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유’ 한미 워싱턴선언 두고 여야 온도차…“환영” vs “재검토”
‘핵공유’ 한미 워싱턴선언 두고 여야 온도차…“환영” vs “재검토”


▲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SSN-761 스프링필드가 지난 2월26일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이 사실상의 ‘핵공유’로 평가한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등을 두고 여야가 온도차를 냈다. 여당은 “사실상의 전술핵 재배치”라며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야당은 ‘허수아비’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외교‧안보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당은 “사사건건 비난에만 열을 올리니 한심하다”고 맞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워싱턴선언에 담긴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정례적 한반도 전개 확대를 두고 “사실상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80년대 초 이래 없었던 일로 미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사실상 상시배치해 유사시 한미가 (북한 등에 대한) 응징보복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한미 정상이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이외 별도로 확장억제 관련 별도 문서를 작성하고 발표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 전세계 여러 나라 중 하나의 동맹국에 대해 핵억제 실현을 위해 구체적 플랜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최초 사례”라며 “2006년 이후 (한미) 정상회담에선 확장억제 재확인 수준의 발표가 있었으나 이번에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그 협의그룹을 통해 확장억제 각론을 구체화‧실체화한 건 매우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공동성명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방미 이틀 만에 59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성과도 알려졌다”며 “(한미는) 피로 맺은 동맹으로 시작해 안보‧제조업 중심 협력에서 나아가 이제는 첨단기술‧문화, 각종 정보수집과 공유‧분석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맺어나가는 커다란 외교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워싱턴선언에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윤석열정부가) 진영대결 허수아비를 자처하면서 중국‧러시아 같은 역내 국가를 향한 위험천만한 행동이 국익‧안보에 어떤 충격을 일으킬지 짐작조차 어렵다”고 주장하며 “지금 같은 외교정책으로는 다 잃을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동성명을 두고서도 “역시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지키는 데 실패해다. 윤석열정권의 잇따른 외교참사에 국민과 저희는 참혹한 심정”이라며 “우리 기업‧산업을 지키긴커녕 사실상 미국으로 공장 옮기는 일만 거들었다. 일본엔 퍼주고 미국엔 알아서 한 수 접는 ‘호갱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역공을 펼쳤다. 김 대표는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받는 한미동맹의 퀀텀점프가 이뤄진 이 때 트집잡기에만 혈안이 된 민주당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문재인정권에서 하지 못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못마땅하기라도 한 듯 사사건건 비난에만 열을 올리니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했다.

 

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국익 극대화를 위해 종횡무진하는 대통령을 응원은 못 할망정 ‘아니면 말고 식’ 비난만 계속하는 건 스스로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워싱턴DC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이 오늘 워싱턴선언을 발표하기 하루 이틀 전에 중국에 워싱턴선언을 대략 사전 설명했다”며 “선언이 중국과의 직접적 충돌요인이 아니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비방안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취지로 사전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미정상회담은 현지시간으로 26일 오전 11시15분(한국시간 27일 0시15분)부터 낮 12시35분까지 80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서 47분간 정상회담 모두발언 및 소인수회담을 하고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30분간 확대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합의사항을 공개했다. 특히 확장억제 강화 내용의 워싱턴선언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한미는 북한의 핵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성명과 별도의 문건 형식으로 발표된 워싱턴선언은 △새로운 확장억제 시스템의 구체적 작동을 위한 NCG 창설 △한미의 북한 핵‧전략무기 운영계획 정보 공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 기획‧실행을 위한 방안 정기협의 △한미의 핵위기 상황 대비 도상 시뮬레이션 훈련 발전 △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 증가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이행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이 독자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이 핵공유에 준하는 전력을 제공한다는 게 워싱턴선언 핵심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6일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공유와 계획 매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번 확장억제 플랜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는 “나토의 경우 수십개의 동맹국이 있는데 몇 나라에 전술핵을 갖다 놓고 있긴 하지만 현재 긴장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워싱턴선언은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핵 억제력을 발동시키고 (북한이) 오판해 공격해온다면 신속하고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핵무기까지 포함해 응징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워싱턴선언이 문장상으로는 부드럽지만 한국이 NPT를 준수하고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나라라 할지라도 미국은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을 사용하거나 사용하려 할 때 선제공격으로 그 원점을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미 대통령의 직접적 다짐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선언 외에도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을 위한 공동성명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 신원확인에 관한 정상 공동성명(이상 대통령실과 미 국가안보실 간 체결) △양자 과학기술 협력 공동기술(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간 체결) △한미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과기부와 미 항공우주국 간 체결) 등이 별도 합의문으로 발표됐다.


▲ 지난해 10월 필리핀 루손섬 일대에서 열린 2022 카만닥(KAMANDAG) 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병대 장병이 상륙함 러시모어함 갑판에서 군사교류 일환으로 미 해병 장병들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해병대사령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 △한미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철통같은 양자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실이 27일 배포한 비공식 공동성명 국문 번역본에 의하면 한미 정상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과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며 “양국은 전력생산‧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시설 재건을 위한 것을 포함해 필수적 정치‧안보‧인도적‧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는 북한 내 인권을 증진하고 납북자‧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파리협정 하의 국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하고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약속한다. 디지털 콘텐츠와 클라우드 컴퓨터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증가로 이어질 연구‧개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와 관련해선 “공동 번영‧안보에 대한 의지에 기반한 한미일 3국 협력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내 안보‧번영의 필수요소로서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동남아시아,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확대한다. 특히 메콩 소지역 내에서의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 협력을 제고해나가는 데 대한 공약을 공유한다”고 했다.

 

‘철통같은 양자협력 강화’와 관련해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기업활동에 있어 예측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호혜적 미국 내 기업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한다”며 “2023년을 상징하는 2023명의 한국인, 2023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 교류 이니셔티브에 양국이 공동으로 6000만달러의 재정을 지원한다”고 했다.

 

한편 정상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마련한 국빈만찬에는 한미의 각계각층 유명인사 200여명이 총출동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국빈만찬 초대 손님 명단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소설 ‘파친코’ 작가 이민진, 스노보드 올림픽 금메달 2관왕 클로이 김, 세계 최대 사모펀드 KKR 최고경영자(CEO) 조셉 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계 미국인인 메이지 히로노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은 분홍색‧파란색이 어우러진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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