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혔는데 영끌 어떻게”…드디어 밝혀진 비밀
“대출 막혔는데 영끌 어떻게”…드디어 밝혀진 비밀
▲ 문재인정부 시절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기 위해 시행한 대출규제의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투자 수요를 억누르면서 발생한 각종 불법·편법 행위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대출규제가 시행됐음에도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들이 급증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방관이 부른 비극’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저축은행이 대거 입점해 있는 서울의 한 빌딩. [사진=뉴스1]

 

전임 정부가 추진한 무분별한 규제의 부작용이 현 정부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정책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통상 부작용이 표면화되기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년 넘게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비슷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 또한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부작용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기 위해 시행한 대출규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투자 수요를 억누르면서 발생한 각종 불법·편법 행위의 민낯이 드러났다. 앞서 대출규제가 시행됐음에도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들이 급증했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방관이 부른 비극’으로 평가된다.

 

과도한 대출 규제가 낳은 불법…각종 서류 위조·조작 통한 작업대출 기승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5개 저축은행에서 1조2000억원대의 작업대출이 벌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6~12월 사업자 주담대 잔액 상위 5개 저축은행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페퍼저축은행 수시검사 당시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작업대출을 시행한 정황이 포착되자 곧장 검사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작업대출은 사업자등록증, 소득증명서류, 재직증명서 등 대출신청자 정보가 기재된 서류의 위·변조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는 불법행위를 일컫는다. 대출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작업대출 조직이 대출규제로 대출이 곤란한 금융소비자에게 접근 후 세금계산서 등의 서류를 위·변조해 정상 대출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아내는 식이다.

 

금감원이 공개한 실제 사례에 따르면 회사원 A씨는 은행에서 가계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후 추가 자금이 필요하자 전자상거래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출 모집법인을 통해 사업자 대출 8억원을 신청했다. 대출 모집법인은 A씨의 개인정보, 대출요청 금액을 저축은행에 통보했다. 저축은행은 A씨의 사업자대출 취급을 위해서는 선순위 가계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대출 모집법인은 A씨의 선순위 가계대출(4억원)을 대신 상환해주고 사업자 대출로 8억원을 받아줬다. A씨는 대출 모집법인에 가계대출 상환금 4억원과 작업대출 수수료를 송금했다. 이후 대출 모집법인은 A씨가 마치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8억원어치 구매한 것처럼 증빙서류를 위조해 저축은행에 제출했다. 저축은행은 실질적인 내용 확인 없이 자금용도 확인을 종료했다.

 

▲ 문재인정부 시절 강도 높은 대출규제 속에서도 영끌 투자가 성행했다는 점은 일찌감치 불법 작업대출이 성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로 꼽힌다. 전임 정부 시절 상식적으로 대출규제가 이뤄지면 대출 잔액이 줄어야 했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사진은 거리에 부착된 한 대부업체 광고물. [사진=뉴스1]

 

사업자 주담대가 작업대출 수단으로 활용된 이유는 사업자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LTV 등의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개인이 빌릴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부당대출을 받아 실제로는 주택구입 용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작업대출도 사업자 대출을 새로 받아 기존 가계 주담대를 선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전세계약서와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 불법으로 대출을 받아 내는 것도 작업대출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양천경찰서는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 63명을 검거해 총책인 A씨 등 7명을 구속했다. 대출사기 일당은 관련 서류를 위조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5회에 걸쳐 시중은행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편취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이 임차인의 소득 증빙 관련 서류와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쉽게 실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총책 A씨 아래 범행을 총괄하는 중간책과 대출을 실행하는 대출실장이 있었으며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위조책과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해 ‘돈세탁’을 하는 환전책도 있었다. 허위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하는 모집책도 별도로 뒀다.

 

일찌감치 나타났던 불법대출 정황에도 정부 팔짱만…“무책임과 방관이 부른 비극”

 

주목되는 사실은 불법 작업대출이 성행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직·간접적 증거가 지난해 금감원 검사가 진행되기 훨씬 이전부터 차고 넘쳤다는 점이다. 가장 결정적 증거는 전임 문재인정부 시절 강도 높은 대출규제 속에서도 영끌 투자가 성행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대출규제가 이뤄지면 대출 잔액이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한국은행, 금감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전임 문재인정권 시절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전년 대비 증감액(증감율)은 △2018년 75조2000억원(5.9%) △2019년 56조2000억원(4.2%) △2020년 112조3000억원(8%) △2021년 107조5000억원(7.1%) 등이었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대출규제가 시행된 2020년 이후엔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액이 더욱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막았다. 주택구입용 자금뿐만 아니라 주택 수리비 등 운전자금용으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예외로 인정하는 비영리법인, 공익법인에 한해서만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다.

 

대출규제가 시행됐지만 오히려 부동산 투자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그야말로 광풍 수준이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 보단 주식,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였던 2030세대 사이에선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을 매입한다는 의미의 ‘영끌 투자’가 성행했다. 그 결과 전체 가계부채에서 2030세대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30대 이하’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을 기록했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이자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작년 3분기(27.5%)와 같은 수준이다. 30대 이하의 가계부채 비중은 2018년 25.6%에서 2019년 24.9%로 낮아졌지만 대출규제가 시행된 2020년 27.0%로 치솟았다.

 

당시 금융·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속에서 오히려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각종 편법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선 대출규제를 피해 대출을 받는 방법 등의 노하우가 공유됐다. SNS 등에선 작업대출 홍보 게시물이 끊임없이 게시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대출사기 관련 이슈가 불거져 나오는 데 대해서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강도 높은 대출규제가 시행됐는데 대출이 늘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지 않느냐”며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는데 손 놓은 채 방치한 게 잘못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마 앞으로 대출사기 관련 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며 “결국엔 사기꾼의 말을 듣고 덜컥 대출을 받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인데 이는 명백한 정부의 방임이 부른 비극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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