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업자가 체코 정부의 30조원 규모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 경쟁에서 원전 종주국 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원전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투자업계에선 향후 원전 테마주가 추가 상승 동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탈원전 정책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투자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필 전망이다. 특히 투자자들 중엔 한국을 ‘원전 수출 강국’으로 이끄는 데 직·간접적 공로를 세운 고위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30조 규모 ‘체코 원전’ 수주에 원전주 강세…해외 추가수주 가능성에 향후 전망도 ‘맑음’
지난달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체코 정부가 30조원에 달하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건설에 이어 한국 원전 역사상 두 번째 원전 수출이다. 한수원 컨소시엄에는 ▲한수원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했지만 이들 기업에 수많은 하청업체가 존재하는 만큼 사실상 국내 원전업계 전체의 수혜로 평가된다.
덕분에 주식시장에선 원전 관련주로 여겨지는 종목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관련 보도가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장 시작과 동시에 ▲한전기술(+27.00%) ▲우리기술(+22.30%) ▲두산에너빌리티(+17.10%) ▲한전KPS(+15.69%) ▲한국전력(+2.40%) 등이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우리기술, 대한전선 등은 컨소시업 직접 참여기업은 아니지만 원전 건설과 관련한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우리기술은 원자력발전소 제어시스템, 대한전선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무선 통신용 케이블 설치 솔루션을 제공한다.
증권가에서는 한동안은 원전 관련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체결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 주가는 수주 발표 후 3개월 간 21.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전기술과 한전KPS도 각각 61.22%, 37.89%씩 치솟은 바 있다.
대외적인 환경도 원전 테마에 우호적이다. 원전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로 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공약을 담은 ‘아젠다 47’에는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동시에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를 확대해 원자력에너지 생산 지원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AI의 장기적 성장성을 고려할 때 원전 역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프랑스를 제치고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UAE,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의 추가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원전 테마에 대한 비중 확대(Overweight)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원전 관련주 상승에 주목 받는 고위 공직자 주주들…“K-원전에 대한 믿음, 조만간 결실”
원전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수익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관련 종목의 주가가 바닥을 맴돌았던 만큼 K-원전에 대한 믿음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는 평가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원전 관련 종목 투자자 중에는 고위 공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김세원 원장은 올해 초 기준 배우자 명의의 증권계좌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678주 가지고 있다. 현재가 기준 평가금은 1276만6740원이다. 같은 기간 백승주 국방부 전쟁기념사업회 회장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본인 계좌로 500주 소유 중이다.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의 손양영 함경남도지사는 배우자 명의로 6491주를 가지고 있다. 현재가 기준 평가금은 1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외 다른 원전 관련주를 보유한 공직자들도 다수 존재했다. 이들이 보유한 종목은 ▲대한전선 ▲한국전력 ▲한전기술 ▲한전KPS ▲우리기술 등으로 다양했다. 이상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서부발전 상임감사는 본인 명의의 계좌로 대한전선 600주를 보유 중이다. 대통령 비서실의 김민석 고용노동비서관과 박희용 대전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역시 대한전선을 본인 계좌로 각각 1547주, 782주를 소유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기관 주요 관료들 중 일부는 한국전력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관 고위 공직자 중 한국전력 보유량이 가장 많은 인물은 구홍모 국방부 소속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이다. 지난 3월 기준 구 단장은 개인 계좌로 1150주를 보유 중이다. 김수형 전남대학교 부총장과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 등도 각각 1050주, 288주를 소유하고 있다.
2곳 이상의 원전 관련 종목을 보유한 공직자들도 존재했다. 김세원 문체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은 배우자 명의 계좌로 두산에너빌리티(678주), 대한전선(800주) 등을 보유 중이다. 같은 기간 김영환 중소벤처기업부 대중소기업농어협력재단 사무총장은 본인 명의로 두산에너빌리티(682주), 한전기술(1255주) 등을 가지고 있다. 김 사무총장의 배우자 역시 한전기술 주식 694주를 가진 주주였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원전 관련 종목은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5년 넘게 침체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며 “다행히도 현 정부 출범 후 정부 차원의 지원 덕분에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K-원전을 끝까지 믿고 버틴 투자자들의 인내도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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