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꼼수탈당’ 논란을 야기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에 전격 복당했다. 여당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도 조만간 복당 소식이 들릴 것” 등 규탄이 쏟아졌다. 심지어 민 의원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기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검수완박) 입법에 동참했었다”며 민 의원 복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복당 승인 이유로는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최종 판결이 이미 나온 만큼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지적된 부족한 점은 아프게 새기면서 이제는 국민‧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과 민 의원은 앞으로 더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매진해 국가발전‧국민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지난해 4월20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됐다. 국민의힘 신청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처리가 불가능해지고 해당 법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될 것에 대비한 조치였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했다.
당시 민 의원은 무소속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합류해 민주당 의원 3명과 함께 안건조정위 종료에 찬성했다. 때문에 최장 90일 동안의 논의 기간이 보장되는 안건조정위는 단 17분만에 끝났다. 헌재는 지난달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민 의원의 탈당 후 법사위 안전조정위 참여로 인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민 의원 복당을 두고 여당에서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6일 자신의 SNS에서 “위장탈당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다고? 이런 식이면 중대결심인 것처럼 탈당한 송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리 뻔뻔함이 민주당 DNA(유전자)라고 하더라도 이젠 아예 상식‧양심마저도 내팽개친 모양”이라며 “헌재는 뻔뻔한 꼼수‧위장탈당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민 의원은 국민들께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야권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5선 중진이자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최근 민 의원 복당 움직임을 두고 “국민이 지금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주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제발 민주당이 지금 맞은 위기의 크기가 어떠한지 봐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26일에도 SNS에서 “꼼수탈당, 참 부끄러운 짓인데 복당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의회주의‧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형해화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돈봉투 사건으로 (당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다. 내가 비정상인가? 그냥 혼돈”이라고 일갈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꼼수‧편법이 남발돼선 안 된다. 민 의원 위장탈당은 그 지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박 원내대표 발언도 문제적이다. 자기 잘못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민주당에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민 의원 지역구(광주 광산을)가 있는 광주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광산시민연대는 26일 입장문에서 “민 의원을 복당시킨 민주당 최고위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훼손이고 헌재 판단을 뒤집는 반헌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민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를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단체는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안건조정위원이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법 반대입장을 밝히자 양 의원을 대신할 안건조정위원으로 탈당한 민 의원을 선임했다. 이는 소수의견 개진 기회보장인 국회선진화법 취지에도 위배되고 위원회 안전조정제도 도입 취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민 의원 복당 결정은 다시 한 번 꼼수탈당이자 위장탈당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고 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 복당 결정 당일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헌재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 송구하다”며 “비판과 조언 겸허하게 듣겠다. 주권자 시민의 뜻을 더욱 잘 받들겠다. 복당 소회는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민 의원 복당에 부정적 여론이 과반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공정㈜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형배 의원이 헌재 판결 후 민주당에 복당하는 것에 대해 어느 의견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2%는 “위장탈당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탈‧복당은 할 수 있는 것(33.1%)’ ‘잘 모르겠다(14.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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