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금융감독 수장 그들은…출신 달라도 전부 엘리트·권력형
한·중·일 금융감독 수장 그들은…출신 달라도 전부 엘리트·권력형
[사진=AP/뉴시스]

금융규제기관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 기관이다. 이곳 수장에겐 금융 사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어진다. 사회적 명성이 상당한데다 막강한 권한까지 부여되는 만큼 국가를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측근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공직인 만큼 자질로 내세울만한 이런저런 명분은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검사 출신 韓 금융감독원장 ‘대통령 라인’…정통관료 출신 日 금융청장 ‘재무성 장관 라인’

 

한국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의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제15대 금감원장 이복현 원장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경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인사다. 이후 UC 버클리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8년 공인회계사 자격증과 사법시험 합격을 한 번에 일궈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대전지방검찰정 부장검사 등을 거쳤는데 특히 금융 및 조세범죄 수사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당시 몇몇 사건을 수사하면서 함께 검찰에 몸담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깊은 신뢰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뉴시스]

 

일본 ‘금융청(FSA)’은 우리나라 금감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금융청은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경영지도와 감시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2000년 7월 발족 이후 줄곧 재무성 장관이 금융청을 관리해왔다. 현재도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의 관리 하에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그의 측근인 쿠리타 테루히사 금융청장이 도맡고 있다. 재무성은 일본의 행정조직 중 하나로 한국의 기획재정부 격이다.

 

스즈키 슌이치는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도 미나토구 아자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가문은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 명문 가문이다. 조상 오쿠보 도시미치는 일본 초대 내무경을 맡았으며 아버지 스즈키 젠코는 제70대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 활동했다.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교육학부를 전공한 후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자유민주당소속 중의원 시절이던 과거 제1차 고이즈미 개조내각에서 환경대신을 맡았으며 현재 제2차 기시다 내각에서 재무대신을 역임 중이다.

 

쿠리타 테루히사 금융청장은 1963년 교토 출생으로 교토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교토대학은 일본 교토시 사쿄구에 있는 최상위권 명문 국립대학으로 과거에는 교토 제국대학으로 불렸다. 그는 1987년 일본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금융청의 다양한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일본 금융청 감독국 부국장(대형은행 및 보험사 감독 담당) ▲금융청 감독국 국장 ▲금융청 전략개발관리국 국장(가상화폐 전문부서)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금융청장에 선임됐다. 

 

▲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대신(사진 왼쪽)과 쿠리타 테루히사 일본 금융청장. [사진=JSA]

 

쿠리타 테루히사는 일본 내 지역은행 활성화에 유독 집중하고 있다. 앞서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은행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며 “수년간의 초저금리와 지역 인구 감소로 지방은행의 70% 이상이 적자나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통합하거나 신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약 7경원 자본 다루는 ‘슈퍼 금융규제기구’ 금감총국, 수장 리원쩌 ‘차기 시진핑’ 기대감

 

중국은 증권업 처리 유무에 따라 두 기관으로 나누어 금융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진핑 3기 정부는 증권업을 제외한 은행, 보험, 카드 등 국가 내 모든 금융 관리·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하 금감총국)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금감총국은 기존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은보감회)의 영역에 더해 인민은행의 영역이던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며 약 7경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다루는 ‘슈퍼 금융규제기구’다.

 

금감총국을 이끄는 국장은 리원쩌(李云泽)다. 리원쩌는 1970년 산둥성 옌타이 출신으로 톈진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중국 건설은행에서 근무한 뒤 2001년 5월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이후 중국 건설은행에서 23년 동안 근무한 뒤 2016년 중국 공상은행 부행장 겸 당위원으로 직위가 격상됐다. 이후 ▲쓰촨성 인민 정부 부총재 ▲쓰촨성 인민정부 당지도부주석 ▲공산당 제 20기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쳐 금감총국 국장에 임명됐다.

 

리원쩌의 금감총국장 임명은 당시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중국 최초의 70년대생 장관급 공무원인데다 중앙 관료 출신이 아닌 지방 관료 출신이 금융부문 전체 책임자로 등극한 것 또한 최초였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선 리원쩌 국장을 시진핑 이후 중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 그룹의 일원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치링허우(七零後)’라 불리는 1970년대 이후 출생 관료들이 중앙정부 장관급 요직에 진출함에 따라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의 선두에 선 인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 리원쩌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사진 왼쪽)과 우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금감총국, CSRC]

 

중국 내 증권 분야만 다루는 규제 기관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다. 1998년 중국 국무원 개혁에 따라 국무원증권위원회(SCSC)와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를 통합해 장관급 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수장은 우칭(吴清) 위원장이다. 그는 1965년 안후이성 보저우시 멍청현 출생이다. 멍청현은 중국 안후이성 북서부에 있는 현으로 기원전 4세기 철학자 장자가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우칭 위원장은 상하이재경대학을 졸업한 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파견된 후 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입사했다. 그는 2005년에 리스크 관리 사무국의 이사로 임명돼 임기 동안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며 ‘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상하이 훙커우구 주지사 대행 ▲상하이 지역구 최고 정치직인 당 비사 ▲상하이증권거래소 주석 ▲상하이 부시장 등을 거쳐 올해 2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우칭 위원장은 ‘브로커 도살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투기 단속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는 한 외신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주식 시장은 전면적인 정비가 시급하다”며 “재정적으로 탄탄하고 시스템적 관리가 잘 된 기업이 아니라면 상장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것이고 상장 폐지 시스템 역시 더 철저하게 바꿀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 금융 규제기관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만큼 각 나라별 현 정권의 정책 기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다만 금융 감독·규제 기구는 정치적 중립성이 필히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서는 벗어나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중·일 모두 그렇지 못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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