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기본, 법학·정치학 옵션도…유럽금융 장악한 ‘위대한 여성들’
경제학 기본, 법학·정치학 옵션도…유럽금융 장악한 ‘위대한 여성들’

유럽연합은 EU에 소속된 연합국 관리를 위해 범유럽 차원의 거시건전성 감독기구 4곳을 하위기관으로 두고 있다. ▲유럽시스템관리위원회(ESRB) ▲유럽 은행감독청(EBA) ▲유럽증권시장 감독청(ESMA)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 등이다. 해당 기관들은 유럽 내 각 나라 별 금융 감독기관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 4곳 기관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나라의 감독기구와 달리 여성인재가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4곳 중 3곳의 수장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등 ‘여풍(女風)’이 유독 뚜렷하다. 여풍의 중심에 선 인물은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프랑스), 호세 마누엘 캄파(José Manuel Campa Fernández, 스페인), 페트라 히엘케마(Petra Hielkema, 네덜란드) 등이다.

 

유럽 대표 경제인 ‘크리스틴 라가르드’…IMF 총재·유럽 중앙은행 총재 등 이력 화려

 

유럽시스템위험관리위원회(ESRB)는 범유럽 차원의 거시건전성 감독기구다. 유럽 내 금융안정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요소에 대한 평가·모니터링, 리스크 조기경고 및 권고조치 등 담당한다. 이곳 수장은 프랑스 국적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다. 현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겸임하고 있는 그는 1956년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다.

 

파리 낭테르 대학교를 졸업 후 엑상프로방스 정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1년 미국의 국제 로펌 베이커 맥킨지에 입사해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맥킨지 최초의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2005년엔 프랑스 상무부 장관에 발탁되며 본격적인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농업부 장관 ▲프랑스 재무부 장관 등을 거쳐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제11·12대 총재를 맡았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현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진=AP/뉴시스]

 

1947년 IMF 출범 이후 65년여 만에 등장한 첫 여성 총재였다. 경제학자가 아닌 법률가 출신 총재직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최초’ 타이틀을 줄줄이 거머쥔 라가르드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중이다. 그는 임기 내에 유화책 위주의 구조조정을 선호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충돌을 빚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유럽 은행감독청(EBA)은 국적에 상관 없이 유럽 전역의 은행을 관리·감독하는 초국가적 성격의 기관이다. 각 국가 규제 기관이 은행을 적절하게 규제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압할 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인근 라데팡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EBA의 수장은 호세 마누엘 캄파(José Manuel Campa Fernández) 청장이다.

 

1964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수에 위치한 오비에도 대학에서 법학 및 경제학 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는 스페인의 나바라 대학에서 재무학 교수를 역임한 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뉴욕연방준비은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이후 정계에 진출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서 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EBA를 이끌고 있다.

 

캄파 청장은 현재 유럽의 은행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ESG 규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내 은행들은 캄파의 행보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호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파 청장은 “기후변화 및 불평등과 같은 ESG 요인으로 인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크게 늘어났다”며 “각 은행들은 자사의 담보 가치에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포함한 재평가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추구해야한다”고 밝혔다.

 

독인인 증권 수장, 네덜란드인 보험 수장…‘브렉시트’ 영국 금융 지키는 인도계 엘리트

 

▲ 호세 마누엘 캄파 유럽 은행감독청 회장(사진 왼쪽)과 베레나 로스 유럽증권시장감독청 의장. [사진=EBA, ESMA]

 

유럽 전역의 증권시장 관리·감독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맡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ESMA의 수장은 베레나 로스(Verena Ross) 청장이다. 베레나 로스 청장은 1968년 독일 출생으로 함부르크 대학과 타이페이 대학에서 중국 연구 및 경제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에 있는 공립 연구 대학교(SOAS)에서 중국학과 경제학 석사를 각각 취득했다.

 

1994년 영국은행 입사하며 금융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영국 금융관리기관(FSA)에서 여러 고위 직책을 맡았으며 2000년에는 잠시 홍콩 증권 및 선물위원회 파견 고문으로 활동했다. 2021년 11월 ESMA의 의장으로 취임한 후 현재까지 유럽 증권시장의 질서 유지에 힘쓰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은 유럽 내 보험·연금 부문을 감독·규제하는 기관이다. EIPOA의 수장은 페트라 히엘케마(Petra Hielkema) 청장이다. 197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네덜란드 남부에 위치한 라이덴 대학교에서 러시아 연구 및 법률을 전공한 후 에라스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미국 유명 로펌 페퍼 해밀턴 카자흐스탄 지사에서 근무한 뒤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의 보험 및 직업 연금 정책 부서에서 시니어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후 DNB의 보험 감독 이사와 유럽 중앙은행의 금융 혁신 포럼 회원을 거쳐 현재 국제 보험감독자협회(IAIS) 핀테크 포럼 의장과 EIOPA의장을 겸직 중이다. 

 

▲ 페트라 히엘케마 유럽보험연금감독청 의장(사진 왼쪽)과 니킬 라티 영국 금융감독청장. [사진=EIPOA, FCA]

 

지난 2020년 1월 EU 탈퇴 결정(브렉시트, Brexit)에 따라 EU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영국은 금융감독청(FCA)을 통해 자국 내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한다. FCA는 영국 내 금융 서비스 회사의 행위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 중이다. FCA를 이끄는 수장은 니킬 라티(Nikhil Rathi) 청장이다.

 

인도계 출신 영국인인 니킬 라티는 1979년생으로 올해 나이 45세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 철학 및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역대 영국 총리 2명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며 정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국의 재무부 금융 이사 ▲런던 증권거래소 참모실장 ▲런던 증권거래소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20년 영국 금융감독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유럽 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관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모든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암호화폐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마가렛 대처 등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친 여성 수장 배출 경험이 많아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 임원 비율이 높다”며 “특히 성별과 관계없이 고위직 발탁에 있어서는 경제·법률·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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