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불법사채만 노리는 ‘먹튀’ 빚쟁이 성행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불법사채만 노리는 ‘먹튀’ 빚쟁이 성행

 

▲ 최근 불법 사채업을 대상으로 돈을 빌린 후 일부러 갚지 않는 이른바 ‘먹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사채업 대부분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를 꺼려한다는 점을 이용해 처음부터 갚지 않은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러한 먹튀 행위로 인해 불법 사채업자들의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불법 대부업 광고물. [사진=뉴시스]

 

코로나19,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틈을 타 불법 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들을 노린 또 다른 사기가 등장해 주목된다.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신고로 협박해 돈을 갚지 않는 이른바 ‘먹튀’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 부를 만하다.

 

불법 사채업을 노린 ‘먹튀’ 행위는 처음부터 갚지 않을 목적을 갖고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사기’ 행위로 분류되지만 일부 긍정적 효과도 낳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대상만 골라서 벌이는 먹튀 행위에 불법 행위가 잦아들고 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불법 사채업에 대한 정부와 사법당국의 처벌 강화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불법 알면서 사채 쓰고 신고로 협박해 ‘먹튀’…사채업자들 “일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불법 사채 피해자 커뮤니티나 대출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법 사채 안 갚는 법’이라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의 내용은 법정최고 이자율을 크게 상회하는 불법 사채의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게시물에 적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부업자의 행위가 불법임을 분명히 알리고 소위 말하는 ‘배째라’ 식으로 버티면 된다. 만약 대부업자가 무리하게 채권 추심을 할 경우 곧장 신고하면 된다.

 

단순히 내용만 놓고 봤을 땐 대책 없이 무식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행한 사람들의 경험담은 ‘의외로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부업자들이 몇 차례 채무 이행을 요구하다 포기했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대부업자 입장에선 만약 신고를 당할 경우 몇 차례 경찰 조사를 받는데다 자칫 다른 불법 행위까지 적발될 위험이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짐작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르데스크가 직접 만난 불법 대부업자들 중에는 실제 이러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대부업자 이모 씨는 “사실 뉴스에 나오는 폭행, 갈취, 협박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대부업자는 1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법정최고이자 위반은 적발되더라도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추심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는 100%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 최근 불법 사채 피해자 커뮤니티나 대출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법 사채 안 갚는 법’이라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대부업자의 행위가 불법임을 분명히 알리고 소위 말하는 ‘배째라’ 식으로 버티는 방식인데 단순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사진은 수거한 불법 대부업 광고물을 정리 중인 경기도청 직원들. [사진=뉴시스]

 

이어 “사실 대부업자 입장에선 채무자가 돈 안 갚겠다고 하면 법에서 정해진 횟수에 맞춰 연락을 취해 사정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그런데 요즘에는 법정최고이자율 위반을 문제 삼아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돈이 없으니 신고 할테면 하라’라는 식이고 ‘만약 추심 문제로 위협을 느낀다면 본인이 신고하겠다’고 역으로 협박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대부업자 강모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요즘 주변에 먹튀에 당했다는 대부업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며 “돈을 빌려간 사람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이름이나 인적사항을 적은 ‘블랙리스트’까지 공유할 정도다”며 “나 같은 경우엔 한 번 이라도 거래 이력이 없으면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요즘엔 인터넷에 검색하면 법정최고이자율에 불법추심에 포함되는 행위 등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불법으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 돈을 빌려간 사람이 신고 운운하면서 돈을 갚지 않으면 사실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불법 대부업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오히려 그런 부분을 역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일도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벼랑 끝 서민 벼랑 아래로 미는 불법사채, 결국 해법은 ‘돈 갚지 마세요’ 대국민 홍보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불법 대부업 척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취약해진 시기를 전후로 강력한 대책이 여럿 등장했다. 지난 2020년 6월 금융위는 불법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을 대폭 낮추고 벌금 부과액을 대폭 높이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미등록대부업자, 미등록대부중개업자 등의 명칭은 각각 불법사금융업자, 불법사금융중개업자 등으로 변경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불법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끔 하겠다는 의도다. 또 불법사금융업자라도 연 24%까지 이자 수취가 가능했던 법률 내용을 개정해 연 6%로 제한하기로 했다. 불법사금융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지난 2021년 당시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법정 최고이자율을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 등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곧장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7월 7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뉴시스]

 

불법사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기준도 대폭 높인다. 등록 없이 대부업·대부중개업을 영위하거나 이를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벌금을 기존 최고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인다. 금리상한을 초과해 수취하는 경우엔 최고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다. 공적지원 사칭 등 허위·과장광고의 경우에도 종전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던 것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한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지만 이에 앞서 또 다른 대부업 관련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 후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021년 당시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법정 최고이자율을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 등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곧장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7월 7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정부의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비한 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 고금리 등의 사태가 맞물리면서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됐고 불법 대부업은 오히려 기승을 부렸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자제한법 위반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4년 간 적발 건수는 2019년 258건, 2020년 286건, 2021년 306건, 지난해 330건 등이었다.

 

또 채권추심법위반 적발 건수는 2021년 384건에서 2022년 557건으로 45%나 늘었다. 같은 기간 채권추심법위반 검거인원은 482명에서 585명으로, 이자제한법위반 검가인원은 389명에서 403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대부협회에 접수된 민원사례 1245건의 연 평균금리는 법정최고금리인 연 20%의 65배 수준인 1305%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대부업을 대상으로 한 ‘먹튀’ 행위가 불법 대부업자들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자 일각에서는 정책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접적인 처벌과 더불어 불법 행위로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불법 대부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불법 대부업을 통해 돈을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갚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국민 개개인에게 분명하게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은 이미 벼랑 끝에 내몰린 경제 약자들을 벼랑 아래로 완전히 떨어뜨리는 악질 범죄다”며 “마땅히 사라져야 하지만 지금까진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여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음지에서 계속해서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돈을 빌린 채무자들이 거꾸로 협박하고 돈을 갚지 않는 행위가 늘면서 불법 대부업체의 활동이 주춤해졌는데 이런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하면 불법 대부업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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