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바꿨더니 역대급 실적, 보험사 IFRS17 신뢰성 도마
회계기준 바꿨더니 역대급 실적, 보험사 IFRS17 신뢰성 도마
▲ 국내 보험업계의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크게 성장하지 못한 기초 체력에 비해 재무 상태가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새 회계기준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 역시 커져 이익 부풀리기 논란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보험업계가 1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기초 체력에 비해 재무상태가 과도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새로운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보험업계에 적용됐는데, 일부 건전성 항목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실적 부풀리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

 

생보·손보 1위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화재 CSM 보험업계 전체 1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생명으로 79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123% 가량 증가한 수치다. 삼성생명에 이어 교보생명 4492억원, 한화생명 3569억원, 동양생명 1565억원 등 순으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호실적의 배경엔 새롭게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17이 지목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기준으로 올해 처음으로 보험업계에 도입됐다. 지난해까지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한 이익 계산을 통해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IFRS17의 도입으로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IFRS17의 도입 이후 보험사가 손해율과 유지율을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비슷한 보험 계약 건에 대해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예상해 이익을 산정할 때, 고객이 보험금을 적게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익을 더 많이 잡아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험사의 경우 건전성 악화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만큼 세부적인 회계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이에 더해 바뀐 기준으로 인해 CSM(계약서비스마진)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유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 신계약 CSM 규모는 846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연간 3조원에서 3조5000억원 규모의 신계약 CSM 유입이 전망된다. CMS는 보험계약으로 발생 손익 중 실현되지 않은 손익을 측정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 계약과 동시에 이를 부채로 인식해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평가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새로 적용한 IFRS17은 짧은 기간을 거쳐 나온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 나온 회계기준이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바뀐 규정에 맞춰서 실적 평가를 내렸을 뿐인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삼성생명은 업계 1위에 걸맞게 고객들로 하여금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품 개발 중이며 그 어떠한 눈속임도 하지 않는다”며 “실적을 부풀려서 호실적을 통해 고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권모술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해보험사 역시 최고의 분기를 맞이한 가운데 전자공시시스템의 각 손해보험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5801억원을 기록한 삼성화재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삼성화재의 올해 3월 말 기준 CSM은 전년 말 대비 5.2% 증가한 12조3500억원으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화재에 이어 DB손해보험 4060억원, 메리츠화재 4047억원, 현대해상 3336억원 등 순으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손해보험은 호실적 기조에도 불구하고 8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1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로 바뀐 기준을 악용해 실적을 부풀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동사는 2분기에도 높은 CSM 규모를 바탕으로 장기보험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 추세를 이어날 것이다”며 “최근 많은 언론사에서 실적 부풀리기에 관해 질문이 많은데 왜 동사가 그런 의혹의 최전선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CSM 자율성 악용 ‘보험업계 제 밥 그릇 챙기기’…기업 실적 오류 방지 권고

 

▲ 전문가들은 CSM 악용을 통한 기업 실적 오류로 인해 고객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문제가 크다는 평가다. 사진은 민·관 합동 보험권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준비위원회 Kick-off 회의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보험사의 IRFS17 적용 실적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회의적이다. IRFS 산출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르고 모호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실적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CSM 악용을 통한 기업 실적 오류로 인해 고객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문제가 크다는 평가다. CMS는 보험계약으로 발생 손익 중 실현되지 않은 손익을 측정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 계약과 동시에 이를 부채로 인식해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평가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계기준의 변화로 자율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IFRS17 도입 후 가장 큰 변화는 회사 간의 비교가 어려워졌고, 같은 회사라도 이전 년도와의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실적 변화 추이를 통한 분석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 연구원은 “현재 금융당국에서도 IFRS17을 계기로 각 보험사 회계 기준 자율성이 커지면서 CSM 과대 산출에 따른 이익 부풀리기 의혹 제기로 인해 점검에 나섰다”며 “결국 IFRS17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정을 거친 후에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CSM의 자율성이 심화되면서 평가가 과거에 비해 느슨해졌고, 보험사별로 CSM 산출 기준이 다르다보니 실적이 좋지 않아도 CSM을 높게 측정하면 이익이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일부 보험사가 실적 부풀리기에 CSM을 악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몇몇 보험회사들의 제 밥 그릇 챙기기로 인해 제대로 보험료를 수령하지 못해 하소연을 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CSM의 자유도 상향이 보험업계 비용 감소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금융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르면 이달 중 주요 계리적 가정 등에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며 “CSM 악용은 기업 실적에 오류를 야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금융당국에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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