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끌어 올린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은 청년들
권력이 끌어 올린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은 청년들

[Le view<249>]-청년 울리는 현실괴리 법(法)(⑦-임대차3법) 권력이 끌어 올린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은 청년들

임대차3법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發 집값폭등 현실화

르데스크 | 입력 2023.05.19 16:26
▲ 경제 활동의 이유이자 목표 중 하나인 내 집 마련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만으론 불가능에 가까워지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한 요행만을 쫓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사진=뉴시스]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가 청년 실업률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임대차3법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 규제 부작용으로 집값 자체가 성실히 직장을 다녀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른 탓이다. 경제 활동의 이유이자 목표 중 하나인 내 집 마련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만으론 불가능에 가까워지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한 요행만을 쫓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수요 억제로 집값 잡겠다” 헛된 망상의 참혹한 결말…5년 새 서울 집값 2배 껑충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지난 2017년 5억65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엔 11억3300만원까지 상승했다. 5년 새 무려 2배 이상 올랐다. 상승률로는 100.5%에 달한다. 소득이나 소득 상승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내 집 마련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기도 역시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상승률은 102.7%(2억9300➞5억9400만원)로 서울 보다 높았다.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는 기간에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결정적 이유로는 당시 정부·여당의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가 지목된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기간 동안 △2017년 8·2부동산 대책 △2018년 9·13부동산 종합대책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2020년 7·10 부동산 대책 등 4차례의 굵직한 부동산 대책과 크고 작은 세부대책을 줄기차게 내놨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재강화, 공시지가 인상,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등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요를 막으면 거래가 줄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같은 의도로 임대인들까지 압박했다. 임대료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내려갈 것이라며 임대인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을 시행했다. 임대차3법의 경우 논의 단계부터 숱한 부작용 우려가 들끓었지만 당시 정부·여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서 상 경제 활동의 목적 자체가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추는 것이 가정을 일구는 첫 번째 단계로 인식되다 보니 폭등한 집값은 충분히 경제 활동 의지를 꺾을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복권방. [사진=뉴시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통해 집주인의 임대 연장 거부권 행사를 막자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 결국 임대료가 폭등하는 등 임대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폭등한 임대료는 집값을 밀어 올려 집값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 임기 말 전국 집값은 임기 초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올랐다. 많이 오른 지역은 3배 가까운 인상폭을 보이기도 했다.

 

직장생활 관두고 일확천금 노리는 청년들…“회사 다니면 뭐하나 어차피 집도 못 사는데”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 안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시행령 등을 통해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곤 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기존에 시행된 법을 무력화 시킬만한 새로운 법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나마 금리 인상 효과로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문재인정부 이전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문제는 폭등한 집값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도 하나 둘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전세사기 사태가 대표적이다. 문제가 발생한 주택 중 상당수가 무분별한 빚투(빚내서 투자)로 구매한 주택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근본 원인은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부작용은 부동산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 실업률 상승이 꼽힌다. 경제 활동의 이유이자 목표 중 하나인 내 집 마련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만으론 불가능에 가까워지면서 아예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한 요행만을 쫓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통계로도 입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20세 이상 39세 이하) 실업률은 2016년 3.7%에서 2020년 4%로 껑충 뛰었다. 2021년 3.7%로 예년 수준을 회복한 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엔 2%대로 떨어졌다. 청년 취업자 통계는 더욱 심각했다. 2016년 약 930만명이었던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 약 912만명까지 떨어졌다. 경제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청년도 2016년 약 398만명에서 2020년 약 407만명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엔 다시 365만명으로 떨어졌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지난해까지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후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영진 씨(32·남)는 “회사에 다닐 때 월 실수령액이 300만원 정도 됐다”며 “물론 더 다녔으면 월급이 올랐겠지만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일 할 의욕이 뚝 떨어져 심적 방황을 오래 했고 결국 입사 4년 만인 지난해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열심히 일해서 연봉을 올리고 하는 이유가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함이고 그 첫 번째가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오른 집값을 보니 도무지 열심히 일만 한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였다”며 “서울에서 집 한 채 사려면 대출을 받아도 최소 3억원은 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월급 300만원에서 월세 내고 아끼고 아껴 월 200만원씩 모은다고 가정해도 13년 가까이 걸리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3년을 모아서 간신히 집을 사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받으며 20~30년을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니 도무지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더라”라며 “결국 더 이상 돈을 모아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월 150만원 정도 벌면서 살고 있다. 당장 지금은 회사 다닐 때와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결정적 차이라면 인생의 목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서 상 경제 활동의 목적 자체가 나만의 보금자리를 갖추는 것이 가정을 일구는 첫 번째 단계로 인식되다 보니 폭등한 집값은 충분히 경제 활동 의지를 꺾을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공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청년 백수의 증가와 집값 상승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람이 힘들게 일하는 목적이 경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함인데 그 첫 번째는 바로 내 집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힘들게 일해도 내 집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당장 생활을 영위하는 수준 만큼만 일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청년들 입장에선 힘들게 공부하고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무원 지원율이 줄고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복권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의 현상도 집값 상승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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