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본전 믿고 막가는 정치, 과연 선거 때도 본전 될까
못해도 본전 믿고 막가는 정치, 과연 선거 때도 본전 될까

 

▲ 최근 정치권 안팎에선 팬덤에 의존한 정치 행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국에는 엄중한 책임과 암울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찬반 시위를 벌이는 보수·진보단체 회원들. [사진=뉴시스]

 

최근 ‘팬덤(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을 정의한 개념)’을 의식한 정치 행보가 도를 넘고 있다. 극렬 지지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가 하면 고정 지지자들을 믿고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비윤리적·비상식적 정치를 일삼고 있다.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정치팬덤’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정치 행보가 ‘해피엔딩(Happy Ending)’으로 끝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정치권 안팎에선 오히려 엄중한 책임과 암울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고정 지지층에 기댄 정치 행보가 국민적 비호감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치러진 역대 선거에서 정치인에게 씌워진 비호감 이미지는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범법자·꼼수 의원 복귀 허용한 민주당, 규정 바꿔가며 당 대표 선거 치른 국민의힘

 

170석에 달하는 압도적 의석수를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정치적으로 혼란을 일으킨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6일 “어제(25일)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서 서울 김홍걸 의원과 광주 광산을 민형배 의원에 대해 복당을 의결했고 오늘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보고받아 의결했다”며 “당의 요구로 복당 대상자를 심사한 것이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복당이 결정된 두 사람은 과거 상당한 잡음을 일으킨 인물들이다. 우선 김 의원은 2020년 4·15 총선 후보자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을 받고 같은 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부동산 투기 의혹도 함께 제기되면서 당에서 제명됐다. 부동산 투기에 유독 민감한 여론의 반응을 의식한 결과였다.

 

 

▲ 민형배 의원(사진)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스스로 탈당했다가 최근 당에 복귀했다. 민 의원의 행보를 두고 여론 안팎에선 법과 정의를 무시한 꼼수 정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진=뉴시스]

 

이듬해 2월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따른 당선 무효 처분 기준이 ‘벌금 100만원 이상’인 탓에 김 의원은 간신히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김 의원은 줄곧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민 의원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스스로 당을 나온 케이스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여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해당 법안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될 경우 추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이 때 민 의원이 자진 탈당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신분이 된 민 의원을 무소속 의원 자리에 채워 넣어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당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국회와 국회법을 능멸하는 행위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민주당과 민 의원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을 기존 당원 70%·국민 여론조사 30%에서 당원 투표 100%로 변경했다. 당시 당 지도부는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심이 곧 당심’이라며 전당대회 룰을 개정했던 국민의힘 경선 결과는 민심과 전혀 다른 결과로 막을 내렸다.

 

전대 룰 개정 이전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전국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순위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김기현 대표는 4위에 불과했지만 전대 룰 개정, 유력 후보들의 사퇴 등으로 결국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30% 콘크리트 지지층 기댄 비윤리·비상식 정치 만연…선거에선 악재로 작용할 것”

 

▲ 국민의힘의 전대 룰 개정은 강성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태극기 부대’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태극기 부대의 수장으로 평가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전대 룰 개정 논의가 이뤄질 당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당원 가입을 독려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룰 개정 이후 당 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선 두 정당의 행보를 두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정치팬덤’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 덕에 아무리 못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이 보장되니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비윤리적·비상식적 정치를 서슴없이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 의원의 위장탈당 문제만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팬덤 ‘개혁의 딸(이하 개딸)’은 줄곧 복당 자체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 결과 당원 청원 시스템에 게재된 ‘민형배 의원 복당 요구’ 청원은 게시 이틀만에 3300여명 동의를 얻기도 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의 전대 룰 개정은 강성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태극기 부대’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태극기 부대의 수장으로 평가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전대 룰 개정 논의가 이뤄질 당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당원 가입을 독려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국민의힘에는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적은 입당원서가 밀려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강성 지지층 덕분에 두 정당 지지율은 꾸준히 30%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셋째 주부터 쭉 30~40% 박스권 내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30% 이하로 떨어지지도 40% 이상 오르지도 않는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역시 25% 안팎을 맴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두 거대 정당의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믿고 비윤리적·비상식적 정치 행보를 지속할 경우 비호감으로 낙인 찍혀 선거 승리의 키를 쥔 무당층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무당층의 외면은 곧 선거 패배와 직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강성 지지층의 맹목적인 지지가 이어지면서 각 정당의 정치 행보 역시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30% 안팎의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할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선거에선 분명히 부작용이 표면화 될 것이다”며 “선거에서의 부작용은 정치생명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패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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