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서민 흉내 정치인이 2023년 국민 대표인 게 창피해요”
“60년대 서민 흉내 정치인이 2023년 국민 대표인 게 창피해요”

 

▲ 최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 의원이 그동안 가난 이미지를 앞세워 서민 지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여론 안팎에선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이미지 정치를 일삼은 것도 모자라 해당 이미지가 거짓일 가능성까지 제기된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칭 ‘서민 정치인’을 표방하며 줄곧 궁핍한 모습을 홍보해 온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거액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난 이미지 정치에 대한 회의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이 평범한 국민보다 못한 경제력을 마치 자랑처럼 내세우고 있는데 대해 불쾌한 감정까지 드러내고 있다. 얄팍한 거짓말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동안 김 의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에선 가난 이미지를 앞세운 정치인들이 여럿 등장한 바 있다. 민주당 자체가 서민정당을 표방해 온 영향이 크다. 이른바 ‘가난 코스프레’로 유명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론 ‘반지하 흙수저’ 장경태 의원, ‘돈 달라는 남자’ 박주민 의원 등이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장 의원은 토지·건물·예금 등 총 7억원대의 재산을, 박 의원은 건물·예금 등 총 15억원대의 재산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나이 마흔 넘어서도 구멍난 양말 신을 정도면 가족 생계를 챙겨야지 왜 정치를 하나”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단골 캐릭터인 ‘가난한 서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데스크가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모습이 지금의 국민 정서와는 동 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소 과한 설정이라는 반응과 함께 국민 대표로서 기본적인 경제적 수준조차 갖추지 못한 것을 자랑처럼 내세우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통 이하의 인물을 국민 대표로 내세운 것이 부끄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직장인 김우환 씨(45·남)는 “몇몇 국회의원들은 구멍난 양말, 반지하 셋방살이 등을 마치 자랑처럼 내세우는데 솔직히 어디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그 정도 나이에 그렇게 살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그 나이에 그렇게 밖에 못 살면 가정도 건사하기 힘든데 무슨 국민을 대표하고 지역·국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가난 이미지를 내세웠던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소유 논란에 대해 “국민 누군가의 상실감을 후벼 파는 정치판의 몹쓸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가정주부 황수진 씨(38·여)는 “가끔 정치인들이 TV프로그램에 나와 반지하 셋방에 산다느니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만 먹는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사실이라면 가족들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에 투자하느라 저렇게 산다고 하면 가족들의 삶은 안 봐도 뻔하지 않겠나. 저렇게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유현수 씨(53·남)는 “요즘 같은 세상에 구멍난 양말을 신고 마흔 넘어서 반지하 셋방살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라며 “정치인하면 생각나는 청렴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좋으나 과한 모습은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알고 속이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로 그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은 먹고살기 바빠 정치나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청년은 능력 있고 배우고 싶은 정치인 선호, 가난은 자랑거리 아냐”

 

청년세대의 반응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가난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동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설령 가난한 모습이 이미지가 아닌 실제라 하더라도 감추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 자랑처럼 내세울 부분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청년들은 국회의원까지 하면서 가난한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누가 봐도 사기라며 그런 사기극에 속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대학생 양희진 씨(24·여)는 “요즘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솔직함이다”며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당당하게 열심히 일군 부(富)에 대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더라도 예전처럼 시샘하고 손가락질 하지 않고 오히려 ‘리스펙(respect, 존경)’이라며 추켜세우고 존경의 뜻을 내비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이유도 공정하고 깨끗한 투표를 통해 선출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며 “능력이 출중하다면 최소한 남들 정도는 살아야 정상인데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못 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만약 그런 모습들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열심히 살면 남들만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기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 대부분의 청년들은 가난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동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설령 가난한 모습이 이미지가 아닌 실제라 하더라도 감추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 자랑처럼 내세울 부분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과거 궁핍 정치인으로 화제가 됐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직장인 이영준 씨(29·남)는 “언론을 통해 가난을 마치 자랑처럼 내세우는 정치인들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한참 낮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청렴하고 검소한 사람에서 능력 있고 배울 점 많은,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람으로 바뀐 지 한참 됐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민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강혜진 씨(27·여)는 “연애를 해도 부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들만큼의 능력과 경제력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정치인이라고 다르겠나”라며 “요즘에는 경제력이 곧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남들 수준만큼도 못 산다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 선거에서 표를 안 찍어 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난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시대의 흐름과 동 떨어진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과 교수는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인 정치인이나 연예인, 공무원 등은 아무래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박한 모습이 이미지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며 “특히 정치인은 우리나라 정서 상 청렴하고 결백한 모습을 강요받기 때문에 호화롭거나 사치스러운 모습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최근 들어 청렴하고 소박한 모습에서 더 나아가 빈곤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쾌감까지 들게 만들 수 있다”며 “국민이 바라는 모습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와 비슷한, 혹은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지 과거 못 살던 시절의 서민 모습이 아니다. 과한 이미지 정치는 오히려 없던 거부감까지 생기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진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사람은 라면을 먹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진짜 구멍 난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자기가 청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이번 김남국 의원 사태가 서민 코스프레를 즐기는 정치권의 풍토와 이를 호의적으로 포장하는 언론이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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