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생색정치 그 후…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었다
최저임금 생색정치 그 후…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었다

[Le view<243>]-청년 울리는 현실괴리 법(法)(⑥-최저임금법) 최저임금 생색정치 그 후…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었다

최저임금 상승➞인건비 상승➞물가상승➞지출확대 연쇄효과 뚜렷

르데스크 | 입력 2023.05.11 16:42
▲ 과거 정부와 노동계 주도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했지만 근로자 실익은 크지 않고 오히려 고용시장의 위축만 불러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저임금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저임금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임금결정이 아닌 밀실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탁상공론으론 법의 목적인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노동계 주도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했지만 근로자 실익은 크지 않고 오히려 고용시장의 위축만 불러온 점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노동계 “월 최저임금 50만원 인상” vs 경영계 “동결 혹은 차등적용”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지난 2일 시작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심의 역시 시작부터 상당한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당초 첫 심의는 지난달 중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와 산업계, 그리고 노동계와 공익위원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행하고 말았다. 첫 심의 역시 각 분야 간에 갈등 정도와 이견만 확인됐을 뿐 논의 자체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역시 갈등의 핵심은 액수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수준을 봤을 때 심의 결과에 따라 지난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시급 1만원’이 현실화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갈등의 정도가 상당한 편이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2.87%➞1.5%➞5.05%➞5% 등이었다.

 

올해 9620원인 최저임금 시급에서 3.95% 이상의 인상률만 확장되면 내년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난 2000년 이후 인상률이 3.95% 미만이었던 해는 2010년, 2020년, 2021년 등 3번에 불과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굵직한 사건이 벌어졌음을 감안하면 올해 인상률이 3.95% 미만이 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더욱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고집하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보다 24.74% 인상한 1만2000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에서 무려 50만원 이상 많은 250만8000원이 된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노동자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반면 산업계는 공공요금 인상과 소비심리 위축, 결정적으로 불안한 경제상황 때문에 인상은 고사하고 동결도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 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은 중소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문제다”며 “높은 최저임금으로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피력했다.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노동계가 파격적인 인상률을 요구하면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의 중재를 거쳐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는 수순을 밟았다. 법에서 정한 이듬해 최저임금 고시 시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6월 말에서 7월 초쯤엔 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순탄하게 결정된 적은 거의 없었다. 자연스레 고시 시점도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상징성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 양상을 봤을 때 올해도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저임금 갈등에 시큰둥한 근로자들 “임금 오르면 뭐하나…물가 오르고 일자리는 줄텐데”

 

그런데 내년도 최저임금 협의 당사자들의 치열한 갈등 양상과는 별개로 정작 일반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과 물가가 연동돼 최저임금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논의에도 별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법 자체가 정치권력이나 노동권력의 생색내기 도구일 뿐 국민 개개인에겐 불필요한 법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을 기준치(100)로 잡았을 때 지난해 9월 한국의 최저임금은 106.6으로 집계됐다. 1년 9개월여 동안 6.6% 상승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실질 최저임금은 98.2에 불과했다. 실질 최저임금은 물가상승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가치를 추산한 개념이다. 즉, 실질 최저임금이 기준치보다 낮다는 의미는 물가가 최저임금에 비해 더욱 빠르게 올랐음을 의미한다.

 

노동계는 이러한 실질임금의 하락 현상을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경영계와 자영업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품가격 인상이 줄을 잇는 고물가 사태의 배경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인건비가 오르면 제품 원가가 상승하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엔 다수가 공멸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경영계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가 오르면 제품 원가가 상승하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엔 다수가 공멸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중식당을 운영하는 양수진 씨(38·여)는 “요즘 채소부터 조미료, 쌀 등 음식 원재료 가격이 다 올랐는데 대부분 인건비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한다”며 “그런 식으로 원재료가 올라가고 가게 운영을 위한 인건비가 또 올라가면 결국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가격을 올리면 아무래도 소비자들 발길이 뜸해질 것이고 우리는 그만큼 원재료를 적게 납품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며 “손님과 우리 매장, 원재료 납품 업체 모두가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강제노역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엔 경제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임금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나상수 대표(45·남·가명)는 “한 5년 전만 하더라도 매 년 신입 직원을 채용했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이후로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지급하는 임금도 그 수준에 맞춰 올려야 하다 보니 기존 직원의 인건비 감당하기에도 급급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마다 매출규모가 다르고 업종 별로 경기 상황이 전부 다른데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해버리니 경기가 좋지 않은 업종은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을 업종 별로 차등 적용 하거나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청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인상과 고용대란 등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정치나 노동 권력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최저임금이 보호하려는 대상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자리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본인의 가치와 협의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게 되므로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불성설이다”며 “결정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 유발과 고용과 생산의 추락,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저해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이젠 최저임금법의 존폐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