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청년 임차인들…월세 대신 관리비 인상 꼼수 성행
서러운 청년 임차인들…월세 대신 관리비 인상 꼼수 성행
▲ 최근 월세를 구하고자 하는 세입자들은 관리비 인상에 골이 아프다.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임대인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월세 상한제의 도입으로 월세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 관리비 비교 자료 공개를 유도하는 등 함부로 관리비를 급격하게 올릴 수 없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한 빌라 단지. ⓒ르데스크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연간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되자 이를 피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는 꼼수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아 당장 이사할 곳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 사이에선 관리비 꼼수인상으로 인한 피해를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다보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르데스크 취재 결과, 현재 부동산 시장은 월세를 인상하기보다 관리비를 급격하게 올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관악구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관리비를 올리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리비는 세부 내역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월세는 상한선이 있는 반면, 관리비는 상한 규제가 없다. 월세 30만원에 관리비 20만원으로 관포 50만원인 집들도 여럿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 40만원에 관리비 5만원인 집도 월세는 안 올리고 관리비를 20만원으로 올린 집도 있다”며 “집을 알아볼 때는 관리비를 포함한 가격을 위주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월세상한제로 월세를 올릴 수 없으니 관리비를 인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임차인은 기존 월세가 27만원, 관리비는 4만원을 내며 관리비 포함(관포) 31만원에 세를 살고 있었다. 그런데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관포 40만원을 요구했다. 월세와 관리비의 인상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관포 가격만을 문자로 통보했다.

 

▲ 월세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리비를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전월세상한제로 월세를 올릴 수 없으니 관리비를 인상해 인상 폭을 대폭 늘린 꼼수라고 지적한다.[사진=독자제공]


임차인 박지현(23‧여‧가명) 씨는 “관포 31만원에 세를 들어 살다가 최근 집주인이 전세로 계약 조건을 바꾸려고 한다”며 “전세를 살기 어려우면 월세로 내도되는데 월세를 40만원으로 올릴테니 고민해보라고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월세에 살고 있는데 전세금을 마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월세가 갑자기 9만원 오르는 건 너무 부담이 크다. 관리비 자체가 수도, 인터넷만 포함인데 갑작스레 올리니 당황스럽다. 관리비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토로했다.

 

임대차보호법 중 하나인 전월세상한제는 기존 계약 연장 시 월세 인상은 5% 상한이 적용된다. 월세가 27만원인 경우, 5%를 적용하면 1만3500원을 올릴 수 있다. 월세 재계약 시 상한선은 28만3500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한제가 월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관리비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할 경우에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재계약 시에만 적용된다. 재계약의 경우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계약 임대료의 5%로 제한하는데 만약 5%를 초과해 계약했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무효이며 임대료를 반환 청구할 수 있다. 기존 계약자체가 무효는 아니다.

 

각 지자체가 임대차 시장 여건을 고려한 조례로 법정 임대료 상한선인 5% 아래로 지정비율을 낮춰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임대인이 타인에게 소유권을 넘겨도 기존 계약은 연결 가능하고 5% 상한도 적용된다. 그러나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협의사항임을 인지해야 한다. 5% 인상을 임차인이 거부할 경우에도 임대인은 계약갱신을 해야 하고 임대료 5% 인상 또한 강제할 수 없다.

 

월세는 올리고 세금은 피하고…“월세 30만원, 관리비 20만원”

 

▲ 정부는 그간 대략적으로 파악됐던 전월세 거래 현황을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관리비 인상으로 월세를 30만원 이하로 하고 관리비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전월세신고 대상에 속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르데스크

 

임대인들이 전월세신고제를 회피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원 초과,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주택 소재지 관할기관에 의무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중도금, 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사항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임대인들이 전월세신고를 회피하는 이유는 월세를 올려받고 싶지만 추가로 임대소득세를 내는 건 회피하기 위해서다. 계약 당사자들의 인적정보, 임대료, 임대기간, 임대목적물 정보 등 임대차계약 정보를 확보하면서 정부가 계약정보를 소득세‧건강보험료 등을 추가 부과하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편법 월세 인상에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집을 구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월세를 구하던 대학생 김태균(24‧남‧가명) 씨는 “월세 30만원 원룸을 구하러 갔는데 관리비만 20만원이 되다 보니 결국은 관포 50만원이었다”며 “이제는 들어갈 때 관포 가격으로 40만원을 먼저 이야기한다. 관포 30만원으로는 집 자체를 구할 수 없었다. 첫 자취여서 그런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고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관포 40만원인 집들도 대부분 반지하여서 지상으로 가고자 하면 지역을 옮기든 월세 가격을 올려야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부족해 월세를 올리진 못하고 지역을 옮기자니 부담돼 결국 반지하 신세를 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월세신고제는 내달 1일부터 2년 간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2021년 6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서의 혼선 발생 등을 이유로 1년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5월에는 정부가 국민 부담 완화와 전국 각 지자체의 행정 여건 등을 이유로 1년 추가 연장을 발표했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는 계약내용을 의무 신고하지 않는다면 보증금과 월세에 따라 최소 4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허위 내용을 신고하면 보증금 등의 금액과 관계 없이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정부, 깜깜이 관리비 해소 나선다…"관리비 비교 자료 공개 유도해야"

 

▲ 정부에서도 깜깜이 관리비에 대한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월세 상승세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비가 인상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깜깜이 관리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세부내역 표시가 없어 관리비를 인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사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청년들과 간담회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정부에서도 깜깜이 관리비에 대한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월세 상승세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비가 인상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깜깜이 관리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세부내역 표시가 없어 관리비를 인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년 간담회에서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들이 많이 사는 원룸, 오피스텔 등은 관리비를 집주인 마음대로 받는 이른바 ‘깜깜이 관리비’, ‘고무줄 관리비’ 문제가 있다”며 “임대인이 부당한 관리비를 징수하지 않도록 청년들이 관리비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는 관리비 세부내역 표시방안, 임대차계약서 상의 관리비 항목 구체화 방안,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설명 강화 및 플랫폼 업계와 협력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관리비 세부내역 표시, 임대차계약서 상의 관리비 항목 구체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설명 강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플랫폼 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관리비 비교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지자체의 각 지역별 청년세입자 모임(단체)나 대학별 총학생회 산하 관리비조사위원회 조성 시 운영비나 보조금 지급을 통해 대학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부과된 관리비 비교 자료 공개 유도로 임대인들이 함부로 관리비를 비정상적으로 올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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