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측근 5명 사망’ ‘검찰 기소’ 등 질문을 받고 진땀을 뺐다. 외신기자들에게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대표는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선 “잘못을 단호히 지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동맹의 핵심가치는 상호존중과 신뢰”라며 “공동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땐 모으더라도 친구 잘못은 단호히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도청 진위여부 확인이 우선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선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규명보다는 합리적 문제제기를 틀어막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는 도청 의혹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면 미국 정부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정부의 무너진 안보기강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서두르고 대통령실 보안강화를 위한 입법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 정부를 ‘미국 변호사’ 등에 빗댔다. 그는 “비굴하고 처참하다. 윤석열정권은 미국 변호사냐”며 “대일 굴종외교, 대미 굴종외교로 국제호구, 글로벌 바보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는 검찰 기소 관련 질문에 “수치스럽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윤석열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안, 미 행정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한 우려 전달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 미국 워싱턴타임즈(WT) 기자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개인적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표님의 측근 중 5명이 지금까지 사망했다. 저희가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위험인물로 봐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은 2021년 12월 검찰수사 도중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직후에는 대장동 개발 핵심실무자였던 김문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1처장이, 작년 1월에는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이모 씨가, 작년 7월에는 이 대표 아내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된 배모 씨의 지인이 각각 사망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가 숨졌다. 이 중 이모 씨는 이 대표 측근으로 보기 힘들다.
이 대표는 “허허”라고 웃다가 이내 표정을 굳힌 뒤 “제 주변 분들이 검찰수사를 받다가, 그것도 본인 문제가 아니라 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선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는 ‘성남시장 당시 일로 기소된 것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법적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외신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 집안의 문제는 가급적이면 집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은데 그렇게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연일 폭로 중이다. 그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 이후 이 대표를 위해 10억원을 만들자는 계획을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 5월 성남시의회 반대로 성남시가 사업을 포기했는데 이재명 시장이 증인(유동규)으로부터 ‘위례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매우 좋아했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기자회견에서는 한미관계 등과 관련된 질의응답도 오갔다. 이 대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현실성과 실효성이 모두 없다.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야 하기에 국제사회 경제제재로 대한민국이 살아 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북한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는 건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결과이므로 미국 동의를 결코 받을 수 없고 북측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자체 핵개발 주장은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엔 “한미일 군사동맹, 특히 한일 군사동맹까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오히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넘어선 한미일 군사동맹은 북중러 군사동맹 또는 진영대결을 격화시켜 소위 안보딜레마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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