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강행→거부권→국민분열 반복에 숨겨진 정치셈법
입법강행→거부권→국민분열 반복에 숨겨진 정치셈법

[Le view<253>]-코리아 팩트체크(③-대통령 거부권) 입법강행→거부권→국민분열 반복에 숨겨진 정치셈법

양곡법, 간호법 등 이해관계자 합의 전에 한쪽 편들어 입법 강행

르데스크 | 입력 2023.05.25 13:29

 

▲ 최근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 향후 총선을 겨냥한 내 편 확보 전략이라는 주장에 제기된다. 사진은 야당의 입법강행을 규탄하는 여당 의원들. [사진=뉴시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여겨지는 분열과 갈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정 법안의 쟁점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정부·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벌써 두 차례나 반복됐다. 사태가 되풀이될 때 마다 엄청난 혼란이 발생함과 동시에 두 갈래의 연합전선이 생겨났다. 법안을 찬성하는 측과 이를 단독으로 통과시킨 민주당 연합, 법안을 반대하는 측과 법안 강행처리에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선 정부·여당 연합 등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표면적으론 두 갈래의 연합전선이 형성된 모습이지만 정치적 이해득실만 놓고 봤을 땐 야당에 유리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없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측에선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탓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준 야당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선거에서도 자연스럽게 야당 후보에게 표를 주게 된다. 최근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곡법 이어 간호법까지, 야당發 입법폭주에 두 동강 난 국민

 

지난 19일 전국에서 모인 10만명의 간호사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이날 대한간호사협회(이하 간협) 소속 간호사들은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얼마 전 민주당의 강행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정부의 요청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항의 차원에서 개최됐다. ‘간호법’이라 적힌 피켓을 든 간호사들은 “국민이 지지하는 간호법을 제정하라”, “국민 건강 외면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간호법 거짓선동 복지부는 사죄하라” 등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선 전 국민의 이목을 끌만한 움직임도 등장했다. 간협은 제22대 총선을 대비한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간협은 총선기획단 출범 선언문을 통해 “62만 간호인은 다가올 총선 투표에 참여해 간호법 악법 프레임을 덧씌운 부패 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하고 간호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다”며 “1인 1정당 가입 운동과 올바른 간호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에 대한 합법적 정치후원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 간협은 제22대 총선을 대비한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간협은 총선기획단 출범 선언문을 통해 “62만 간호인은 다가올 총선 투표에 참여해 간호법 악법 프레임을 덧씌운 부패 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하고 간호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간호법 처리 강행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사진=뉴시스]

 

간협의 정치참여 선언은 앞서 민주당의 간호법 처리 강행에 나설 때부터 언급됐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여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노림수가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찌감치 정부는 의료체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62만 간호사의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놓은 후 확실한 내 편을 만드는 민주당의 시도는 간호법 이전에도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민주당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앞서 민주당은 한해 초과 생산된 국내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법 개정안을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양곡법 개정 논의 단계부터 “생산량을 초과한 쌀을 혈세로 모조리 사들일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쌀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며 줄곧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오늘 국무 회의에서 국민 66.5%가 찬성한 쌀값 정상화법의 공포를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면서 “국민과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고 비판했다. 양곡법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인 농민단체도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 단위는 물론 각 지역 단위의 단체까지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 단체는 하나 같이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을 거부하겠다”고 성토했다.

 

“거부권 노린 법안 강행처리, 분열·갈등 이용한 표심몰이 전략”

 

정치권 안팎에선 이해관계자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법안의 강행처리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을 강행처리 하는 것은 확실한 사안을 독단으로 밀어붙일 경우 국민 분열이 불보 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찌감치 사회 분열과 대립은 사회의 평화와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 외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야당 입장에선 확실한 내 편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가 자신들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같은 행위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주목되는 사실은 양곡법, 간호법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민주당이 같은 행보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방송법 개정안’ 등의 일방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또 민주당은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은 특정 집단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법안들이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 파업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해져 1년 내내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이사진들이 친야권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질 것을 우려하며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에 대해서도 국가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 외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야당 입장에선 확실한 내 편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가 자신들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같은 행위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앞으로 국회는 거부권 정국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 입장에선 대통령에 대한 반감 세력을 만들어 우군을 확보하는 것만큼 총선 득표에 도움되는 전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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