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절망·통곡 가득한 가상화폐 지옥
탐욕·절망·통곡 가득한 가상화폐 지옥

[Le view<150>]-민낯 드러난 가상화폐(上-사기성) 탐욕·절망·통곡 가득한 가상화폐 지옥

미래 혁신기술 기대감 컸지만 빠르게 변질, 부작용만 수두룩

르데스크 | 입력 2022.11.24 14:00
▲ 최근 여론 안팎에선 가상화폐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활용가치가 높지만 화폐에 까지 적용시킨 것은 분명한 실패였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술, 마약 등과 마찬가지로 등장하지 말았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 [사진=뉴스1]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등장 초기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화폐의 개념으로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부작용만 낳는 형국이 되고 있는 탓이다. 여론 안팎에선 블록체인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활용가치가 높지만 화폐에 까지 적용시킨 것은 분명한 실패였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심이어 일각에선 술, 마약 등과 마찬가지로 등장하지 말았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찍어내고 가치 올려서 대출까지, 결국 고객 예치금 못 돌려주고 파산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얼마 전 세계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했다. 오로지 ‘신뢰’ 하나로만 가치가 결정되는 가상화폐가 신뢰를 잃은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파산에 이르게 된 과정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당초 FTX CEO는 거래소와 코인 투자회사 알라메다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알라메다는 루나사태 등 거듭된 악재로 투자실적이 크게 악화됐는데 그 과정에서 제무재표가 유출되는 일이 있었다.

 

유출된 제무재표에선 알라메다의 자산 중 3분에 1이 FTX가 발행한 FTT코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알라메다는 FTT코인 발행 초기 대량으로 인수해 시세가 오른 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키워온 것이다. FTX와 알라메다 두 곳이 사실상 한 집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엔 자신들의 찍어낸 돈의 가치를 FTX의 이름을 앞세워 올린 후 대출을 시도한 셈이었다.

 

이후 FTX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동시에 유동성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됐다. 굳건했던 신뢰가 사라진 빈자리를 공포감이 채운 것이다. 결국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넣어뒀던 예치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고 FTX는 결국 고객 예치금 60억달러를 마련하지 못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세계3대 거래소의 파산은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의 취약성과 그로 인한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되며 탈출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2, 제3의 FTX 사태가 언제 발발할지 모른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자금회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나 희소성 등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신뢰’ 하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가격 구조의 취약성이 거래소의 일탈을 계기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얼마 전 세계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했다. 오로지 ‘신뢰’ 하나로만 가치가 결정되는 가상화폐가 신뢰를 잃은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FTX의 파산으로 수많은 투자자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 사진은 FTX 공식 트위터. [사진=트위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가상화폐의 특징이자 장점은 암호화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간 금융거래도 가능하다는 점인데 지금은 편의성 등의 이유로 가상화폐의 보관이나 거래를 거래소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거래소에 부실이 생기면 개개인의 가상화폐는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강조했다.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이자 지급, 가상화폐 빼고 보면 누가 봐도 다단계

 

주목되는 사실은 비슷한 일이 불과 몇 달 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가상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그것이다. 일명 ‘루나사태’라고도 불리는 사건은 당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세계 각 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루나사태는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시킬 정도의 대형 사건이었지만 그 실체를 알고 보면 상당히 허술하게 기획된 사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해당 가상화폐 설계나 가격 형성 구조 자체가 모순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테라는 개 당 1달러의 가치를 지닌 가격이 고정된 가상화폐, 즉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며 테라와 연동된 루나 코인도 함께 발행했다.

 

테라의 유동성이 늘어 1달러 가치 보다 떨어지면 자신들이 보유한 루나로 테라를 사들이고 반대로 높아지면 기존에 보유한 테라로 루나를 사들인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테라폼랩스가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누군가는 테라와 루나를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테라폼렙스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가상의 화폐를 현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엄청난 이자 혜택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후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테라와 루나 구매에 열을 올렸다. 테라폼랩스가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자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몰렸고 테라폼랩스는 계속해서 테라와 루나를 찍어댔다. 그러나 여기는 한 가지 맹점이 존재했다.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주는 이자를 나중에 투자한 사람이 주는 이른바 ‘폰지사기’의 구조를 띄고 있었다. 외부 자금 유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자수익을 냈으니 당연한 결과로 분석된다.

 

‘윗돌 빼서 아랫돌 메우는 것과 다름없는 테라·루나의 구조는 결국엔 밑천을 보이고 말았다. 가상화폐 시장이 호황일 때는 계속해서 신규투자를 유치해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지만 반대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이 한 번에 테라와 루나를 팔고 현금을 찾기 시작했고 이미 막대한 이자 지급으로 투자원금이 사라진 테라폼랩스는 파산했다. 투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가치 입증할 수단 없는 가상화폐, 언제든 휴지조각 변모할 가능성 높아”

 

▲ 루나사태는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시킬 정도의 대형 사건이었지만 그 실체를 알고 보면 상당히 허술하게 기획된 사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 현장. [사진=뉴스1]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슷한 일이 두 차례에 걸쳐 연거푸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시장에선 ‘비슷한 실패를 두 번 겪지 않는다’는 심리가 강한 편인데 가상화폐 시장에서만 예외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비정상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가상화폐 자체가 블록체인 신기술을 응용한 하나의 기술인데 언제부터인가 마치 투자 도구처럼 활용되고 있다”며 “그나마 대부분의 투자는 가치를 입증해 줄 실물자산을 근간으로 이뤄지는데 가상화폐는 가치를 증명해 줄 무언가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폐의 등장 목적은 제화의 거래 수단이었고 그 가치 역시 제화의 가치에 비례하는 것인데 가상화폐는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어떠한 도구도 없이 오로지 ‘사람의 심리’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해당 화폐의 가치를 입증해줄 것이 전혀 때문에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언제든지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 투자를 ‘다단계 사기’로 규정했다. 그는 “투기의 수단 외에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 뿐이다”며 “향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가치는 ‘제로(0)’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점차 대중의 관심권에서 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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