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사막서 글로벌 도시로, ‘땅값 폭등’ 반도체공장의 힘
황량한 사막서 글로벌 도시로, ‘땅값 폭등’ 반도체공장의 힘

[현장은 지금<213>]-공장 효과, 현장의 목소리(③-美노스 피닉스 부동산) 황량한 사막서 글로벌 도시로, ‘땅값 폭등’ 반도체공장의 힘

노스 피닉스 TSMC 반도체 공장 설립 수혜 톡톡, 부동산 시세 단기간 2배 급등

르데스크 | 입력 2023.05.23 15:50

 

▲ 고금리 여파로 미국 부동산 시장 역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는 tsmc 파운더리 공장 설립 영향으로 부동산 붐이 일어났다. 사진은 애리조나 도시 전경. ⓒ르데스크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한 고금리 여파에도 미국의 애리조나 피닉스는 역대급 부동산 호황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수십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서다. 공장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인근에 위치한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랐고, 새로운 상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선인장 뿐인 황량한 사막도시의 변화…2~3년 만에 부동산 시세 2배 껑충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오랜 시간 중개업자로 일해온 야린 챈 돌맨(Yalin Chen Dorman) 씨는 최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연 관광지 외에 가치가 전무했던 황량한 사막에 들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덕분에 부동산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돌맨 씨에 따르면 TSMC 공장이 들어서는 노스 피닉스는 그야말로 피닉스시에 끝자락에 위치한 변두리 시골로 선인장만 무성하게 들어선 삭막한 지역이다. 전기와 수도시설도 없이 자연관광지로만 알려졌던 노스 피닉스에 2020년 TSMC가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발표하자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 2020년 tsmc가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에 공장 설립을 공식화한 후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은 최근 3년동안 크게 상승했다. 평균 부동산가격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일하려는 근로자들로 인해 집값도 올랐다. 자료는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 부동산 평균 가격(위)과 평균 집값(아래). [자료=레드핀]

  

돌맨씨는 “피닉스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사로 일했지만 노스 피닉스 지역에 관심을 가진 적은 많지 않았다”며 “도심에서 40분이나 떨어져 있고 선인장만 무성한 황량한 사막이다 보니 제대로 된 인프라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중반 TSMC가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에 공장 설립이 확정되자 수많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당장 지난해 내가 판매한 매물 중 70%가 TSMC와 관련있는 부동산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사막에 이제는 수도와 전기가 들어서고 길도 넓어지는 등 인프라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거래량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노스 피닉스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은 최근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2020년 TSMC가 공장 설립을 공식화한 후 그야말로 폭증했다.

 

미국 부동산 네트워크 사이트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TSMC가 공장을 발표하기 전인 2019년 1월 기준 노스 피닉스 부동산 평균 가격은 27만5000달러(한화 약 3억6800만원)에서 2022년 1월 50만5000달러(한화 약 6억7600만원)까지 급상승했다. 미국의 가장 기본적인 주거 형태인 타운하우스 평균 가격 역시 2020년 1월 19만8980달러(한화 약 2억6500만원)에서 2022년 1월 35만달러(한화 약 4억4600만원)를 기록했다. 짧은 기간 동안 전체 부동산 시세가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올해 3월 기준 노스 피닉스 부동산 평균 가격은 45만달러(한화 약 6억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공장 이전 가격을 생각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이유 또한 이미 거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기에 안정화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TSMC 공장은 2024년 가동될 예정이다.

 

리틀 타이페이와 TSMC 빌리지, 커뮤니티 중심 부동산 호황

 

최근 애리조나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리틀 타이페이(Little Taipei)다. 리틀 타이페이는 말 그대로 리틀 도쿄나 코리안타운과 비슷한 대만인 중심 커뮤니티다. 애리조나에서는 현재 TSMC 관련 업무로 대만인들이 몰려들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리틀 타이페이가 들어설 전망이다. 

 

▲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사막에 tsmc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몰려드는 대만인들로 리틀 타이페이와 같은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리틀 타이페이와 tsmc 빌리지가 공장에 이어 다시 한번 부동산을 부흥 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애리조나 노스 피닉스 도로 공사 현장으로  그 밖에도 피닉스시는 수도·전기 등 이전에 없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피닉스시]

 

리틀 타이페이가 들어선다면 애리조나 주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특정 커뮤니티가 모이면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며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개발로 이어져 공장에 이어 새로운 부동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애리조나 주립대를 졸업하고 피닉스에 거주중인 미셸 우(Michael Wu·여) 씨는 “미국 중부에 위치한 만큼 애리조나는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했다. 바로 옆 캘리포니아만 봐도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언제나 부러웠다”며 “애리조나에도 리틀 타이페이가 들어선다면 도시에 큰 활력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틀 타이페이와 함께 주목받는 부동산 이슈로는 ‘TSMC 빌리지’가 있다. TSMC 빌리지는 파운더리 공장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직원 거주 단지다. TSMC가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리틀 타이페이와 달리 TSMC 측에서 공인한 주거 단지로 마트와 주유소,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스포츠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리틀 타이페이와 TSMC 빌리지가 가까운 지역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상당수의 대만인들은 TSMC만을 위해 애리조나로 이주하는 만큼 그들을 중심으로 인근에 커뮤니티가 형성될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코리아타운이나 리틀도쿄와 같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커뮤니티는 해안 도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래서 중부 사막에 리틀 타이페이가 들어서게 된다면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도 리틀 타이페이와 TSMC 빌리지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애리조나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TSMC 파운더리 공장에 이어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와 상권이 부동산 2차 부흥을 견인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셸 장(Michelle Chang)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TSMC를 지원하는 40개 기업과 시설이 피닉스에 설립될 예정이라 부동산 가격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대만 기업들이 애리조나로 이전이 완료되면 리틀 타이페이 형성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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