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그룹(삼성, 현대차, LG, SK 등)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원자력 발전소 세일즈 외교에 동행한다. 총수들은 각자 주력 사업 경제 협력안을 논의하기 위해 합류했지만 각 그룹이 체코 경제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 만큼 원전 수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19일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2박 4일간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페트르 파벨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경제계 인사를 만나 양국 간 산업·무역투자·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최대 48조 원으로 평가되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을 확정 짓고 이를 계기로 한-체코 원전 동맹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번 외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사절단도 함께한다. 국내 4대 기업이 체코 경제에 기여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래서 그룹 총수들의 동행만으로 이번 외교의 최대 숙제인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순방에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한 것은 올해들어 처음이다.
체코 현지인 일자리부터 지역 경제까지 책임지는 K-기업들
국내 기업 중 체코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2008년부터 체코 노소비체에서 공장을 운영중이다. 해당 공장은 유럽 시장의 거점으로 2020년부터 친환경 소형, 중형, SUV인 코나 일렉트릭과 투산 하이브리드(HEV)와 투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체코공장에서 생산한 친환경 모델 역대 판매량은 45만8099대로 50만대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노소비체는 체코 북동부의 작은 도시로 프라하 등 주요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해당 공장의 직원은 3300여명으로 체코 시민권자 비중이 무려 92%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차를 따라 들어온 하청업체까지 합치면 현대차가 창출한 지역 일자리는 1만2000개 이상이다. 현대차 공장이 지역의 주민들의 경제의 상당 부분을 부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역 발전과 공생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유럽 중동부를 강타한 폭풍 ‘보리스’ 피해가 집중된 공장 인근 모라비아실레시아 지역을 돕기 위해 1000만 코루나(한화 약 6억원)를 현지 비영리 단체인 ‘피플 인 니드(People in need)’에 기부했다. 또 홍수 피해 지역의 구호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4륜 구동 투싼 3대와 i30 2대 등 총 5대의 차량도 제공했다.
노소비체 주민들에게 있어 현대차는 지역을 살린 고마운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 체코 공장 현지 직원인 루시(Lucie·가명) 씨는 “지난달 현대차가 열어준 패밀리 데이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현대차 덕분에 고향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반도체 허브를 꿈꾸는 체코에게 있어 핵심 사업 파트너다. 최근 체코는 미국 반도체 업체 온세미컨덕터가 20억달러(약 2조7400억원)를 투입해 체코의 조용한 시골마을 ‘로즈노프’에 기술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반도체 허브로서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까지 체코에 투자를 한다면 유럽에서 반도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무역부 장관은 “반도체는 현대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새로운 기술로 국내에서 더 많은 것을 생산할수록 우리 경제 안보에도 더 좋을 것이다”고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LG도 1990년 체코 프라하에 진출해 활발하게 가전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고객 밀착형 판매전략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LG전자의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인 'LG 올레드 에보'는 체코 소비자 매체에서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또 체코 정부는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LG에너지솔루션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체코 경제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고 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안도 많다”며 “그룹 총수들이 이번 세일즈 외교에 동행한 것만으로도 원전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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