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왕족 안 부러운 SNS스타, 현실은 편의점 삼각김밥
사우디왕족 안 부러운 SNS스타, 현실은 편의점 삼각김밥
▲ 최근 SNS 활동에서 비롯된 과소비 행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SNS 특성 상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하다 보니 이상에 가까운 소비를 과시하는 행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특급호텔 야외 수영장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SNS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이젠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습관이나 취미로 정착한 모습이다. SNS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심지어 SNS 사용빈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생겨난 사회 현상이 늘 그랬듯 SNS 열풍 역시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해내고 있다. 과시욕에서 비롯된 과소비도 그 중 하나다. SNS 특성 상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하다 보니 이상에 가까운 소비를 과시하는 행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경제관념이 부족한 10·20세대에서 유독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행태가 과소비 습관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과소비 습관에서 비롯된 2차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우디 왕족’ 수준 재력가 수두룩한 SNS…정작 현실엔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SNS 상에서 재력을 과시하는 행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대에 수억원에 달하는 스포츠카를 하고 있는 사진,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시계를 찬 손목사진,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사진, 한 끼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특급호텔 음식을 먹는 사진, 양 손에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있는 사진 등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인 ‘사우디 왕족’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러한 행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생겨난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 문화와 맞물려 마치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수위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력 과시 행위의 주된 목적이 주변의 부러움 섞인 호응에 있는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등장하고 그 시도가 모방으로 이어져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확산된 결과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현실에 까지 미친다는 점이다. 순간의 자기 만족을 위해 현실의 희생, 나아가 미래의 희생을 감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SNS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다. 현실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행을 쫓다 보니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경제력이 취약한 젊은 세대는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현실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올라온 명품소비 관련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유튜브 게시물 캡쳐]

 

재력 과시에 심취한 이들은 끼니를 굶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돈을 모아 명품을 구매하거나 거짓으로 연출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소위 ‘짝퉁 명품’이라 불리즌 제품을 마치 진짜처럼 속여 자랑하기도 한다. 타인을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지만 대부분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족감에 심취해 같은 행위를 되풀이한다.

 

서울소재 한 대학교에 다니는 김수정 씨(20·여)는 “주변에 소위 말하는 ‘SNS에 미친 친구들’이 많다”며 “나 같은 경우는 좋은 것을 먹거나 좋은 것을 사을 때만 SNS 사진을 업데이트를 하는 수준인데 그 친구들은 연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등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SNS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친구는 주변 친구들이 비싼 물건을 사면 바로 빌려서 본인이 착용하고 사진부터 찍는다”며 “그 사진을 마치 본인 것 인양 SNS에 올리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가식적인 삶을 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언제부터인지 현실에서도 마치 SNS처럼 살려고 하고 있다”며 “남자친구를 만나도 재력부터 보고 만약 사귀면 곧장 비싼 음식을 먹자고 하거나 명품을 사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망국병의 숙주 된 SNS…MZ세대 대다수 “내 소비패턴 형성 계기는 SNS”

 

SNS 속 자기 과신 행위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사람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종국엔 사회 전반에 좋지 않은 결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무분별한 과소비 행태만 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착각을 일으켜 상대적 발탈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 소재 한 대기업에 다니는 홍은진 씨(29·여)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평일 낮에 호텔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백화점을 쇼핑하는 사진이 수두룩하다”며 “그런 사진을 볼 때 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돈으로 이렇게 사는 걸까’, 혹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돈이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 SNS 활동이 발단이 된 개개인의 과소비 행태는 종국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재력과시 목적의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쳐]

 

이어 “그런 감정을 자주 느끼다 보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봐야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일하는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며 “결국 지금은 SNS를 완전히 끊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SNS 활동 자체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최소한 주변 사람이 느끼는 감정,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 등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며 “만약 현실과 SNS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그 행위 역시 타인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SNS 활동에서 비롯된 과소비 습관 역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그 파장력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개인의 과소비 행태가 종국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SNS 인플루언서의 경우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망국병을 유발하는 일종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의 슈왑금융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소비 형태가 과소비를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44%,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 가량은 SNS에 의해 자신들의 소비 패턴이 형성됐다고 답했다. 이는 일종의 ‘포모 효과’(fear of missing out)로 SNS 상에서 소외감이나 관계단절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효과가 현실 생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기 동명대학교 교수는 ‘연예인·인플루언서의 플렉스(Flex) 문화가 대학생들의 과시적 소비 성향, 삶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재력 과시 행태는 2030세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이끌 어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플루언서들과 자신을 상향 비교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정도가 높은 대학생들은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유행 제품을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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