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2년 만에 존폐 위기설, 거품 빠진 메타버스 산업 허실
등장 2년 만에 존폐 위기설, 거품 빠진 메타버스 산업 허실
▲ 불과 1년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던 메타버스가 허상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등장 초반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내용이 기업들의 사업실적에서 드러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공허한 말만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인스타그램]

 

불과 1년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던 메타버스(Metaverse)가 허상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등장 초반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내용이 기업들의 사업실적에서 드러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공허한 말만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디지털 생태계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소통의 핵심으로 부상해 한때 차세대 가상세계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21년 10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며 심지어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도 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5년 후에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해 메타버스 사업 강화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며 “향후 메타버스용 콘텐츠 개발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진정한 계승자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를 비롯한 전 세계 모두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밝게 점쳤었다. IT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2026년 이전에 전 세계 인구 25%가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켄지는 메타버스가 향후 5년과 10년 사이에 6622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산업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위메이드맥스는 2021년 1500% 급등해 국내 증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리던 자이언트스텝 역시 시가 총액 1조원을 넘기며 2021년 11월 17일 17만2000원까지 올랐다. 이는 공모가(1만1000원) 대비 15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메타‧디즈니‧월마트, ‘한발 물러선 메타버스 사업’…극심한 영업손실 야기


▲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급부상한 가운데 이용자 정체와 비즈니스 모델 부재, 경기침체까지 연이어 겹치며 메타버스는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2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사진=메타(위), 월트디즈니(중간), 월마트(아래)]

 

하지만 이후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급부상한 가운데 이용자 정체와 비즈니스 모델 부재, 경기침체까지 연이어 겹치며 메타버스는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2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4분기 42억8000만달러(약5조6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한해 총 손실은 137억원2000만달러(약18조2100억원)이다. 리얼리티랩은 올해 140억달러, 내년에 150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저커버그 본인도 오는 2030년까지 메타버스 사업부가 실적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메타버스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며 회사명까지 바꿨던 메타의 저커버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광고 수익 급감을 원인으로 약 1만1000명 규모의 감원계획을 밝혔다. 이 중 메타가 지난 3월 14일 밝힌 추가 해고 대상에 메타버스 사업 부문 엔지니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버스를 '스토리텔링의 개척지'라고 말하며 담당 부서를 출범시켰던 월트디즈니도 부서를 해체시켰다. 월마트는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기반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팀 쿡 애플 CEO는 “메타버스가 명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는 개념인지 잘 모르겠다”며 “반대하진 않지만 메타버스로 구축한 가상현실은 일정 시간에만 몰입 가능한 것일 뿐 원활한 소통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항상 특정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인들이 메타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제대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고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식고 있다. 국내 기업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며 과거 뜨거웠던 열기에 부흥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된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1일 사용자수는 감소세에 빠졌다. 지난 2월8일 30만7810명이었던 일 사용자수는 7일 18만4216명까지 떨어지며 이탈률이 50%에 근접했다. 활성 기기수 역시 지난해 5월 기준 511만대에서 지난달 463만대로 9.5% 감소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최근 오픈베타 버전으로 모바일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와 ‘키즈토피아’를 출시했지만 성적은 저조하다. 19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지니버스’의 다운로드 수는 1만여회 가량을 기록했고, ‘키즈토피아’는 100여회 남짓이다. 업계에선 메타버스가 업무 활용도나 범용성 확보엔 실패했단 분석이다. 


‘메타버스 함정 빠지지 않아야’…유명무실 메타버스 소시민 위협 

 

▲ 메타버스 전망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부정적이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고,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가상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모습. [사진=순천향대학교]

 

메타버스 전망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부정적이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고,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법안 제정 역시 유명무실한 메타버스의 특성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국내 산업계에서 잘못 해석되고 있는데, 메타버스는 신기술이 아닌 이미 20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논의가 되어 온 개념이다”며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새로운 형태로 변모시켜 과도하게 포장하고 환상을 전파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글로벌 기업 메타의 사업 실패, 직원 해고 등 메타버스 시장의 허상들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아직 메타버스를 맹신하는 회사 및 일반인들이 너무 많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를 수없이 봤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하영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전공 교수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많은 법안들이 현재 논의되고 있지만 메타버스가 아직 정확히 구체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 법안 제정도 쉽지 않다”며 “메타버스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에 대해 세부적인 기준과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 규제는 카오스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주식시장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만 보고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며 “그자체로도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사업은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아 투자 실패를 야기하기 때문에 엄중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3차원 가상세계를 영화같이 현실로 가져오는 메타버스의 비전이 무너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거대AI에 밀려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이다”며 “챗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은 사회에서 실제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는 반면에 메타버스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메타버스의 실패 요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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