려 인상된 것이다.

 

원재료 값이 내려감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제과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빵을 즐겨먹는 직장인 최지현(27) 씨는 “흑해협정으로 다시 원료값이 내려갔는데 왜 제품 가격은 같이 내려가지 않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빵 몇 개만 사도 만원이 훌쩍 넘고 2만원씩이나 나가서 최근에는 대형마트에서 싼값에 빵을 구매하고 있는데, 빵 가격이 좀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빵값 상승의 주 원인인 밀 인플레이션이 끝나고최근 202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밀 가격은 안정화 추세다. 분제는 밀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슈가플레이션으로 빵 가격이 다시 인상 기류가 보이고 있다. 사진은 베이글집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베이글로 기본 베이글 3500원 그밖에 베이글은 모두 4000원 이상이다. ⓒ르데스크

  

물론 제빵업계에서 지속적 인상에 대한 근거가 없지는 않다. 소맥이 정상화됐음에도 그 밖에 제빵에서 많이 쓰이는 우유와 설탕 그리고 공과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설탕은 최근 최대 생산지 인도의 이상 기운으로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슈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나날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DP 따르면 올해에만 설탕 가격 지수가 27.9% 급등했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우유 가격 역시 상승했다. 지난해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유 가격을 L당 49원 이상했다. 11월에는 우유회사들이 원유 가격 상승을 이유로 우유 가격을 약 7% 인상했다. 그로 인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올라갔다.

 

그럼에도 국내 빵값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우유와 설탕 가격이 올랐어도 폭등했던 주원료인 소맥이 정상화됐고 재료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올리고 막상 인플레이션이 끝나도 가격은 동결인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최 씨는 "원료 가격 상승 때는 인상하고 하락할 때는 동결하면서 계속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는 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 같다"며 "빵뿐만 아니라 치킨 등 일부 식품업계가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단합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 논리를 어기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또한 인플레이션 때마다 상승하는 제빵업계에 대해 “이전부터 밀 가격이 이상할 때만다 빵 가격도 함께 올라갔다”며 “설탕의 경우 주재료도 아니고 전반적인 물가는 안정된 상황에서 설탕, 우유, 계란 등 모든 재료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인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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