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희망에 세금 부과라니” 금투세 철퇴에 떠는 평범한 이웃들
“서민 희망에 세금 부과라니” 금투세 철퇴에 떠는 평범한 이웃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업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더불어 금융 투자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서민들의 희망까지 앗아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부수적으로 각종 세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결정적 이유다.

 

“이익은 세금 부과, 손실은 개인 책임”…금투세 시행에 개미 투자자들 뿔났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부동산 등에 부과하는 양도세와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주식에 투자한 종잣돈 자체가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중복과세’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식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고 투자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22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식시장에 하락 쓰나미를 몰고 올 금투세를 먼저 폐지한 뒤 국내 증시가 선진국 수준으로 다시 올라선 이후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며 “소득세에 더해 20%가 넘는 투자 과세를 단행하는 것은 해외주식을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단순히 금투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을 비롯해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각종 세금이 추가로 과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 지사 전경.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연말정산에서 대주주가 아닌 소액 투자자들이 주식매매로 거둔 이익을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부양가족이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을 낸다면 그동안 1명당 최대 1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혜택에서 제외돼 연말 정산 환급금이 크게 줄어든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 수익이 건강보험료 산정 범위에도 새로 포함돼, 소득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부가될 수 있다. 

 

“경제적 여유는 교육·자녀소득·결혼·출산과 직결…징벌적 이중과세로 희망 사라질 판”

 

소위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가 시행돼 조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 ‘부의 세습’을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14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국민의 30%가 넘는 수준이다. 영·유아를 포함한 미성년자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국민 절반이 주식 투자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소액주주 수는 500만명에 육박했다.

 

한 소액주주는 “투자에 따른 성공과 실패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이에 따른 책임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며 “실패에 따른 손해보상은 전혀 해주지 않으면서 성공에 따른 이익의 대가만을 요구하는 건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폭력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교육이나 소득은 물론 결혼, 출산 등 개인의 삶과도 직결돼 있다”며 “결국 주식투자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최후의 동아줄과 다름없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경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대학 진학 확률과 임금 수준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부모의 재산 수준이 자녀의 학력·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정도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 더해 결혼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간담회’ 백브리핑 현장. [사진=뉴시스]

 

개인 투자자의 거센 반발에 더불어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31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를 불러 금투세 관련 감담회를 개최했다. 본 회의에서 이 원장은 금투세 시행에 대해 유예가 아닌 폐지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시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이 원장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주식 쏠림 현상이 심화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또 다시 심화될 것이다”며 “또한 장기투자 대신 단기매매가 촉발되는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금투세 도입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시행하게 되면 국내 주식 시장 자금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해 자본시장이 위축할 우려가 크다”며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금투세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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