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위기 농민 애환 겉도는 농협비리 천태만상
생계위기 농민 애환 겉도는 농협비리 천태만상
▲ 최근 전국 각 지역 농협에 소속돼 있는 내부 직원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에 농협중앙회 감사에 적발된 비리 행위만 해도 무려 24건에 달했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최근 쌀값 폭락으로 인해 생계 위기를 호소하는 농민들의 곡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농촌 경제 안정 및 농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농협중앙회(이하 농협)의 행태가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횡령, 대출비리 등 비리 행위가 들끓고 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가까운 조치만 취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농민 생계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과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살은 전국 각 지역 농협(단위 포함)의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농협중앙회 수장 이성희 회장을 향하고 있다.

 

회삿돈 빼돌리고 고객돈 가로채고…개인 대출한도 늘리려 직원이 팔 걷고 돕기까지

 

농협중앙회,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각 지역 농협에 소속돼 있는 내부 직원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에 농협중앙회 감사에 적발된 비리 행위만 해도 무려 24건이나 된다. 월별로는 6월 5건, 7월 10건, 8월 9건 등이었다. 비리 행위의 죄질이나 수위도 결코 낮지 않았다. 횡령부터 유착, 대출비리 등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농협중앙회 내부감사에 적발된 내용을 살펴보면 내부 직원의 횡령 사건이 유독 많았다. 앞서 경남 남지농협에선 저축성보험 계좌를 계약자 동의 없이 중도해지한 후 환급금을 지인 등 제3자 계좌에 송금한 사건이 발생했다. 상주원예농협 중앙지점에선 한 직원이 수납한 공과금 처리를 위한 전산입력 과정에서 세입금수납 처리를 누락해 발생한 출납과잉금을 무단 반출해 횡령하기도 했다.

 

충남논산농협 동부지점의 한 직원은 모출납 시재금을 무단 반출해 점내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시재금을 횡령했다. 충북 백운농협에선 한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이자 상환 명목의 자금 중 남은 잔액을 가족의 계좌로 입금하는 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북 대산농협 증산지점에서도 타행금거래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오류조작으로 발생한 출납과잉금을 가수금에 입금하지 않고 무단 반출한 사건이 있었다. 경북 영주농협 꽃동산지점에서도 한 직원이 시재금을 무단 반출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충북 청천농협에서는 한 직원이 모출납 업무 마감 및 시재 검사 후 모출납 시재금을 임의로 반출하는 방법으로 횡령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대출비리도 횡령만큼이나 많이 발생했다. 제주 표선농협 소속 한 직원은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예외기준(타기관과 협약에 의한 대출)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예외기준으로 전산을 조작해 무보증신용대출을 부당하게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안의농협에선 한 직원이 대출액수를 올리기 위한 요량으로 담보물 감정을 고의로 높게 평가한 사건이 있었다. 경남 영산농협에서도 담보물을 고가감정 평가한 직원이 감사에 적발됐다.

 

경남 진주서부농협에선 한 직원이 임야를 담보로 경락잔금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물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것도 모자라 담보인정 비율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창녕농협에서도 기업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시설자금 지원의 타당성 등에 대한 심사 호솔, 시설자금 취급을 위해 필요한 증빙서류 미확인 등 부실대출을 감행한 사건이 있었다.

 

경북 쌍림농협에선 개인의 대출한도를 늘려주기 위해 농협 직원이 대출심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자금용도 및 소요자금의 적정성 등에 대한 심의를 소홀히 한 일도 발생했다. 경북 오천농협에서도 한 직원이 미분양 다세대 주택을 담보로 하는 부동산담보대출 추진 및 심사 과정에서 미분양집합건물의 담보인정비율을 정당 담보인정비율에 10%를 상향 적용해 대출을 실행해 감사에 적발됐다. 경남 동창원농협에서도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출가능금액을 초과해서 대출을 실시한 사건이 있었다.

 

횡령·부실대출 직원에 정직·감봉·견책 그쳐…책임자인 조합장 징계는 전무

 

▲ 최근 전국 각 지역 농협에서 각종 비리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주목되는 사실은 횡령, 부실대출 등 현행법 위반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졌는데도 농협중앙회 차원의 내부 징계는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객 저축성보험 중도해지 후 환급금 횡령, 고객 정기계탁금 임의해지 후 횡령, 보험미수금 계정을 통한 자금 횡령 등을 벌인 경남 남지농협 직원들 중 임원 1명은 견책만, 나머지 일반 직원 4명은 각각 징계해직·감봉·견책 처분을 받았다.

 

출납과잉금을 횡령한 경남 상주원예농협 중앙지점 직원 2명의 경우 각각 정직 3개월, 견책 등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대구 칠곡농협 소속 한 직원은 거래업체 대표로부터 사적으로 자금을 빌리는 등 직원의 금지사항을 위반했으나 감봉 1개월 처분만을 받았다. 전산을 조작해 무보증신용대출을 부당하게 실행한 제주 표선농협 소속 직원이 받은 제재조치는 감봉 6개월 처분에 불과했다.

 

충북 백운농협 소속 한 직원은 고객의 대출금 상환자금 횡령, 비과세 대상 대출에 대한 부당한 인지세 요구 및 횡령 등 혐의가 2건이나 되는데도 징계수위는 정직 6개월 처분에 그쳤다. 경북 쌍림농협에선 한 개인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농협 직원들이 단체로 도와줬는데도 연루 직원 5명 중 1명도 해고당하지 않았다. 최고 징계수위는 감봉 3개월에 불과했다. 경남 동창원농협 직원 4명도 대출가능금액을 초과해 대출을 실행하는 데 가담했지만 전부 견책 처분만 받았다.

 

여론 일각에서는 각 농협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자체가 빠진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횡령, 대출비리 등은 내부 감시 소홀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책임자 처벌이 빠진 것은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비리의 경우 윗선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꼬리 자르기’ 의혹도 불거져 나온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사실 횡령이나 대출비리 등은 불법에 가까운 행위임에도 징계해직을 당한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낮은 게 사실이다”며 “아무리 농협 자체 징계 기준이 있다고는 하나 수위 자체가 제 식구 감싸기 수준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출비리의 경우 사실 해당 농협의 조합장 등 고위 임원이 관여하지 않고서는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행위인데 윗선에 대한 처벌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며 “아래 직원에 대해서만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 농협중앙회나 이성희 회장 입장에서 투표권을 가진 조합장을 징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결국 농협중앙회의 감사는 형식적인, 또한 외부에 보여주기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대상인만큼 내부 직원의 잦은 비리 행위 및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에 대해 국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