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만 못한 노동시장, 판매자·구매자 전부 등 돌렸다
당근마켓만 못한 노동시장, 판매자·구매자 전부 등 돌렸다

[Le view<208>]-취준생 굴레에 갇힌 청년들(中-원인) 당근마켓만 못한 노동시장, 판매자·구매자 전부 등 돌렸다

금액·시간·기간 제3자 정부가 통제, 현실과 괴리된 부분 다수

르데스크 | 입력 2023.03.15 16:08

 

▲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노동시장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들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해고와 관련된 규제로 채용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반면 구직자들은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느니 다른 방법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한 청년의 모습. [사진=뉴시스]

 

취업시장의 한파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균열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나머지 결국엔 서로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기업은 갈수록 채용에 신중해지고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 구직자는 점차 늘어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동시장 균열의 배경에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자리하고 있다. 금액부터 시간, 계약기간 등 기업과 근로자 간의 거래 전 과정에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다 보니 이해관계자들 간에 타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업들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해고와 관련된 규제로 채용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구직자들은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느니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채용 겁내는 기업들…“적자 나도 임금삭감·구조조정 어려운 게 현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공개 채용을 줄이고 수시 채용을 늘리는 식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54.8%)이 수립한 기업(45.2%) 보다 많았다. 인력수급 계획에 의해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는 방식을 공개채용(공채)이라 일컫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를 방증하듯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으로 수시채용 확대(3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미 늘어난 수시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정규직 수시·상시 채용 비중은 52.2%에 달했다. 반면 정기공채는 17.4%, 인턴은 30.4% 등에 불과했다. 정기공채는 반으로 줄고 인턴은 3배 가까이 늘었다.

 

 

▲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54.8%)이 수립한 기업(45.2%) 보다 많았다. 인력수급 계획에 의해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는 방식을 공개채용(공채)이라 일컫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사진은 공장자동화 기기의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크게 바뀐 이유는 국내·외 경기불황과 노동경직성 때문이다. 전경련 조사에서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내·외 경기 불황(29%) △사내 구조조정·긴축 경영(29%)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 비용 절감 차원(16.1%)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 어려움(14.5%) △필요한 인재 확보 어려움(14.5%) 등을 꼽았다.

 

또 기업들이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려면 △노동·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30.1%) △고용 증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21.7%) △신성장 동력 분야 지원(16.9%)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12.9%)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노동유연성만 확대된다면 신규 채용을 늘릴 의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이 채용에 신중한 이유는 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막상 직원을 뽑고 나면 급여부터 근로시간, 해고 등을 자유롭게 정하기 어려우니 혹시나 모를 인건비 리스크 발생 우려 때문에 처음부터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취직하나 알바하나 벌이 비슷한데”…미련 없이 구직 포기하는 청년 구직자들

 

구직자들도 바뀌고 있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과거와 달리 ‘아니면 말고’ 식의 접근 방식을 보이는 구직자들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꼭 기업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조직문화 적응, 대인관계 유지 등 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도 없어 오히려 아르바이트가 낫다는 견해도 상당수다.

 

취준생 홍미진 씨(26·여)는 “작년까지만 해도 취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는데 몇 번 실패한 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취업 의욕이 크게 꺾였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요즘엔 아르바이트만 해도 200만원 이상은 충분히 벌 수 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에 입사해도 월 실수령액이 2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이어 “앞으로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데 굳이 힘들여서 취업해야 하나 싶다”며 “어렵게 취업해서 상사 눈치보고 출·퇴근 스트레스 받고 하느니 조금 덜 벌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몇 년 아르바이트로 바짝 모아서 커피숍을 하나 차릴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최저시급은 9620원이다. 하루 8시간 기준 일당은 7만6960원이고 5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주급은 46만1760원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고 실제 시급은 훨씬 높다.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은 1만96원으로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 퀵서비스나 피팅모델 등은 시급이 2만원이 넘는다.

 

요즘엔 구인난이 심각해 동네 커피숍 아르바이트 시급도 기본 1만1000원은 줘야 한다. 시급 1만1000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8시간 근로기준 주급은 52만8000원에 달한다. 한 달(4주 기준)로 따지면 월급이 21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직장인 평균 급여는 266만원이다. 세금을 제한 실수령액은 24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아르바이트와 비교했을 때 불과 3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 모두 서로를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기업은 부담스러워서 사람을 뽑는데 소극적으로 변하고 구직자는 굳이 어렵게 취업하지 않아고 대안이 많으니 소극적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결국 기업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종국엔 국가 경쟁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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